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30, 2014

2014 상반기 결산

1. 일

영화일은 물 흐르듯 잘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 영화 신작이 기내 항공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게 많아서 머리를 쥐어짜고 예전 아카이빙을 뒤져야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재밌다. 

축구일은 다이나믹했다. 뭐 이것저것 미디어쪽에서 진행도 많이 해보고, 내 나름의 achievement도 있었지만 그만큼 힘들었다. (힘들면 살이 쫙 찌는데 12월 말부터 한 8킬로 쪘음) 일한지 1년만에 우승도 두 번이나 했고 꽤 재미는 있었는데 정말 빡셌다. 주말이 없는 건 물론, 오프없이 축구만 보려니 돌 지경. 

뭐 축구 좋아하면 맨날 축구만 보고 살면 행복할거라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새벽 한 시에 들어와 집을 보니 쌓여있는 빨래, 텅빈 냉장고, 그리고 내일도 또 경기가 있네? 남들은 가족, 친구랑 보낼 크리스마스 박싱데이날도 나는 일을 했고 새해에도 나는 일을 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일과 개인생활이 분리가 안돼서 슬럼프가 왔고 모든 '일'에 대한 회의가 들어 늘어난 고무줄처럼 축 쳐진 상태. (현재까지)

베를린에 가서도 노트북 잡고 일을 하고 있었고 오프가 있더라도 결국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내 생활을 명확하게 할 필요성을 느꼈다.


2.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뭐 안돌아가도 그만 가도 그만, 어디든 일하는 게 내 집이요 라는 생각이다. 딱히 한국 음식이 그립다거나 한국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건 점점 사그라들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만 가득하다. 


3. 

영화
한공주

음식
Five Guys Bacon & Cheese


GAIL의 Almond Croissant

전시
Tate Liverpool - Mondrian

여행
뉴캐슬 당일치기 - Angel of the North

발견
Lush Dirty Body spray

4. 

+
8kg
레시피


5. 

-
취미




Wednesday, June 25, 2014

망중한

외항사일수록 한국 영화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
보통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5개월 단위로 돌리는데 대한항공은 한 달에 한 편씩 새로 넣고 할리우드에 더 힘준 것 같다. 아시아나는 홈페이지 아카이빙도 잘 안되어 있어서 그동안 밀린 기록을 모으려던 나는 FAIL...내 클라이언트의 경우 한 달에 두 편은 기본 베이스로 깔고 정말 박터지는 사이클일 때는 세 편까지 가져가고 있다. 곧 클래식도 들어갈 예정 (내가 셀렉했기 때문에 내 취향 100% 사랑해요 이창동!)

영화사로 보면 롯데는 중박 (결혼전야, 플랜맨, 피끓는 청춘같은 중급 버짓이 계속해 나옴) CJ는 생각보다 기대 이하. 무비꼴라쥬가 오히려 내 취향이긴 한데 이건 인플라이트에 넣기엔 좀 힘든 주제가 많다. 핫한 영화사는 역시 N.E.W., 인디 영화도 좋은 영화는 다 여기 제작/배급. 반년쯤 일하고 나니 이 회사 영화는 믿고 보게 된다.

요즘 한국 영화가 자꾸 NC 17정도의 조폭 영화나 테러, 사고, 납치, 강간, 동성애 코드가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음, 블록버스터로 파이가 커지는 것도 좋지만, 그러려면 밑에서 마켓을 지탱해줄 가족 드라마 장르가 버텨야되는데. 아 여튼 일하기 싫다..... 지금 내 비행기표도 못끊었는데 이게 무슨..........

Wednesday, June 18, 2014

재정비

오늘 다시 일정이 뒤틀렸다. 야무지게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꿈은 깨지고 결국 한 달간 더 살뺄 기간을 하사받게 됐다.

