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를 시작한 건 내가 여기 오고 나서 3개월정도 지나고 나서부터였다.
그때까지도 일을 찾지 못했고 아주 매우 많이 지쳐서 뭔가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글이글 터질 때였다. 다행히 일하던 사장님이 좋게 말씀해주셔서 한글학교에 가서 인사 드리고 시작하게 됐다.
처음 우리 반에는 3자매 (현주, 현아, 현지), 쌍둥이(올란도, 제시카), 리안 요렇게였던 것 같다. 맞나?
현주, 현아, 현지는 엄청나게 낯을 가렸고 올란도, 제시카는 정말 애기애기 하던 때라 와.....진짜 애들이 이 말을 영어로 해줘도 모르니 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치냐 이 생각도 들었다.
중간에 정진이도 들어오고 그때 여기 새터민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같은 뜨내기는 이런 여기 사정이나 교육 시스템, 사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에이 레벨이 뭐며 리셉션, 세컨더리, 또 뭐였더라? (사실 아직도 잘 이해는 안간다. 그래머 스쿨이 좋은 학교라는 건 알겠음)
두 번째 학기, 그러니까 2013/14 학기 첫 날에는 애들이 확 늘었다. 작은 교실을 쓰던 학교가 이제 본당을 쓰게 되었고 우리 반에는 여덟 명인가? 올란도랑 제시카는 상애기에서 이젠 어린이로 변신해서 나타났다. 우리 반에는 까불이 윌리암도 들어오고 순딩이 자일이, 그리고 동완이, 정진이, 세 자매까지.
추석땐 송편도 만들고 종이접기도 하고. 김유식선생님이랑 서현씨도 여기를 통해서 알게 된 인연.
사실 술먹고 노는 걸 좋아해서 금요일에 클럽도 가고 싶고 바에도 가고 싶은데 디즈버리에 아침에, 그리고 애들을 상대하려면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라 어느 새부터 금요일=일찍 자는 날이 되버렸다. 회사 사람들이랑 초반엔 금요일만 되면 싱클레어나 딘스게이트에 나갔는데 난 맨날 10시면 사라지는데다가 술도 안마셔서 다들 왜 저러냐고. 게다가 시즌 시작하고 나서는 매일 토요일 아홉시엔 Inside City를 업데이트 해야하는데 학교는 아홉시 반부터라 맨날 텍스트를 메일로 쏘던 기억도 난다.
내가 외국에 산다고 쳐도 나는 아주 즐겁게 놀러 온 개념이기 때문에 실생활이랑은 조금 거리가 멀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해도 나는 홀리데이였는데 매일 이곳에서 어머님들이랑 얘기하고 애들 학교 얘기를 듣다보면 여기는 이게 다르구나.. 하는 게 확 와닿는다. 한국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거랑 여기서 가르치는 거랑 방식도 다르고, 주의해야 할 점도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여기서는 안전에 대한 조항들이 훨씬 더 강하고 또 스킨쉽에 대한 이해가 한국이랑은 조금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게 낯설고 어색했다. 또 수업시간에 애들한테 '그냥 좀 외워'라고 속으로는 한 1000번 생각하고 앞에서 1번 말하는 게 일쑤였다.
사실 지난 2월? 이때는 거의 방전까지 갈 뻔 했다. 영화 일도 하고 있는데다가 회사의 다른 업무까지 과중이 된 상태에서 개학을 해버렸던 것. 내가 지쳐있으니 애들을 봐도 표정이 시무룩하니 애들한테도 그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무척 아쉽다.
올란도는 맨날 나한테 '선생님 처음 봤을 때 기억난다'고 한다. 나도 기억 안나는 걸 (내눈엔) 상애기인 니가 기억하니, 싶지만 그래도 애가 나를 챙겨주는 게 기특하고 고맙다. 제시랑 올리는 1년 반 동안 앞니도 갈고 애들이 말도 엄청 늘었다. 나름 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와서 쫑알대는 게 정말 예쁘다. (이런 얘기를 쓰는 나 자신이 놀랍다.!)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 세 시간동안 한국어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고, 그리고 나도 애들을 점점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익숙해졌다. 참전 용사를 만날 흔치 않은 기회도 얻었고. 어머님들이랑 얘기하면서 어떻게 윗사람들이랑 대화해야할 지 같은 잔스킬도 배운 것 같다.
다문화가정이 큰 문제인데 여기 학교는 다문화가정이 아닌 집을 찾는 게 더 힘들었고 거기에 새터민도 곁들여 정말 흔하게 볼 수 없는 복잡한 사회 조직에서 일년간 있다보니 느낀 게 많다. 이건 나중에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써봐야지.
여튼 오늘 학교가 끝났다.
이제 더이상 토요일 아침에 43번을 타고 디즈버리 팔레틴 로드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 애들 손도 못잡던 내가 이젠 애를 안고 업고 거기다가 애들한테 우쭈쭈도 한다. (사진에 찍힌 내 엄마미소가 나도 낯설다.)
애들이 어려서 나를 언제까지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가 됐건 한국어로 또박또박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하는 애들을 만나고 싶다.
