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쉬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일요일에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있으면 정말 땅끝까지 파고 들어가는데 오늘이 그랬다.
늦잠을 자진 않았다. 여느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네 시 정도?) 어제부터 버거가 먹고 싶어 맥도날드를 갔는데... (물론 이 과정중에 씻고 컴퓨터 두들기고 커피 한 잔 함)
맥모닝으로 바뀌어 버거가 없었다. 뚜이씨.
그리고 다시 집에 와서 또 며칠동안 먹던 메뉴인 시리얼+토스트+커피 조합으로 마무리. 스페셜 케이랑 홀밀+오트밀 식빵은 먹으면 내가 사육당하는 느낌이라 먹다가 자주 내려놓기 일쑤. 아마 이번주 내내 다시 이렇게 먹을 게 빤히 보인다. 음식이 아니라 거의 사료수준.
리버풀에서 행사가 있어 붐빌 것 같아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이불 빨래 남은 것을 마치고 청소기도 좀 돌리고, 그리고 잠시 침대에 누워서 책을 좀 보려고 했는데 눈을 떠보니....오후 세 시. 와 진짜 한 거 없이 하루가 다 사라진 기분이라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났다.
영국은 일요일 다섯 시 이후에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대충 씻고 앉아서 커피라도 마실까 하고 나갔는데..온몸이 정말 천근만근. 잠을 잘 수록 컨디션이 안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벽에 나갈 때 그냥 짐싸서 런던이나 다녀올 걸 그랬나.
이제 이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뭔가 해야할 것 같은데' 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귀중한 하루가 사라졌다. 사실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건 한 켠에 있는 '불안함' 때문이다. 물론 이 불안함이 결국 내 게으른 엉덩이를 일으켜세우고 다시 움직이게 한 건 맞지만, 가끔씩 이렇게 불안함이 극단적인 나른함으로 터져나온다.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을 믿고 또 믿고, 이번처럼 간절해본 적이 없다.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의 속도가 필요하다. 더이상 뒤쳐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