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27, 2013

breathless

1. 괜찮다고내찮다 하려고 하는데 한 번 크게 실수를 하고 나니까 폰 보는 게 무섭다. 메일온 소리가 나면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힌다. 24/7 메일에 쫓겨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다.

2. 제대로 못 쉰지가 지금 한 달이 다됐다. 런던에서도 제대로 숨쉴 틈 없이, 집에 와서도. 파티에서는 그래서 터졌나. 여튼 그래놓고 결국 사고 한 번 제대로 빵.

3. 경기 시작할 때 "1.킥오프!"하고 나면 숨이 턱 막힌다. 경기는 눈에 안들어오고 머리는 아프고. 

4. 지금 하고 싶은 건 그냥 혼자 좀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앉아있고 싶다. 영화도 재미없고 요리도 재미없고 그렇다고 또 뭐 할 수 있는 게 뭐있나. 자꾸 불안하고 쫓기고 나를 들들 볶다보니까 오히려 지치는 건 나 자신인데. 왜 나는 나를 철저하게 못괴롭혀서 안달인거지. 

Thursday, December 12, 2013

Dec 12



멍하니 빈 방에 갇힌 느낌.
붕 떴다가 지금 푹 꺼졌다가.

다 짜증나서 집어던져버리고 싶다. 

여기서 뭐 하고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신을 믿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간절히 매달려 애원하고 싶다. 사는 게 왜 이러냐, 왜 이렇게 외롭냐. 인간은 다 외롭다곤 하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지 않냐..

Friday, December 6, 2013

괜찮다, 괜찮다

1. 
집 페인트 칠해서 집에서 있으면 두통이 정말 심하다. 곰팡이 냄새냐 페인트 냄새냐 이걸 선택해야하는 건데. 아 둘다 없고 그냥 깨끗한 집은....휴. 이렇게 내 집 장만의 꿈을 또 꿔본다.

2.
지난주 수요일 경기가 끝나고 새벽 두 시까지 일하고 여섯시 반 차를 타고 카디프에 내려갔다. 가는 길에 계속 영화사 일도 해야하고 난 분명 MCFC 오프였는데 런던에서 전화가 오질 않나 매니저랑 서현씨랑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됐는지 그것도 처리하고. 안나언니랑 같이 있다가 갑자기 표정이 또 푹푹 꺼지면서 "아 또" 이러는데 그냥 왜 휴가왔나 이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모간이랑 언니를 만나고 오면 힘이 난다. 오랜만에 한국말로 맘껏 떠들 수도 있고, 적어도 카디프에서는 갓 구운 빵이나 (맨체스터보다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3.
그런데 오는 기차가 연착돼서 맨체스터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 한글학교에 갔다가 집에 오는데 뭐가 또 이렇게 힘빠지는건지. 

4. 
영화사 일이 좀 어렵다. 잘하고 싶은데. 잉투기 스크리너랑 한국영화 스크리너 한 열 댓개가 지금 안와서 돌아버리기 직전. 이 업계가 이런건지 아니면 원래 배급과 판매가 다 이런건지, 라이벌사랑 경쟁하면서도 웃어야하고, 속도도 맞춰야하고. 지금 회사는 영국인데 스크리너는 미국이랑 싱가폴, 한국에서 오는거라 메일 오는 시간이 다 제각각이다. 그리고 오더(그냥 유통이라면 보통 발주?) 넣고 이거 체크하고 다시 컨텐츠 관리하고. 

사무실에서는 폰으로 체크하고는 있는데 와 진짜....하루에 메일 100통까지 받아봤는데 토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영화 관련된 일이라 더 하겠다고 한 건데 입안은 다 부르트고 눈에 실핏줄은 터지고. 눈을 뜨고 있는데도 내가 뭘하고 있나 멍한 상태가 계속 된다. 

5.
며칠전에는 회사에 완전 지각했다. 우리 회사야 뭐 자유로운 출퇴근과 일하는 장소가 딱히 명시된 건 아니지만, (그리고 새벽까지 초과 근무했으니) 그래도 집에서 열 시에 나갔는데 회사에 들어가니 열두시, 이러면 하루가 반은 날아간건데. 너무 졸려서 정말 머리가 멈춘다는 게 이런거구나 느꼈다. 

