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6/2014
@ Corner House Martinee Classics
Gone with the Wind
Director : Victor Fleming
Starring : Clark Gable, Vivien Leigh
1. 총 240분, 인터미션도 한 번 있던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Ash', 'Ashley'하고 애간장 녹듯 말하던 비비안 리의 목소리였다. 나도 저런 애교를 연습해야하나, 비비안 리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목소리, 손동작을 보면서 저건 배워야겠다 하는 생각이 수십, 수백 번 오갔다.
2. 원작을 읽은 지 하도 오래된데다가 책이 문고판이라 앞뒤내용 싹둑 잘라버리고 정말 condense 한 내용만 담고 있어서 영화가 오히려 설명이 더 자세한 느낌이었다.
3. 이 영화에서 회자되는 건 비비안 리가 코르셋을 조이던 모습, 그리고 Rhett의 "Frankly dear, I don't give a damn"하고 내뱉고는 유유히 타라를 떠나는 장면이다. 사실 커튼을 가지고 만든 초록 드레스도 클리셰로 커스텀 역사에서 회고되지만, 난 그 허리의 태슬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라 (정직하게 나 커튼이오! 라고 써있는 옷) 그닥 와닿지 않았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들던 커스텀은 타라에서 일하면서 입던 옷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베이지색의 타이트한 상의에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밑에는 푹 퍼진 스타일 옷을 보면서 역시 모든 패션의 완성은 몸매구나 하면서 잠깐 내 배를 내려다보니 (....)
3. 영화는 스칼렛 오하라가 'forever wild'하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이리저리 남자들한테서 불나방처럼 오가면서 자기미모를 과시하던 그 장면은 강하고 단단해보이는 스칼렛이 오히려 가장 불완전하고 애정에 굶주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4.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몇 가지 꼽자면 첫 번째는 인터미션 직전에 나오는 "I'll never be hungry again"이라고 스칼렛이 말하면서 페이드 어웨이 하는 샷이었다. 이건 아마 내 상황이랑 맞물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참, 별게 다 와닿는다. 죽어라 한 번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자기연민, 동질감, 다시 한 번 해보자 하는 정신 승리 등등 여러 감정이 함께 오갔다.
또 하나는 스칼렛이 둘째를 갖게 되던 그날 밤이 지나고 아침에 침대에서 그 뿌듯한 표정. 스칼렛도 여자였구나, 여자로서 행복감을 표정으로 환하게 드러내보이던 그 장면이었다. 애를 낳고서 허리가 20인치가 되었다고 투덜대다가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룻밤이 그렇게나 행복했을까. 그러면서도 정작 이걸 레트한테 표현도 못하고 레트는 버니를 데리고 런던으로 떠난다. 이렇게 사람이 서로를 지독하게 사랑하면서도 끝까지 엇갈릴 수 있구나, 사랑했어도 인연이 아닐 수 있구나. 그렇다면 인연, 운명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그럼 내 인연과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혹여나 내가 스칼렛처럼 자기 오만에 빠져 정작 내 운명은 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럼 그 지나간 운명은 어쩌지 하는 불안함까지 그 찰나의 순간에 왔다 갔다. (그만큼 요즘 간절하다...)
5. That's your misfortune이라며 작별의 말을 고하고 무심히 떠나는 레트가 가여웠다. 그 떠나는 순간, 아니 damn이라고 내뱉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오히려 가장 사랑했던 스칼렛, 그리고 스칼렛을 똑 빼다 닮은 버니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다. 미친 듯 사랑했던 여자를 한 순간에 떠나보내는 순간의 마음은 어떨까? 근데 그게 돼나? 미련과 집착, 후회의 아이콘인 나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 안된다.
6. 보기 전에는 240분이라는 영화 시간이 엄두가 안났지만, 보는 내내 오히려 영화가 너무 빨리 흘러갔다. 레트 버틀러의 투박한 말투, 스칼렛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의 묘한 밸런스가 듣기 좋았고 영화 내내 보이던 미국 남부의 광활한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7. 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이 뻔뻔해서가 아니라 절망에 부딪혔다가 다시 극복하고, 이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확신과 자기애가 기반이 되야 할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I'll think of some way to get him back , 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말하면서 또 한 번 부딪히자고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8. 누군가가 나를 레트처럼 미친 듯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태양의 나만 바라봐 노래가사처럼 내가 뭘 하든지간에 나만 계속 쳐다봐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 셀프 쉴드. 내가 개를 풀건 내가 진상짓을 떨건 내가 개미짓을 하건, 뭘 어쨌건 간에 나만 봐라줄 사람이 한 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9. 어째 영화평을 쓴다 해놓고 결론은 나 외롭다가 되는 거지?
