1. 외로움 많이 안탄다고 느꼈는데 금요일 밤 텅빈 집 안에서 혼자 수프 끓이려고 있으니 처량맞기 그지없다.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거고 우선은 지금 해야할 일이 정신없이 밀려오는 데 의욕이 전혀 없다.
내일 한글학교도 가야하고 프레스박스도 들어가게 돼서 또 이래저래 복잡한데 으어, 왜 의욕은 샘솟지 않는 걸까 하면서 또 한 번 벽치고 벽치고 벽치고.
마음을 가다듬고자 아까 사온 브로콜리 다듬어서 수프를 끓이는데 꽉찬 냉장고가 내 머릿속마냥 복잡하고 답답하다. 원래 냉장고 채워놓는 거 진짜 싫어했는데 요즘 시간이 남다보니까 냉장고는 더 차고 내 머릿속은 터질 것 같이 변해버렸다.
2. 하프텀 맞이 겸 (솔로지만 손재주는 넘쳐나는 사람의) 발렌타인데이 기념도 있고, 애들한테 내일은 올림픽이랑 이런 저런 운동에 관한 거 하려고 해서 사탕 메달을 만들었다.
재료도 조악하고 우선은....사탕이 안예뻐서 만들고 나니까 다시 뜯어서 새로 하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같아졌지만 그래도 내일 수업을 해야하니까...이 생각으로 꾹 참고 내려놨다. 다섯 개 만드는 데 세 개째부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눈물이 날 뻔. 애들 숫자에 맞춰 다섯 개 완성하고 나니 머리가 깨끗해졌다. 앞으로 금요일 저녁에 애들을 위한 뭔가를 만들까보다.
3. 아무리 맨체스터 시티에 한국 선수가 없어도, 한국이랑 전혀 연관없어보여도 내가 해석하기에 따라 트래픽은 트리플이 되는구나.
운동다녀와서 내가 왜 발렌타인 어쩌고저쩌고 써야하나 짜증이 몰아쳤다가 이 대신 안중근 의사 쓴거였는데, 지금까지 개별 기사중에서 역대급을 넘어 최고 조회수가 나왔다.
로컬라이즈 컨텐츠에 대한 것들이 감이 잘 안잡혔는데 이걸 보니까 앞으로 방향을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또 아리송하다. 내일 리뷰쓰려면 또 아휴....
능력부족인 게 요즘 확확 느껴지는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1.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가려 했으나 몸이 찌뿌드등, 결국 또 집에서 열두시까지 일하다가 '첼시'티켓을 위해 기어나갔다.
회사에는 Sylvie밖에 없었고 오늘 분명 full, busy 할 거라고 예상한 스케줄은 텅- 텅.
우리 매니저는 이제 한 달에 몇 번씩 회식을 하자고. 이봐요.....이러지 맙시다 우리 양심이 있으면....집에서 쉬게 좀 ㅠㅠ
여하튼 샀다. 토레스도 나온댔고 테리도 다음 경기엔 나온댔고, 우리 회사 미디어팀은 "이제 망했어" 이러고 있고 ㅋㅋㅋ (오늘 표정이 정말 영혼이 털려보였다)
확실히 페르난딩요가 있고 없고랑 경기 클래스가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은 아게로만 본다 이거지.......
여기서 일하면서 제일 좋은 건 티켓 직원 할인가. FA컵 1층을 15파운드에 그리고 바르셀로나 보러 25파운드라고 하면 다들 '부럽다' 하겠지. 하지만 네, 그게 전부에요. 축구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닌데 ㅜㅜ
2. 요즘 수프 끓이기에 빠졌다. 핸드 믹서 산 지 일주일도 안돼서 감자+당근에 이어 고구마+당근, 이젠 집에 남아돌던 브로콜리+버섯, 근데 내 입맛엔 역시 브로콜리+버섯에 치즈 넣은 거. 날씨가 좀 쌀쌀하다보니까 저런 게 무지하게 땡긴다.
내일은 집에 또 굴러다니는 야채를 열심히 찾아봐야지. 아마 토마토 수프가 될 가능성이 80퍼센트가 넘는다.
3. 출근하다가 갑자기 확 삘받아서 부츠에서 레블론 립스틱 겟. 삘을 셀프리지에서 안 받은 게 어디냐 하는 마음+입술은 하난데, 화장 요즘 거의 안하는데 왜 샀을까 하는 마음.
그래도 오드리 햅번이 영화에서 바르고 나온 전설 아닌 레전드인 립스틱이라 맨날 써보고는 싶었으니까.