6. 
영화사 일...아마 요즘 내 스트레스의 칠할은 여기서 오는 걸텐데. 그래도 계속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게 신기하다. 일하는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요즘 문제는 내가 갈 길이 아닌 일에 열과 성을 지나치게 다해서 시간을 쓰고 그리고 나중엔 정말 완전 방전이 된다는 거다. 

혜진이는 그러다가 와르르 무너진다고 걱정했는데 사실 내가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것도 그거다. 예전에 학교다닐 때도 맨날 이것저것 다 한다고 하다가 결국에 끝마무리를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하고. 

7. 
이거 쓰다가도 쇼파에서 한 30분 졸았다. 사실 타이핑 하면서도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지 잘 이해가 안된다. 이게  오늘은 그냥 바로 자야지. 일곱시부터 잘 준비하고 다 씻은 내가 짱짱맨. 금요일이 다 무어냐. 난 자겠다. 조추첨 기사 쓰라고 해서 쓰긴 썼는데 눈뜨고 자면서 쓴 느낌이라 뭐라고 썼나 내가 쓰고도 기억에 안남는다. 지금 이 블로그도 쓰고는 있지만 뭐가 이렇게 군더더기가 많은건지. 글은 맑은 정신에 깨끗하게 쓰자.

8.
오늘 낮에 시준오빠 글에 코멘터리를 하다가 '그래서 너한테도 한 번 물어본거야'하는 말에 회사에서 정말 울뻔했다. 요즘 일은 하고 있지만 사실 내가 이 길에 계속 있어야 하나 회의를 느끼던 중이었고 (물론 직업이 내 자아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쓸모있는 뭔가를 하고 있나 하는 의심까지 들던 상황이었다. 일상에 매몰돼 정작 많은 걸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불안함에 좇기고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아직 쓸만하구나 싶어 기뻤다.
그리고 시준오빠랑 얘기하다보면 사람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배우는 것 같다. 

나는 못났지만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한테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하고 싶다. 일도 더 잘하고싶고 인격적으로도 내 플랫메이트 헤디처럼 더 단단해지고 싶고, 내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보고 싶다.

9.
희주오빠, 결혼 축하해요. 못가봐서 아쉽다. 

Saturday, November 23, 2013

24시간이 모자라

1. 
암스테르담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걷고걷고 걸었다. 

먹는 건 대충 길거리에서. 레스토랑에 간 게 딱 한 번. 공항 오고갈 때를 제외하면 버스는 단 한번도 타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살은 좀 빠져온 듯한 느낌도. 

빈센트 반 고흐, 고갱, 램브란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CoBrA라는 새로운 학파.  코펜하겐, 브뤼셀, 암스테르담의 약자라고. 느낌있는 그림이나 아티스트들이 많아서 검색하면 왜 자꾸 뱀이 또아리를 틀고 나타나는걸까. 

암스테르담에서도 사이트는 확인했고 암스테르담에서도 계속 업무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와이파이가 콸콸콸 터지는 박물관에 들어설 때마다 업무메일을 체크했고 안나랑 인터뷰 프로세싱 확인만 했다. 이게 뭐지, 난 휴가였는데. 머리가 맑아지다가 다시 탁해지다가를 반복했던 5일. 

그래도 더 스테일 작품도 많이 보고 어느 정도 내 인생에 대한 방향은 잡은 것 같다.

2.
첫 미팅에서 느낌이 좋았는데 일도 재밌고 우선 내가 존중받는 느낌이라 좋다. 바쁘다고 하지만 채근대지 않고 내 일을 인정해주는 느낌. 내가 하는 일은 롱리스트 작성에서 숏리스트, 그리고 내 코멘트를 덧붙이는 것. 지난주에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벌써 세 편을 썼다. 그 중에 하나는 영화는 영화다. 평소같았으면 꽤 흥미로운 영화였을 것 같은데 피곤한 상태여서 그런지 그냥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나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영문 시놉시스가 영화 공홈에 엉망으로 되어있는 게 꽤 많아서 영진원 사이트에 앞으로 매일 들어가야 할 것 같다. 

3.
그리고 화요일 미팅에서 앞으로 프로베션(수습?) 끝내고 이제 퍼머넌트 정식 계약하자는 오퍼를 받았다.. 나이라는 내가 이런 소식에도 안웃어서 조금 당황한 듯 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냥 나는 '음 고마워. 근데 이거 내가 작성한 기획안인데, 좀 봐줄래?'하면서 2주전에 자료 뒤져가며 만든 보고서를 제출했으니. 

