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29, 2013

2주차

지난 주말에는 안나언니네 노팅엄에 다녀왔다. 통장 문제가 생각보다 오래가는 바람에 집 못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언니 덕에 우선 디포짓이랑 이런 것도 다 해결하고 가벼웁게 내려갔다 왔다. 언니는 여기 먼저 있었으니까 모르는 게 생기면 항상 언니한테 슝슝. 그리고 항상 힘든 일이나 속상한 일을 실시간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가서 먹부림하고 술도 오랜만에 잔뜩 마셨더니 첫주에 일하면서 빠진 2킬로가 다시 고대로 쪄왔다는 게 함정이었지만.(전날도 팀 동료들이랑 맥주 3파인트 했던 것도 플러스)

떡볶이에는 이것저것 잡다하게 넣지 말고 오뎅, 양파,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 참기름 이거만 넣어야지! 이날 올란도&제시카 어머님이 김밥 싸주셔서 그거까지 가지고 슝슝. 이거 다 먹구 언니 친구 난 생일파티 갔는데 왜 내 홍콩에서 모습 보는 거 같고 짠.....했다


일요일 아침에 먹었던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오랜만에 식빵 사왔다. 사오자 마자 이제는 소분해서 얼려놓고, 상해서 버릴 순 없다. 지퍼백을 샀더니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다. ㅜㅜ


지금 새로 이사온 집 테라스. 이날 그냥 날씨도 선선해서 여기서 한 오 분 앉아있는데 일끝나고 이렇게 집에 와서 조용히 쉴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 배웠다.


프랑스에서 잘못 자른 머리는 복구가 되질 않는다...파리Aㅏ....ㅜㅜ


회사에는 스타벅스가 들어와있어서 프랍이나 그런 건 없어도 기본 메뉴는 다 가능하다.
이날 늦잠 자고 너무 힘들어서 핫쵸코 달라고 했는데 와 진짜 휩을 씹어삼켰다. 



 수요일이었나? 스태프들한테 샵 프리오프닝+드링킹 데이래서 갔는데 샴페인...하.. 그래도 한 잔 마시고 세르지오랑 또 떠들면서 왔다.

요즘 하는 일은 거진 다 번역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를 다 살펴봐야돼서 며칠 전까지 쿠키, 개인정보 이용내역 번역하다가 쿠키가 뭔지부터 시작해서 온갖 축구의 역사까지 다 배운거 같다. 스페인 선수인 줄 알고 뒤져보면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ㅜㅜ 스페인어 공부를 해야지. 아니면 유럽언어 하나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느데 집에만 오면 요즘 피곤해서 뻗게 된다.

같이 사는 언니는 자꾸 나가자고 찡찡대고, 영국 싫다고 찡찡대고. 내가 저랬었나 반성중.



냉동고에는 얼려놓은 밥이 일곱 팩 남았다. 어제는 베이컨+파프리카+양파 넣고 볶았는데 신의 한 수는 치즈였음. 아 치즈느님이여. 이번 주 내 삶의 질을 올려준 두 가지는 치즈와 지퍼백이었다.

오늘 집에 와서 해먹은 거. 지난 주에 안나언니가 해줬을 때는 뭔가 더 건강한 맛이었는데 내가 한 건 그냥 무조건 많이, 듬뿍 넣어서 했더니 동네 니끼한 피자맛이 난다. 고구마 피자 먹고 싶을 때 자주 해먹어야지. 내일은 나쵸도 뿌려먹을까. 한 번 할때마다 계란 다섯 개가 들어가서 좀 비싸긴 해도 밖에서 사먹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하면서, 오늘은 게다가 월급받은 날이니까. 계란 있는 거 다 넣어서 신나게 해먹었다. 

집에 와서 스트레칭 겸 운동 삼십분, 예능 두 편, 저녁먹고 샤워, 그리고 빨래 기다리면서 또 인터넷.

뭔가 해야할 것 같지만 요번주까지만 좀 쉬고.

월급날인데 돈 한 푼 안쓰고 집에 들어와서 이렇게 건전하게 지내다니. 내일은 나가서 영화라도 봐야겠다.

Wednesday, June 19, 2013

3일차

출근 3일차.

1. 첫날에는 리쿠르트 컴퍼니에서 나한테 연락을 안줘서 내가 직접 물어봤다.
"나 출근해?"

