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 be king for a night than schmuck for a lifetime.
1.
나는 안전한 길을 택하는 편이다. 항상 플랜 B, 아니 플랜 D까지는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일을 진행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리고 100% 전력을 다하려는 순간 슬그머니 힘을 빼버린다. 그게 더 편하다. 나중에 실패했을 때 '아 나 대충했어'라고 쿨한 척 넘겨버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실패할 상황까지 가정하고 그 후의 나를 추스릴 꼼수까지 챙겨놓는다.
이 영화에서 루퍼트는 나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직업도 뭔지 모르겠고 (이건 나랑 비슷) 연기를 잘하는건가? 영화에서 루퍼트는 자기가 talented라고 하는데 이걸 인정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자기는 무대에 서서 코미디를 할 거라고 끊임없이 떠벌린다.
루퍼트가 제리의 사무실에 끊임없이 찾아가서 무한정 기다릴 수 있던 것도 자기의 '천재성'에 대한 믿음때문이었다. 그래서 플랜B나 실패를 예상하고 만든 핑계는 없었다. 그냥 하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결국 납치극을 벌이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에도 당당하다. 범죄자의 몸이지만, 자신은 무대에 올라야 하는 코미디언이라는 뻔뻔함이 부조리를 만든다. 죄를 지은 사람이 오히려 당당한 상황이고 죄를 안 지은 제리는 어떻게 보면 천재를 인정해주지 않는 낡은 코미디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2.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루퍼트가 정말 너무 이해가 안갔다. 이 영화 자체가 그냥 이상했다. 행오버나 듀데이트처럼 아주 뻔뻔함이 흘러 넘치는 미국식 코미디같아서 온몸에 경기를 일으켰다.
듀데이트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뻔뻔했던 에단의 모습이 루퍼트랑 겹쳐 보였다. 왜 저래? 미친 거 아냐? 열정도 나름이지, 니 열정에 남을 괴롭히지 말라고 속으로 백번 천번은 외쳤다.
몇년이 지나고 다시 보니 그런데 나는 저렇게 뻔뻔하게 내 길을 찾아간 적이 있었나 싶다. 내 길이 뭔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보단 자꾸만 안전성과 불확실성을 머리로 계산했고 한 번도 순수하게 뭔가를 해본 적은 없다. 이성적이라는 틀 뒤에서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투자에서 최대 결과만을 바라던 참이었다.
3.
리타 패션과 1980년대 뉴욕의 모습을 보면서 한 번만 저 풍족했던 시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버블이나 이때처럼 풍요로움이 사회에 넘쳐 흘렀던 그런 사회에 살아보고 싶다.
4.
하룻밤의 왕으로 살 용기가 나한테는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지만 글쎄..
지금까지도 뭘 하고 싶은 지 잘 모르겠다. 왕이 되기에 이미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그냥 이 생각을 하다보면 평생을 이런 멍청이로 비비적대다가 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