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12, 2016

검사외전(A Violent Prosecutor, 2016)

1.
뻔하게 웃기다. 내 예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영화는 진행된다. 특히 법정씬의 경우에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그 트릭을 봤을때 속으로 '설마 ******하진 않겠지' '제발 **** 하지마'라고 간절히 바랐는데 영화는 그대로 끝났다.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허술함이 넘치지만 강동원이 이 허술함의 구멍을 외모로 메웠고 황정민이라는 중장년층에 잘 먹히는 카드 한 장, 그리고 박성웅이 조연에서 열심히 일한다. 감독이 황정민 강동원 캐스팅 됐다는 소리 듣고 10분간 울었다는데 10시간 울면서 감사기도 올려도 모자라다.

어디선가 인터넷에서 웃겼을 유머 (붐바스틱, 영호남+학벌 농담)와 어디선가 본 듯한 뻔뻔한 사기극(캐치미 이프유캔, 벽에 그리는 건 아주 좋게 봐서 프리즌 브레이크)이 배우들이랑 잘 맞아떨어졌다. 하나하나 왜 이건 이래?(칼빵은 어디로?) 하고 따지다보면 끝도 없겠지만 128분동안 감독이 '웃으세요' 하는 부분에서는 웃고 '그냥 보세요' 하는 부분에서는 그냥 웃다 나왔다. 연휴 내내 복잡한 머리를 식힌다는 목적에는 100000% 부합할 수 있는 영화다.

2. 
영화 배급사를 봤을 때부터 아 어느 정도 성공은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 쇼박스는 2000년대부터 잘해온 회사다. 그동안 롯데가 뜨고 지고 씨제이가 몇 번의 큰 삽질을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중박 이상은 쳤고 상업영화로 해외 영화제에서도 먹힐 만한 작품을 몇 개 만들었다. 

문제는 영화 시간표다. 
트위터에서 버스 배차간격이라고 올라온 영화 시간표도 그렇고, 정말 왜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이 영화를 몰아주는 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몰렸다. CJ 계열 영화가 없기도 하고, 롯데는 로봇, 소리가 생각보다 너무 저조해서 여기에 내주고 자리 채우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러다보니 이 영화가 갑자기 '대형 배급사 빽을 받은 저질 한국 상업영화'의 대표주자로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상황이 돼버렸다.

천만이상의 영화가 하나 나오는 것보다 500만짜리 두 편이 나오는 게 시장에 선택할 '껀덕지'를 준다. 이 영화도 원래는 500짜리 선택지가 됐으면 이 엉성함도 데뷔작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을 거고 줄거리의 뻔한 진행도 그냥 설날용 즐거운 오락영화로 하하호호 끝났을거다. 차기작에서도 꽤 괜찮은 감독이라는 인상을 남길만한 장면(교도소를 힙하게 꾸며놓은 건 감탄했다. 강동원의 외모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인건가)도 군데군데 있었다. 


사실 감독이 욕먹을 건 아니고 이건 회사들이 욕먹어야 한다. 앞으로 개봉 스케줄 봐도 그닥 좋지만은 않아서 이런 영화가 몇 개 더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이 든다.


3. 
강동원은 그냥 경상도 대표미남배우로만 일해야 할 것 같다. 미국만 봐도 사투리 빡 쓰는 미남배우들 많은데 그 길을 이끄는 개척자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을텐데. 적어도 표준어 쓰는 연기보다는 훨씬 보기 좋다.

황정민은 조연출연이더라도 곡성이 이 영화보다는 잘돼야 한다. 그래야 AAAAA 연속이던 필모에 적어도 뭔가 하나 다른 방점이 찍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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