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흙수저라고 자조(自嘲)해본 적은 없다. 내가 원하는 행복은 내 능력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항상 있었다. 한국에서건 외국에서건 어느 정도로 바라던 만큼은 이뤘고 꽤 많은 경험을 단시간에 쌓은 편이니까.
요즘 몇 개월동안 몰려온 실패는 이십여년을 걸쳐 쌓아온 이 믿음을 와장창 무너뜨렸다. 왜? 왜 내가 안되는 걸까? 하고 묻다보면 그 이면에 뭔가 음모가 있을 거란 의심이 들었고 그렇게 음모에 이유를 덮어씌우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핑계를 주었고 나 자신을 그렇게 지켜나갔다.
이 글을 페이스북인가에서 보는데 많이 부러웠다. 뭔가를 미친듯이 해보라는 그 말투에서 건강한 용기와 씩씩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몇년 전의 나한테도 분명 있었을 모습인데.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행복했고, 하루하루가 즐거운 모험이었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즐거워서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인 적도 종종 있었다. 물론 옛날일이다. 지금은 지친 눈을 하고 눈부비다 시간이 끝나면 노트북을 칼같이 접고, 동태눈을 하고 티비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들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꿈속에서도 소망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며 나 스스로를 위로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자조(自助)하면서 자랐던 걸 몇 달간 잊고 살았다.
올해 다시 나는 나를 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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