아홉시에 전화와서는 
"열시까지 출근해"

내가 힘이 있나.^^; 트램 정액 사고 구장으로 갔더니 면접때 본 러시아 아줌마 아냐, 스페인 친구(아니면 오빠, 오빠였으면 좋겠다) 세르지오, 그리고 나.

열한 개 국어라더니?
근데 맨체스터에 살고 있던 사람은 나랑 아냐밖에 없어서 먼저 올 수 있는 사람만 온다고. 나머지는 하나씩 올거라고 했다.

2. 첫날, 스타벅스 무제한에 감동먹었지만 ID 패스가 없어서 1층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찮은(?)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만 세 잔 먹었다. 점심도 못 먹고...근데 남은 샌드위치는 싸갈 수 있다고! 그래서 저녁 득ㅋ템ㅋ

3. 번역은 재미없지만 그래도 신기한 게 많다.

4. 첫날 출근하고 플랫메이트 마프랑언니는 나를 잡고 네 시간동안 떠들었다. 타지생활 외로운 건 알지만 난 출근도 해야하는데. 근데 얘기가 너무 다이나믹하고 언니가 거의 경극 수준으로 연기를 해서 그나마 졸지는 않았다.

5. 둘째날 중국인 왕 뭐시기. 이름 말해줬는데 기억도 안남. 그냥 중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나도 모르게 생긴건가. 

6. 스쿼드 번역하는 데 정말 토할뻔. 왜이렇게 이적은 많은 것이며 왜 이렇게 영어는 수사가 많은 건지 한국어에는 형용사가 많이 없어서 조금 힘들었다.

7. 바게트 샌드위치를 싸갔는데 먹고 꾸벅꾸벅 졸았다.

8. 끝나고 나오는데 로비 윌리암스 공연이 있었다. 사람이 정- 말 많았고 진짜 아 이게 영국 사람들이구나, 브릿팝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의 열기였다. 

9. 그것때문에 트램이 지연되서 나는 분명히 4시 30분 퇴근했는데 5시 퇴근한 세르지오랑 또 같이 갔네.

10. 점심시간도 내 마음대로, 출근도 자유자재. 외국 회사는 이렇구나 싶다.

11. 오늘은 채현이한테 아침에 편지를 보냈다. 런던에서 쓴건데 음, 지금에야 보내네. 일찍 나갈 수 있었는데 마프랑언니가 아침부터 또 붙잡아서 정말 아찔했다. 전 남편분이랑 재밌게 보내시지 왜 나랑 아침부터 영국 짜증난다고 하소연을 하시는건지.

12. 셋째날은 샌드위치 대신 샐러드. 현명한 선택이었다. 먹자마자 회의했는데 바게트 먹었으면 회의에서 분명히 졸았을 듯.

13. 근데 회의할때나 일할 때 신기하게 영어가 쏙쏙 다 들린다. 

14. 요즘 일상: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좀 노닥대다가 도시락을 들고 딘스게이트까지 걸어간 다음에(20분) 트램을 타고 피카딜리에 가서 다시 에티하드 캠퍼스로 가는 트램을 타고 회사에 들어간다. 탄산수를 뽑아들고 앉아서 일도 하다가 트잉여짓도 하다가 다시 또 일하다가 아냐아줌마랑 점심을 먹고 커피를 먹고 다시 오후에 일을 하다가 다섯시에 귀가.(네시반에 나오고 싶은데 다들 9:30-5:00을 선택) 집에 칼같이 돌아와서는 전날 만들어놓은 저녁을 먹고 세수하고 집앞 세인즈버리에 가서 다시 바게트랑 먹을 걸 사와서는 다음날 아침, 점심, 저녁을 만든다. 그리고 컴퓨터를 하다가 잔다. 뭔가 해야할 거 같은데 모래알처럼 시간이 부서진다. 

Sunday, June 16, 2013

새 집

계획대로라면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운동을 다녀와 오래된 트레이닝복을 싹 버리고 샤워를 한 후 우아하게 택시를 타고 나오는 게 목표였다.

요 며칠간 쥐 때문에 잠을 설쳐서 그런가 어제는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떼우고 쇼파에 누워 한 여섯 시간을 내리 잤다. 그리고는 마지막 밤도 그냥 아무 일 없이 정말 무심하게, 아니 조금 빈정상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자버렸다.