@ Corner House Martinee Classics
Gone with the Wind
Director : Victor Fleming
Starring : Clark Gable, Vivien Leigh
1. 총 240분, 인터미션도 한 번 있던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Ash', 'Ashley'하고 애간장 녹듯 말하던 비비안 리의 목소리였다. 나도 저런 애교를 연습해야하나, 비비안 리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목소리, 손동작을 보면서 저건 배워야겠다 하는 생각이 수십, 수백 번 오갔다.
2. 원작을 읽은 지 하도 오래된데다가 책이 문고판이라 앞뒤내용 싹둑 잘라버리고 정말 condense 한 내용만 담고 있어서 영화가 오히려 설명이 더 자세한 느낌이었다.
3. 이 영화에서 회자되는 건 비비안 리가 코르셋을 조이던 모습, 그리고 Rhett의 "Frankly dear, I don't give a damn"하고 내뱉고는 유유히 타라를 떠나는 장면이다. 사실 커튼을 가지고 만든 초록 드레스도 클리셰로 커스텀 역사에서 회고되지만, 난 그 허리의 태슬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라 (정직하게 나 커튼이오! 라고 써있는 옷) 그닥 와닿지 않았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들던 커스텀은 타라에서 일하면서 입던 옷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베이지색의 타이트한 상의에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밑에는 푹 퍼진 스타일 옷을 보면서 역시 모든 패션의 완성은 몸매구나 하면서 잠깐 내 배를 내려다보니 (....)
3. 영화는 스칼렛 오하라가 'forever wild'하던 시절부터 시작한다. 이리저리 남자들한테서 불나방처럼 오가면서 자기미모를 과시하던 그 장면은 강하고 단단해보이는 스칼렛이 오히려 가장 불완전하고 애정에 굶주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4.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몇 가지 꼽자면 첫 번째는 인터미션 직전에 나오는 "I'll never be hungry again"이라고 스칼렛이 말하면서 페이드 어웨이 하는 샷이었다. 이건 아마 내 상황이랑 맞물려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참, 별게 다 와닿는다. 죽어라 한 번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자기연민, 동질감, 다시 한 번 해보자 하는 정신 승리 등등 여러 감정이 함께 오갔다.
또 하나는 스칼렛이 둘째를 갖게 되던 그날 밤이 지나고 아침에 침대에서 그 뿌듯한 표정. 스칼렛도 여자였구나, 여자로서 행복감을 표정으로 환하게 드러내보이던 그 장면이었다. 애를 낳고서 허리가 20인치가 되었다고 투덜대다가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룻밤이 그렇게나 행복했을까. 그러면서도 정작 이걸 레트한테 표현도 못하고 레트는 버니를 데리고 런던으로 떠난다. 이렇게 사람이 서로를 지독하게 사랑하면서도 끝까지 엇갈릴 수 있구나, 사랑했어도 인연이 아닐 수 있구나. 그렇다면 인연, 운명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그럼 내 인연과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혹여나 내가 스칼렛처럼 자기 오만에 빠져 정작 내 운명은 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그럼 그 지나간 운명은 어쩌지 하는 불안함까지 그 찰나의 순간에 왔다 갔다. (그만큼 요즘 간절하다...)
5. That's your misfortune이라며 작별의 말을 고하고 무심히 떠나는 레트가 가여웠다. 그 떠나는 순간, 아니 damn이라고 내뱉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오히려 가장 사랑했던 스칼렛, 그리고 스칼렛을 똑 빼다 닮은 버니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다. 미친 듯 사랑했던 여자를 한 순간에 떠나보내는 순간의 마음은 어떨까? 근데 그게 돼나? 미련과 집착, 후회의 아이콘인 나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 안된다.
6. 보기 전에는 240분이라는 영화 시간이 엄두가 안났지만, 보는 내내 오히려 영화가 너무 빨리 흘러갔다. 레트 버틀러의 투박한 말투, 스칼렛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의 묘한 밸런스가 듣기 좋았고 영화 내내 보이던 미국 남부의 광활한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7. 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이 뻔뻔해서가 아니라 절망에 부딪혔다가 다시 극복하고, 이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확신과 자기애가 기반이 되야 할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I'll think of some way to get him back , 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말하면서 또 한 번 부딪히자고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8. 누군가가 나를 레트처럼 미친 듯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태양의 나만 바라봐 노래가사처럼 내가 뭘 하든지간에 나만 계속 쳐다봐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 셀프 쉴드. 내가 개를 풀건 내가 진상짓을 떨건 내가 개미짓을 하건, 뭘 어쨌건 간에 나만 봐라줄 사람이 한 번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9. 어째 영화평을 쓴다 해놓고 결론은 나 외롭다가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