인터뷰를 하면 이젠 붙을 거면 '아 붙겠군' 하고 감이 오는데 이번엔 끝나고도 '안되겠지' 하고 했는데 정말 안됐네. 아쉬움도 많았고 솔직히 이게 내가 정말 '딱' 하고자 하는 일이었나 내면서도 의심이 많았고.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조 사코'의 <저널리즘>이란 책이다. 이 책에서 충격적이었던 건 보스니아의 처참한 상황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조금 많이 꼰대라 저널=신문 이 공식을 가지고 신문만 좇는 편이다. 서문에서 '기자는 텍스트만 쓰면 되겠지만, 나는 그 텍스트의 중심이 된 인물이 입은 옷까지 상상해 그리고 이를 다시 독자에 전달해야한다'라는 말에서 그간 내가 다양한 저널리즘의 길을 무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건 결국 전달하는 것이니 그 채널은 이제 변화를 줄 때가 온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생긴만큼 천천히 해보자.

whatever will be will be. 기자가 아니더라도 세상을 바라보고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의 길은 많다는 걸 알았으니 언젠간 되겠지.


Monday, June 16, 2014

새벽 두 시 반

입사 일년차....기념일로 삼아서 새벽 두 시 반에 정장입고 행아웃 보면서 스탠바이중...
자고싶다
내일 일어나면 무지무지 맛있는 걸 먹어야 할 것만 같다 ㅜㅜ

Monday, June 9, 2014

근황

엄청나게 (하는 것 없이) 바빴다.

휴가 다녀와서 정말 일의 흐름이 깨져서 평소보다 일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 탓도 있을 듯.

다른 팀과 달리 우리 팀은 아직까지 이렇다한 이적 소식은 없어서 일은 한가하다. 그런데 이 한가함이 결국 계획을 헝클어놓고 늘어지게 만들어서 결국엔....또르르..

영화사 일하다가 어떻게 생각치도 않았던 분야에 지원을 하게 돼서 마음도 싱숭생숭하다. 붙으면 한국을 가야하나 하는 마음과 걱정 이런 게 복잡했는데 지금은 될 대로 되라다. 다 귀찮아서 내려놓고 싶은 마음뿐이랄까.

딱히 뭔가를 하고 싶은 의욕은 없는데 해야하는 건 많다. 공과금도 내야하고 렌트도 내야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해야할 것들이 내 하루를 다 가져가고 있어서 정작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얼마 없다.

베를린에서 올 때만 해도 뭔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아무 것도 된 게 없다. 마음은 무겁고 조마조마한데 정작 내가 ㅂ꿀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해야하나.

회사 사람들과의 만남에도 조금 지쳐서 (연애 상담과 이혼상담은 정말 어나더 레벨이다. ) 요즘엔 퇴근 후 그냥 바로 헬스장으로 달려가 매트 운동을 한 시간씩 꼬박 한다. 끝나고 나면 딱 앉은뱅이가 돼서 거의 울면서 집에 돌아오지만 이렇게 하고 나니 다른 잡생각들이 안들어서 좋다.

난 이제 또 어떻게 되는걸까. 궁금하지도 않다. 빨리 답이나 나와라.

Sunday, June 1, 2014

인터내셔널 팀에서 살아남는 법

HBR 코리아(http://www.hbrkorea.com)  5월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기사는 에린 마이어 (Erin Meyer) 교수의 '문화 지뢰밭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기사였다. 
(기사 링크 http://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6_1/page/1/article_no/263)

현재 13개 나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 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사가 우리 팀의 그림과 겹쳐 읽혔다.

에린 마이어 교수는 문화에 대한 정교한 틀 대신 정형화된 고정관념으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사용된 예시는 '일본인의 톱다운', '프랑스인의 미묘한 대화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현실세계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굉장히 합리적 사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ㅁㅁ국 출신 담당자는 (언젠가 이 글의 블랭크를 반드시 채우고 말리라) 정말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대식 명령이 일상적이다. 

이런 일반적인 분석 대신 마이어 교수는 문화 지도 (Culture Map)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총 여덟 가지 척도가 있었는데 읽으면서 우리 팀의 모습과 계속 매칭해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매핑을 할 수 있었다.