그런데 써보니까 난 오드리 햅번이 아니잖아?^^ 로마의 휴일 보고 파리가서 머리자르고 운 걸 벌써 까먹었구나...
4. 오늘 퇴근하는데 하늘에 불난것처럼 예뻤다.
회사에 불이나 나버려라 하는 마음에(퇴근이 무려 두 시간 늦어짐) 찍었는데 그렇게 툴툴대던 마음이 하늘 보니까 사르르 풀렸다.
이정도 날씨만 되어준다면 (비만 안오고 해만 뜬다면) 좀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5. 런던이건 리버풀이건 어디건 Eye에 타본 적은 없지만 사진 찍는 건 좋아한다. 특히 맨체스터는 우중충한 도시에 뭔가 쌩뚱맞게 뚝 떨어진 느낌이라 볼 때마다 기괴하면서도 저 알록달록한 색에 그냥 헤벌쭉 하고 웃고 만다.
카메라가 색감을 못았네. 밤에 운동 마치고 나와서 물 한 병 사가지고 아이 보면서 멍때리면 기분이 좋다. 한 세 바퀴 돌아갈 때쯤이면 슬슬 추워지고 집에 오지만, 뭐 이런 사소한 재미가 사는 재미 아닌가.
1. Sylvie가 우리집에 지내면서 수프를 한 번 해줬다. 수프=캠벨, 헤인즈라 처음엔 읭 이랬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핸드 믹서를 사고 다시 또 블랜더(aka 도깨비방망이)까지 사버리고 말았다.
워낙 추위도 잘타고 리퀴드한 음식들을 좋아해서 (물론 이것만 먹는 게 아니라 여기다가 빵도 함께) 벌써 수프 큰 냄비로 두 번이나 더 해먹었다.
처음에는 감자+당근+양파+코코넛 밀크로 했는데 오늘은 집에 며칠동안 굴러다니던 고구마+당근+양파+더블크림으로 도전! 스파이스로 맨날 큐민만 넣었다가 오늘은 넛맥도 넣어봤다.
사서 먹는 수프는 짜고 혀가 아려서 맨날 물이나 우유 더 부어서 끓여먹었는데, 이렇게 해먹은 수프랑은 천양지차다.
당근을 아마 평생 살면서 가장 많이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나라 당근은 한국처럼 향이 강하지도 않고 오히려 넣으면 색도 예뻐져서 벌써 2킬로짜리 두 팩을 다 수프로 끓여버렸다.
이 나라에 살면서 '맛을 상상할 수 없는' 재료들에 도전하는 게 재밌다.
며칠전에 해먹은 고르곤졸라 피자도 그렇고, 큐민이나 타라곤, 튜메릭같은 스파이스들을 한국이었다면 들어보지도 못했을지도. (요리프로에서 저런 게 나오면 맨날 짜증내고 아씨 뭐야, 이러고 끈 기억이 남) 지금 찾아보니까 튜메릭이 강황이라네. 아 이건 카레에서 많이 들어봤는데.
2. 평소 아침엔 일어나서 블렌더로 스무디 한 잔 갈아마시고 스트레칭하고 잠깐 일하다가 다시 빵을 먹는다. 빵은 Fig and Sparrow라는 카페&베이커리에서 파는 홀밀 사워도우나 아니면 펜넬이 들어간 호밀빵 이 두 종류로 골라먹는 중.
혼자 살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한 끼라도 '떼우고' 가면 그게 정신적으로 굉장히 크게 영향을 준다. 시간을 '떼우고' 배를 '채우고', 일상이 Living 이 아니라 surviving이 되어버릴까봐 오히려 먹는 거 하나하나에 한국에서보다 더 힘주면서 먹고 있다.
3. 내일은 매치데이라 한글학교를 다녀오면 또 일해야해서 Sylvie랑 Jonathan 불러서 피자 먹으면서 일하기로 했다.
페퍼로니+버섯 잔뜩 깔고 집에 남아 뒹구는 치즈 다 뿌리고 더블크림 살짝 뿌려서 냉장고에 집어넣어놨다. 준비하는 게 오래걸리진 않지만 분명 한글학교 다녀오면 그 짧은 시간에도 배고프다고 짜증낼 게 보여서 배부른 지금 미리 해놨다. 바질도 살짝 뿌렸는데 내일 잘 구워졌으면 좋겠다.
4. 엄마가 아프다는데 지금 내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고있는 수프 한 대접 떠서 엄마 침대맡에 가져다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