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기로 했으니 뭔가 써야할 것 같은데 할 말이 없다. 말라 비틀어져가는 느낌이다.
겨울에는 항상 이런 느낌이었다. '나만 힘들고' '나만 외롭고' '나만 이렇게 모자라고' '나만'의 연속. 이렇게 자기 연민에 빠져서 나 스스로를 가여워하며 긴 겨울을 날려먹고는 허둥지둥 봄을 맞이하곤 했다. 이 때의 우울함이 힘들었지만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이 봄에는 손에 '뭔가' 잡히곤 했다.
오늘은 입춘이고 내일모레면 음력 설이다. 이제 정말 움직여야 하는데. 나이 쫌 먹었다고 '아 이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움튼다. 예전에는 치열하게 사는 삶이 행복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처음인 것마냥 뭘 어떻게 해야할 지도 감이 안잡히는 상황. 이생망에 3포, 5포, 헬조선에..사회가 다들 '내려놓고' 사는 게 유행이 되버려서 열심히 살려고 하면 오히려 '뭘 그렇게까지 해야하나'하고 다시 나를 의심하게 된다.
경쟁에 지친 사람이 있다면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나다. 뭔가에 쪼이면서 극단까지 가서 '뽝' 일을 할 때의 긴장감이 너무 좋다. 현이 조여져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뭔가 자극과 압박이 있어서 각이 잡혀야 아웃풋이 나오는 성격인 것 같다. 문제는 지금 나한테 이런 조임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주변에서는 내가 유해져서 보기 좋다고 하고 나도 그 말을 들으면서는 웃지만 속에서는 애가 탄다. 이렇게 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아닌 상태로 흐물흐물 무너져버리는 느낌이다. 예전처럼 예민하고 날선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 동기를 도저히 못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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