1. 의사소통
고맥락(High Context) / 저맥락 (Low Context)
이건 크게 동서양 문화 차이로 말하면 더 쉬울 것 같다. 직접 말하냐 에둘러 말하느냐. 직접 언어로 말하느냐 비언어적 행위로 전달하냐. 이건 아시아와 웨스턴 두 문화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나는 전형적으로 고맥락 문화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직접 말하는 게 가장 어렵다. 야근보다 더 어려운 건 내 요구를 전달하는 것일 정도로. 예를 들어 무슨 부탁을 들으면 가끔 no라고 할 때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직접 전달하기 보단 '아 근데 있잖아...'라는 식으로 에둘러 거절하는 걸 알아듣지 못해 의도치 않게 Yes girl이 된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싹뚝 자른다. 안되는 건 안돼야한다...)

2. 평가의 방식
평가의 방식도 의사 소통과 관련됐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나빠도 '끄응' 하는 식으로 둘러말하지만 저맥락문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를 평가한다.

3. 설득
아시아에서는 개별요소를 가지고 결국 전체로 귀결되는 종합적(Holistic) 설득방식을 사용하는데, 서양은 이와 달리 하나하나 분석을 한 후 개별적요소를 근거로 드는 분석적(Specific) 요소를 사용한다.

딱히 내가 영업이나 이런 걸 하는 게 아니라 잘 와닿지 않았는데 보고서 작성을 떠올리니 그간 내 flow 가 왜 옳지 않았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

나는 앞에서 하나하나 말하고 결국 이렇게 간다, 그래서 이 **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가 뭐로 이어질 수 있을 것, 하는 **를 중시하는 보고서를 썼다면, 회사에서 나한테 원하는 건 **가 있는데 거기에 분석을 해보면 a, b,c,d,e 등등이 있고 이를 쭉 나열하는 거였던거다. 아...이걸 왜 진작 알지 못했나. 내 피같은 시간들이 갑자기 눈물겹다.

4. 통솔
권력의 거리와 관계가 있으며, 문화가 평등주의- 계급주의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계급주의 리더가 평등주의 팀원을 이끌면 남는 건 싸움과 그 사이에서 피터지는 새우들이다......

5. 의사결정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화별로 차이가 난다. 이게 앞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평등주의-계급주의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합의를 가려고 하면 이걸 order로 풀어가냐 아니면 communication으로 풀어가냐의 차인데, 여튼 뭐든 결론 내리는데 '합리적' 방식은 없는 것 같다.
전자로 가면 비민주적인 방식이 될 여지가 있고 후자는 끝이 안난다.
물론 명령이 합의지향적이고 대화가 비합의지향적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결론적으로 회사라는 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성장이든 우승이든) 그 아래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고 의견제시가 있는데 여기서 다 잘되자고 대화하고 명령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잘 안되는 경우가 생겨서 문제일뿐.)

6. 신뢰(Trust)
할 말이 많은 테마다. 업무에서 나오는 인지적 (Cognitive) 신뢰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인간적 관계로 쌓는 정서적 (affective) 신뢰.
전자는 머리로, 후자는 가슴으로라고 설명을 했는데 서양문화에서도 정서적 신뢰는 꽤 중요하다. 동양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문화는 여기서도 꽤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은 일로만, 그니까 결과로 보고 판단하는 인지적 신뢰가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7. 이의제기
초반에 제시한 고맥락/저맥락 문화와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불만이 있는데 참느냐, 에둘러 말하느냐, 아니면 바로 HR에 달려가느냐 (이건 물론 극단적인 경우)가 되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 성격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으리으리한 열혈지사는 전 세계 어디든 다 존재한다)

8. 스케줄 관리
단일시간형(Monochronic)과 다중시간형(polychronic)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스케줄에 얼마나 탄력도가 있냐의 문제인데, 이건 프로젝트의 중요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문제인 것 같다.
대부분의 관찰 결과 아시아쪽에서 단일시간형인 것 같고, 남부유럽이 전형적인 다중시간형인 것 같다.

이러한 매핑 과정을 통해 다른 문화권과의 간극을 줄여가는 게 리더의 능력이라고 한다.  왜 내 눈에서 눈물이 나는걸까 모르겠지만.

문화적 매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딜 가든 "쟨 절대 한국사람 아닌데?", "쟨 영국사람답지 않네"하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거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케바케'의 원칙이 문화분석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화지도에서 새겨야할 건 나라간의 구별짓기가 아니라 이를 개별 구성원에 적용해서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야 할 지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