지금 생각하니까 딱 9개월만에 나온거네? 내가 9월 16일에 들어갔으니. 흠.

새 집에 오는데 택시 아저씨가 이 동네 위험한데 왜 이리로 왔냐고 맨체스터가 더 깨끗하고 좋다고 그러는데, 아저씨...우리집 쥐나와요^_ㅜ 몬타나하우스 안깨끗해요.

여튼 새 집에 들어오니까 너무 좋다. 창도 크고 시원시원하고 집 바로 옆에 sainsbury's랑 tkmaxx랑 argos랑 mcdonald's도 있고, 중국인이 없어서 그런가 오히려 동네 조용하고 영어공부는 진짜 잘되겠다 싶었다. 하긴 영국에서 rough하지 않은 동네가 또 어디 있으랴.


같이 사는 태국 언니 마프랑은 어제 숙취로 꺽꺽대는데 정말 쿨하게 이거 써도 됨, 저거 써도 됨, 그래서 살 게 많이 줄었다. 5시까지 마트 하는데 내가 나간 건 3시 30분, TKMAXX에서 사고 싶던 스타우브 초록색 반찬 접시 두 개랑 집에 팬이 없는 걸 확인하고 팬 하나, 냄비는 내일-. 전기밥솥이 없는데 이걸 사야할 지 말아야할 지 엄청 고민이다.

세인즈버리에 들어간 건 4시 20분. 아침 먹고 정말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지 막 주워담고 빵칼 하나까지 세이브, ID 없어서 걱정했는데 얘네도 빨리 끝내야하는지 그냥 패스시켜줘서 무사히 다 샀다.
페스토가 99p에 세일해서 두 통이나 집었고 배가 고팠는지 원래 잘 안먹던 시리얼이랑 막 이런 것도 주섬주섬.


해야할 건 많은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눈이 스르르 감긴다. 집이 너무 깨끗해서 기분이 막막 좋다. 

오늘 짐싸면서 느낀 건 이제 6개월동안 옷 그만사자!

Saturday, June 15, 2013

안녕

드디어 이 집을 나간다. 쥐 몇 마리랑 나만 있던 이 공간.

그래도 안녕이다 이젠!

마지막까지 아주 가지가지해요 가지가지.

Wednesday, June 12, 2013

공항가는 길

같이 아르바이트 하던 인영이가 베트남에 갔다. 인영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벌써 나보다 '먼저' 졸업을 하고 나보다 훨씬 철들었던 동생이다. 일도 빠릿빠릿하고 싹싹해서 아르바이트할때 인영이랑 같은 팀이 되면 (아니면 유비언니) 아 오늘 좀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영이 짐싸는 걸 보고 2년전 5월이 생각났다. 싸도싸도 끝이 없던 짐, 매일같이 이어지던 farewell party, 그리고 매일 밤 끊임없이 쏟아지던 눈물. 후덥지근하던 홍콩의 공기, 거리의 냄새, 1초가 아쉬워서 오히려 짜증이 치밀정도로 예민해지던 그 때를 생각하니까 그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새로운 기억들로 덮여가면서. 그냥 홍콩이라는 곳은 나한테 유토피아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이젠 누가 누군지도 기억조차 잘 안나고 연락하는 건 맷? 정도라는 게 참 우습기도 하고. 그 때 그 애들은 지금 다 뭐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 궁금하다가도 그냥 그 학교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생각도 들고. 홍콩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잠겨있던 카오스가 와장창 열리는 느낌이다.

이번주에 이 집을 나가기로 했다. 내 공간 없이 9개월간 살아보니까 친구라도 어느 정도 자기 영역은 있어야 서로가 피곤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집 옮기고 나면 연락조차 안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지쳐있어서, 빨리 일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 물건도 그냥 막 버리는 중! 아 씬나!


Monday, June 10, 2013

일상

29 Interview
30-1 London
1-2, Bristol
4-6 Isle of Wight
7 Got it

계약서 사인하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지만 우선, 인터뷰 통과하고 반년짜리 일을 구했다.
내일은 집을 알아보러 나갈 계획이고, 앞으로는 더 머리가 터질 지도. 그래도 하나씩 나사빠진 삶이 다시 조여지고 움직이는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