그때까지도 일을 찾지 못했고 아주 매우 많이 지쳐서 뭔가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글이글 터질 때였다. 다행히 일하던 사장님이 좋게 말씀해주셔서 한글학교에 가서 인사 드리고 시작하게 됐다.
처음 우리 반에는 3자매 (현주, 현아, 현지), 쌍둥이(올란도, 제시카), 리안 요렇게였던 것 같다. 맞나?
현주, 현아, 현지는 엄청나게 낯을 가렸고 올란도, 제시카는 정말 애기애기 하던 때라 와.....진짜 애들이 이 말을 영어로 해줘도 모르니 한국어는 어떻게 가르치냐 이 생각도 들었다.
중간에 정진이도 들어오고 그때 여기 새터민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나같은 뜨내기는 이런 여기 사정이나 교육 시스템, 사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에이 레벨이 뭐며 리셉션, 세컨더리, 또 뭐였더라? (사실 아직도 잘 이해는 안간다. 그래머 스쿨이 좋은 학교라는 건 알겠음)
두 번째 학기, 그러니까 2013/14 학기 첫 날에는 애들이 확 늘었다. 작은 교실을 쓰던 학교가 이제 본당을 쓰게 되었고 우리 반에는 여덟 명인가? 올란도랑 제시카는 상애기에서 이젠 어린이로 변신해서 나타났다. 우리 반에는 까불이 윌리암도 들어오고 순딩이 자일이, 그리고 동완이, 정진이, 세 자매까지.
추석땐 송편도 만들고 종이접기도 하고. 김유식선생님이랑 서현씨도 여기를 통해서 알게 된 인연.
사실 술먹고 노는 걸 좋아해서 금요일에 클럽도 가고 싶고 바에도 가고 싶은데 디즈버리에 아침에, 그리고 애들을 상대하려면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라 어느 새부터 금요일=일찍 자는 날이 되버렸다. 회사 사람들이랑 초반엔 금요일만 되면 싱클레어나 딘스게이트에 나갔는데 난 맨날 10시면 사라지는데다가 술도 안마셔서 다들 왜 저러냐고. 게다가 시즌 시작하고 나서는 매일 토요일 아홉시엔 Inside City를 업데이트 해야하는데 학교는 아홉시 반부터라 맨날 텍스트를 메일로 쏘던 기억도 난다.
내가 외국에 산다고 쳐도 나는 아주 즐겁게 놀러 온 개념이기 때문에 실생활이랑은 조금 거리가 멀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해도 나는 홀리데이였는데 매일 이곳에서 어머님들이랑 얘기하고 애들 학교 얘기를 듣다보면 여기는 이게 다르구나.. 하는 게 확 와닿는다. 한국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거랑 여기서 가르치는 거랑 방식도 다르고, 주의해야 할 점도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여기서는 안전에 대한 조항들이 훨씬 더 강하고 또 스킨쉽에 대한 이해가 한국이랑은 조금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게 낯설고 어색했다. 또 수업시간에 애들한테 '그냥 좀 외워'라고 속으로는 한 1000번 생각하고 앞에서 1번 말하는 게 일쑤였다.
사실 지난 2월? 이때는 거의 방전까지 갈 뻔 했다. 영화 일도 하고 있는데다가 회사의 다른 업무까지 과중이 된 상태에서 개학을 해버렸던 것. 내가 지쳐있으니 애들을 봐도 표정이 시무룩하니 애들한테도 그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무척 아쉽다.
올란도는 맨날 나한테 '선생님 처음 봤을 때 기억난다'고 한다. 나도 기억 안나는 걸 (내눈엔) 상애기인 니가 기억하니, 싶지만 그래도 애가 나를 챙겨주는 게 기특하고 고맙다. 제시랑 올리는 1년 반 동안 앞니도 갈고 애들이 말도 엄청 늘었다. 나름 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와서 쫑알대는 게 정말 예쁘다. (이런 얘기를 쓰는 나 자신이 놀랍다.!)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 세 시간동안 한국어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고, 그리고 나도 애들을 점점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익숙해졌다. 참전 용사를 만날 흔치 않은 기회도 얻었고. 어머님들이랑 얘기하면서 어떻게 윗사람들이랑 대화해야할 지 같은 잔스킬도 배운 것 같다.
다문화가정이 큰 문제인데 여기 학교는 다문화가정이 아닌 집을 찾는 게 더 힘들었고 거기에 새터민도 곁들여 정말 흔하게 볼 수 없는 복잡한 사회 조직에서 일년간 있다보니 느낀 게 많다. 이건 나중에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써봐야지.
여튼 오늘 학교가 끝났다.
이제 더이상 토요일 아침에 43번을 타고 디즈버리 팔레틴 로드에서 내리지 않아도 된다. 애들 손도 못잡던 내가 이젠 애를 안고 업고 거기다가 애들한테 우쭈쭈도 한다. (사진에 찍힌 내 엄마미소가 나도 낯설다.)
애들이 어려서 나를 언제까지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가 됐건 한국어로 또박또박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하는 애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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