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17, 2015

투명인간

올해 처음으로 읽은 한국 소설, 그리고 처음으로 다 읽은 책.

요즘 책을 읽을 때마다 종류가 어찌 되었건 자꾸 폰을 만지면서 서평을 더 덧댔더니 책 읽는 수가 줄었다.

특히 요즘 나오는 한국 작가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국어인데 무슨 말인가' 싶은 포인트가 많아서 소설은 안 읽은지가 거의 몇 년째다.  (물론 김훈 선생님은 제외)

투명인간은 한 남자의 얘기다. 가족 속에서, 사회 속에서 어우르며 그 시대의 역사와 얽힌 이야기를 아주 빠르고 재밌게 전한다. 어머니의 입에서, 둘째 여동생의 입에서, 주변 동창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시대의 층을 하나하나 쌓아 그 시간을 만든다.

읽으면서 생각나던 건 바진의 '가'였다. 그때처럼 가슴이 답답하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족쇄가 또 다시 옭아매는 것 같았다. 

"내가 해야지", "내가 해줄게", "가족인데그럼"

이런 말들이 결국 개별성을 지워나간다.

숨이 막히면서 답답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휘리릭 하고 읽어내려갔다. 

결국 작가의 말에서 투명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함께 해야한다고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니 나한테 더 깊게 남은 건 '인생은 혼자다. 관은 1인용. 나빼고 남이다.'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잘 살자. 잘하고 있는 걸까.

Saturday, January 31, 2015

청소

혼자 살 때 나는 청소를 사랑했다. 홍콩 기숙사에서는 내 방의 '룸메이트' 머리카락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했고, 시티에 살 때는 카페트의 머리카락을 일일이 브러쉬로 긁어댔다. 샤워를 하고는 매일 배쓰텁을 청소했고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말려놨다. 나 혼자 쓰는 욕조라 좀 대충 해도 됐겠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몸만 깨끗하고 정작 사는 곳은 시궁창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나 혼자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 때 배운 식초와 밀가루 조합의 위대함을 한국에서 꼭 써먹어야지 하고 큰 꿈을 안고 돌아왔다.

그런 다짐이 아쉬울세라, 한국에 오고 나니 정말 내 집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청소에 대한 내 열정은 급격히 식었다. 언제나 엄마가 있었고, 아빠가 있었다. 물론 내 방의 머리카락은 열심히 주웠고 나 나름의 규칙을 세워 내 방의 먼지는 '깨끗한 나의 기준'에 맞출 정도로는 살았다. 

오늘 샤워를 하다 보니 내가 집에서 한 번도 욕실 청소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왜지? 한국에서 고무장갑을 공수받아가면서 청소를 하던 내가 여기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멍해졌다. 청소를 어떻게 할 지 몰라 안쓰는 호텔 어메니티용 칫솔 하나를 집어 그냥 문지르기 시작했다. 주말 아침에 엄마가 하는 걸 보기만 하고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결국 나는 수도꼭지에 머리를 찧어 상처가 났고 온몸에 다시 두드러기가 났다. 항상 비좁다고 생각한 우리집 화장실이 새삼 올드 트래포드마냥 크고 크고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졌다. 

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유아인의 글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엄마가 지금 쓰는 휴대폰 알람의 대신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이면 알아서 깨워주고 밥 먹여주고 용돈 쥐여 엉덩이 두드리며 투정쟁이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 나는 그 용돈을 택시비로 쓰고 학교에 가서는 친구에게 빌붙어 딸기 우유를 마셨다. 엄마가 내게 제공한 집과 밥과 온갖 금품과 용역은 모두 다 공짜였다. 그때는 공짜인지도 몰랐다. 감사한지도 몰랐고 그래서 더 뻔뻔스럽게 일방적으로 누리던 사랑이었다. 내게 공짜를 주는 것은 엄마밖에 없다. 공짜가 공짜인 줄 모르고 살다가 엄마의 공짜 밥상이 10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이제 와 감격스러워지자 모정이 부채가 되어 뒤통수를 때린다. 

나도 결국 엄마의 희생과 아빠의 노력을 무상으로 뻔뻔하게 얻어먹고 있던 게 아닐까. 나는 내가 잘나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거라고 떠들었지만 거기에는 밤잠을 설치던 엄마와 내 전화 한통에 달려와주던 아빠가 있었다. 어디서든 다 주어질 권리라고 여겼지만 이건 결국 내가 누리던 특권이었다. 수도꼭지에 부딪혀 욱신거리는 이마가 나한테 정신차리라고 머리를 쾅쾅 두드려준 셈이다.