감정표현이 많은 편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덤덤했을까. 나이라는 내가 그동안 다른 팀멤버들도 많이 도왔고 아이디어도 좋았고 마켓 크기에 비해 꽤 좋은 수치를 내고 있다고 칭찬해줬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편집권이나 제작권한 준다고 엄청난 기회라고, 내 안에 더 많은 걸 보여달라고 그러는데 듣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띵했다. 내가 뭘했던거지? 내가 뭘 더 해야하지? 그리고 내가 더 여기 살아야하는건가?

물론 그동안 업무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기분은 좋았지만 갑작스레 외국 생활이 더 길어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했다. 나는 이 나라에 뼈를 묻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리고 내 전공은 마케팅도 아닌데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갑자기 회의 아닌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4. 
그러던참에 맷이 와서 마음의 안정이 좀 됐다. 오랜만에 홍콩에서처럼 하루 두 탕 영화도 보고 (영화를 보고 온 사이 집의 인덕션이 사라졌다!) 집에 와서는 맥앤치즈+맥주에 밤새 얘기도 하고.

맷은 내가 너무 지레 겁먹고 걱정하는 게 아니냐고 그랬다. 음, 내가 그랬나? 맷은 내가 '이구역의 짱미친년'이었을 때 봤으니 지금의 내가 어색할수도. 

5.
예전의 나는 겁없고 그냥 무턱대고 들이댔다면 요즘은 재고 먼저 고민하고 먼저 끙끙대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텐데. 세상의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내가 다시 움직이고 부딪히며 그 과정이 결국 다시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돌아온다는 걸 배우고 있다. 아 지금 뭐라는거지? 졸려서 머릿속에 생각하는 말이 자꾸 엉키네. 

6.
안나한테 메일을 보내서 내가 지금 사정이 이렇게 됐는데 메일로 집에서 일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원래는 안되지만 나를 잡고 싶으니까 예외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제 wanted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 어느 정도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더 실감난다. 

6.
학부모들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구나.

7. 
여하튼 너무너무 바쁘고 피곤하다. 월요일 여덟시 십삼분 기차를 타며 시작한 한 주가 토요일 일곱시 사십오분에 마감. 그리고 내일 열한시면 또 다시 경기. 이 생활을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나라에 와서 남자복은 없어도 일복은 아주 터지는구나. 

도비는 양말을 받기 전까지 노예입니다. 그렇다면 내 양말은 언제쯤?

Sunday, November 10, 2013

여행간다

1. 집문제가 꼬여서 휴가 전날 집을 다 빼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여행도 빠듯해죽겠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2. 그래도 출발하는 길, 비는 안오네.

3. 목요일 인터뷰는 잘 마쳤다. 화이팅!

4. 이번 여행 목표는 잃어버리는 것 없이 무사히. 

5. 아 쫌!

Friday, November 1, 2013

Amsterdam

1. 
어릴 때는 뭔가를 좋아하면 그 대상에 나를 내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 안되고 오직 그 특정 대상만을 바라보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조금만 고개를 돌려봤다면 더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대학교 과 생활에도 좀 더 참여하고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술은 더 많이 마셨겠지만.


2.
영화를 좋아하지만 내 자신을 영화랑 동일시하고 싶지는 않다. 
축구미디어에서 일한다고 내 삶이 축구로 가득찬다면 슬플 것 같다. 
머리가 좀 차고 나니 세상은 셀 수 없이 많은 층위로 가득하다는 게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한 단면에만 매달려 다른 것을 놓치고 싶진 않다.

3. 
요즘 조금 동기부여도 안되고 내 자신이 일상에 너무 매몰되는 것 같아서 무턱대고 휴가를 썼다. 축구가 내 일상의 전부가 되었지만 그로 인해 내 삶은 더 메말라버린 느낌. 축구를 볼 때 전혀 즐겁거나 흥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에서 틈내서 힐끗힐끗 살피는 야구가 더 꿀맛이었으니.

리그 중에 휴가간다고 했더니 미친 거 아니냐고, 한국담당자가 한국선수 있는 팀이랑 할 때 자리 비우는 게 말이나 되냐고 그러지만 여기서 더 끙끙대면 남은 시간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냥 눈 딱 감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Amsterdam, I Amsterdam, 이제 딱 열흘 남았다! 