이렇게 말을 하지만 천성에 퉁명함이 3할은 되는 내가 엄마말을 고분고분히 듣거나 아빠한테 사근사근하게 할 것 같지 않다. 다만 내 마음이 뻔뻔함으로 더 번들거리면서 더러워지지 않게 열심히 닦아내야겠다. 

Tuesday, December 16, 2014

Memory_01


Sunday, December 14, 2014

2014

Addiction
Five Guys Cheese burger, Monster Pizza, Seoul Cream Stout (The Booth)

App
Instagram, WeChat

Book
Journalism (Joe Sacco), Colorless Tsukuro Tazaki and His Years of Pilgrimage (Haruki Murakami)

Exhibition
Mondrian (Tate Liverpool), Gilbert & George (Whitechapel)

Film
Guardians of Galaxy, HAN Gongju, King of Jokgu, Boyhood

Gallery
Centre Pompidou (Paris)

Lost
Phone, Laptop, 2 Molskin-schedulers, adidas track top, 2 Pencil cases, 
1 debit card, a few coins and a few notes....

Match
11.05.2014 City v West Ham 
21.09.2014 City v Chelsea

Perfume
Dirty (Lush)

Song
Amnesia (5SOS),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Marvin Gaye& Tami Terrell)

Travel
Paris, Hong Kong, Taipei, New Castle

Rating of 2014 (by 14/12/2014)
3.5/5

Saturday, December 13, 2014

13/12/2014

뭔가 나사가 빠졌다.
잠도 엄청나게 늘었고, 술도 엄청나게 늘었다.

내년에는 뭔가 달라질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이젠 없다.

그냥....그렇게. 그냥 그렇다. 

집에 인터넷이 나가서 동네 카페에 와있는데 다들 이것저것 바빠보인다.
나도 뭔가 해야할 것 같고 누군가 만나야할 것 같은데 뭘 해야할 지, 누굴 만날지 잘 모르겠다.

너무 바쁘게 달려서 그런지 마지막 마무리가 시시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새해를 음력으로 땆디고 있긴 한데, 그래도 다들 설레고 뭔가 하는 이 와중에. 나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이 의무감과 강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Sunday, November 30, 2014

마지막

11월도 진하게 바쁘게 보냈다.

막내는 수능을 잘 봤고 바로 이어진 첫 클라이언트 미팅도 잘 끝났다. 무사히 마치고 타이페이로 날아가 만난 헤디는 일도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였다. 팀 사람들이랑 스카이프를 하는데 한국에 온 지 고작 두 달하고 3주밖에 안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출장기간을 빼면 집에 두 달 있었구나.

이제 한 달 남았다. 정말 몇 년만에 겨울 자켓들을 샀다. 맨체스터가 춥다고 궁시렁대더라도 한국의 그 칼바람만할까 싶다. 내일은 눈도 온다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올 한 해를 정리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이상하다. 잡스의 말처럼 살면서 그간 찍어온 점 중에서 조금 굵고 진하게 찍혔다. 이 점이 어딘가를 향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년 생각을 하니 머리가 멍하고 답답하다. 작년에는 이런 생각을 할 힘조차 없었는데, 다시 뭔가 기회가 열리니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가 과연 바라는 길이 뭘까, 고민과 불안함은 여전히 언제나 그랬던 내 동반자처럼 옆에 있고 지금부터 다시 밀린 업무메일을 켰더니 현실은 또 다시 내 어깨를 꾹 누른다.

12월, 마무리 잘 하자.

2015년 토정비결을 미리 살짝 봤는데 관운도 좋고 결혼운도 있다고 한다. 빨리 2015년이 오길 바라는 이유가 이건지도.


Sunday, November 9, 2014

먼지

먼지같은 일만 하다가 먼지가 되어버렸다는 미생의 말이 자꾸 맴돈다.

물론 내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작은 일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도 맞다. 물론 당연히 맞다. 나같은 초짜가 뭘 더 하겠나.

그런데 이 길이 아예 내 길이 아니라면?

뭐가 뭔지도 모를 하루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