4.
올해 생일에 파리에 있었을 때 MCFC 오퍼를 받았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벌써 기대가 된다.  물론 신용카드, 여권, 지갑 잃어버리는 건 이제 사절. 

Thursday, October 31, 2013

바쁜 일상

1. 
폰이 이 지경이 되니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술이고 클럽이고 뭐고 닥치고 돈 모아 G2가 지금 내 인생의 최대의 목표가 되버렸다.

 2. 
요즘 정말 정신이 없었다. 맨날 전날 닥쳐야 그 일을 하고 뭐 하나 끝내면 또 다른 일이 오고. 눈뜨면 월요일인데 다시 정신 차려보면 일요일 저녁인 생활이 한 3주간 지속된 것 같다. 회사에서 표정은 사라지고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다이어리는 몇 장째 텅텅 비어있다.

공과금내는 것부터 집세, 이곳저곳 돈 보낼 걸 다 보내니 벌써 월급 반이 훙 사라졌네. 남들한테 시티 일한다고 하면 '돈 많이 벌겠네'가 제일 먼저 나오는데 음 내가 정말 웃고 말지요.

야근이 끝나고 돌아오면 집안 구석구석이 너저분하고 고장난데도 많아서 사소한 데서 짜증이 난다. 이 집이 내 집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사건건 문제가 생기고, 이걸 왜 내가 해결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발끝부터 차오른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집 키를 잃어버리지를 않나, 화장실 수리한다고 해놓고 욕조는 엉망으로 만들어놓질 않나. 

지금 제일 문제는 나랑 같이 사는 사람들. 내 성격이 모난 건 맞지만 또 이렇게 짜증을 낼 줄이야. 아니면 내가 머리카락 강박증이 있는 게 분명하다. 여자 셋이 살다보니 바닥에 정말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로 굴러다니는데 나만 이게 보이는건가? 왜 내 머리카락도 아닌 게 내 방으로 와당탕 굴러와서 새벽에 움찔하게 하는거지. 

여하튼 지금은 최대한 참고 웃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 짜증이 엄한 회사 동료한테 터져서 그게 문제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도 회사 동료긴 하지만.) 세르지오 미안, 내가 요즘 좀 예민해.

3. 
다시 회사 얘기로 돌아오면 할 말은 많고 머리는 아파온다.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잔인하구나 싶을 정도로. 누군가가 없을 때 뒤에서 비수를 꽂고 앞에서는 웃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지만 인권, 권리를 주장하던 그 입에서 그런 식으로 말이 나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어제 경기 120분동안이 거의 120시간이나 되는 것 마냥 견디기 힘들었다. 전날 술자리에 괜히 갔나 싶고, 사람에 지친 상태? 

경기가 계속 많아지면서 일정도 왔다갔다하다보니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프리즈도 결국 포기하게 됐고 회사가 끝나면 정말 녹초가 돼서 집에 와 텔레비전 보는 게 일상이 됐다. 운동이 뭔가요, 요즘 다시 몸무게는 최고점을 찍으려 달려가고 있는 중. 

4.
그러던 와중에 이번 오퍼는 뜬금없이 찾아온 기회라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이 나라에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이걸 해야하나 싶다. 지금도 이렇게 바쁜데 또 일을 늘릴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다 해낼 깜냥이 될까 싶다. 풀타임은 아니라지만 영화에 관련된거면 따로 내 시간 내서 영화를 봐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깐. 

워킹홀리데이 수기도 쓴다쓴다 해놓고 겨우 마감 직전에야 대충 때려넣은데다가 한글학교 준비는 손댈 엄두도 못내고 있다. 애들이 점점 느는 게 보여서 더 많이 가르쳐줘야 할 때인데 지금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 회사 일은 말도 말아야지. 내가 뭘 주도적으로 할 그런 상황이 아니다. 야근만 안하면 감사. 

그래도 '영화'라는 두 글자, 아니 영어였으니 MOVIE라는 다섯 글자에 다시 마음이 뛰었다. 부산에서 밤새서 영화제 줄을 서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 아카이브를 다 뒤져서 하나하나 다 영화를 보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 라는 말의 어폐를 지금 몸서리치게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영화라면 한 번 다시 해보고 싶다. 

5.
할로윈이고 뭐고 지금 할 일이 태산인데 술이 넘어가나.  두통약을 오늘만 해도 다섯 알은 먹은 것 같은데 머리가 아직도 깨질 것 같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