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코리아(http://www.hbrkorea.com) 5월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기사는 에린 마이어 (Erin Meyer) 교수의 '문화 지뢰밭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기사였다.
(기사 링크 http://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6_1/page/1/article_no/263)
현재 13개 나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 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사가 우리 팀의 그림과 겹쳐 읽혔다.
에린 마이어 교수는 문화에 대한 정교한 틀 대신 정형화된 고정관념으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사용된 예시는 '일본인의 톱다운', '프랑스인의 미묘한 대화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현실세계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굉장히 합리적 사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ㅁㅁ국 출신 담당자는 (언젠가 이 글의 블랭크를 반드시 채우고 말리라) 정말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대식 명령이 일상적이다.
이런 일반적인 분석 대신 마이어 교수는 문화 지도 (Culture Map)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총 여덟 가지 척도가 있었는데 읽으면서 우리 팀의 모습과 계속 매칭해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매핑을 할 수 있었다.
1. 의사소통
고맥락(High Context) / 저맥락 (Low Context)
이건 크게 동서양 문화 차이로 말하면 더 쉬울 것 같다. 직접 말하냐 에둘러 말하느냐. 직접 언어로 말하느냐 비언어적 행위로 전달하냐. 이건 아시아와 웨스턴 두 문화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나는 전형적으로 고맥락 문화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직접 말하는 게 가장 어렵다. 야근보다 더 어려운 건 내 요구를 전달하는 것일 정도로. 예를 들어 무슨 부탁을 들으면 가끔 no라고 할 때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직접 전달하기 보단 '아 근데 있잖아...'라는 식으로 에둘러 거절하는 걸 알아듣지 못해 의도치 않게 Yes girl이 된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싹뚝 자른다. 안되는 건 안돼야한다...)
2. 평가의 방식
평가의 방식도 의사 소통과 관련됐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나빠도 '끄응' 하는 식으로 둘러말하지만 저맥락문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를 평가한다.
3. 설득
아시아에서는 개별요소를 가지고 결국 전체로 귀결되는 종합적(Holistic) 설득방식을 사용하는데, 서양은 이와 달리 하나하나 분석을 한 후 개별적요소를 근거로 드는 분석적(Specific) 요소를 사용한다.
딱히 내가 영업이나 이런 걸 하는 게 아니라 잘 와닿지 않았는데 보고서 작성을 떠올리니 그간 내 flow 가 왜 옳지 않았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
나는 앞에서 하나하나 말하고 결국 이렇게 간다, 그래서 이 **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가 뭐로 이어질 수 있을 것, 하는 **를 중시하는 보고서를 썼다면, 회사에서 나한테 원하는 건 **가 있는데 거기에 분석을 해보면 a, b,c,d,e 등등이 있고 이를 쭉 나열하는 거였던거다. 아...이걸 왜 진작 알지 못했나. 내 피같은 시간들이 갑자기 눈물겹다.
4. 통솔
권력의 거리와 관계가 있으며, 문화가 평등주의- 계급주의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계급주의 리더가 평등주의 팀원을 이끌면 남는 건 싸움과 그 사이에서 피터지는 새우들이다......
5. 의사결정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화별로 차이가 난다. 이게 앞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평등주의-계급주의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합의를 가려고 하면 이걸 order로 풀어가냐 아니면 communication으로 풀어가냐의 차인데, 여튼 뭐든 결론 내리는데 '합리적' 방식은 없는 것 같다.
전자로 가면 비민주적인 방식이 될 여지가 있고 후자는 끝이 안난다.
물론 명령이 합의지향적이고 대화가 비합의지향적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결론적으로 회사라는 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성장이든 우승이든) 그 아래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고 의견제시가 있는데 여기서 다 잘되자고 대화하고 명령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잘 안되는 경우가 생겨서 문제일뿐.)
6. 신뢰(Trust)
할 말이 많은 테마다. 업무에서 나오는 인지적 (Cognitive) 신뢰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인간적 관계로 쌓는 정서적 (affective) 신뢰.
전자는 머리로, 후자는 가슴으로라고 설명을 했는데 서양문화에서도 정서적 신뢰는 꽤 중요하다. 동양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문화는 여기서도 꽤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은 일로만, 그니까 결과로 보고 판단하는 인지적 신뢰가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7. 이의제기
초반에 제시한 고맥락/저맥락 문화와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불만이 있는데 참느냐, 에둘러 말하느냐, 아니면 바로 HR에 달려가느냐 (이건 물론 극단적인 경우)가 되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 성격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으리으리한 열혈지사는 전 세계 어디든 다 존재한다)
8. 스케줄 관리
단일시간형(Monochronic)과 다중시간형(polychronic)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스케줄에 얼마나 탄력도가 있냐의 문제인데, 이건 프로젝트의 중요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문제인 것 같다.
대부분의 관찰 결과 아시아쪽에서 단일시간형인 것 같고, 남부유럽이 전형적인 다중시간형인 것 같다.
이러한 매핑 과정을 통해 다른 문화권과의 간극을 줄여가는 게 리더의 능력이라고 한다. 왜 내 눈에서 눈물이 나는걸까 모르겠지만.
문화적 매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딜 가든 "쟨 절대 한국사람 아닌데?", "쟨 영국사람답지 않네"하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거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케바케'의 원칙이 문화분석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화지도에서 새겨야할 건 나라간의 구별짓기가 아니라 이를 개별 구성원에 적용해서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야 할 지인 듯 하다.
(기사 링크 http://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6_1/page/1/article_no/263)
현재 13개 나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 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사가 우리 팀의 그림과 겹쳐 읽혔다.
에린 마이어 교수는 문화에 대한 정교한 틀 대신 정형화된 고정관념으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사용된 예시는 '일본인의 톱다운', '프랑스인의 미묘한 대화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현실세계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굉장히 합리적 사고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ㅁㅁ국 출신 담당자는 (언젠가 이 글의 블랭크를 반드시 채우고 말리라) 정말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대식 명령이 일상적이다.
이런 일반적인 분석 대신 마이어 교수는 문화 지도 (Culture Map)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총 여덟 가지 척도가 있었는데 읽으면서 우리 팀의 모습과 계속 매칭해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매핑을 할 수 있었다.
1. 의사소통
고맥락(High Context) / 저맥락 (Low Context)
이건 크게 동서양 문화 차이로 말하면 더 쉬울 것 같다. 직접 말하냐 에둘러 말하느냐. 직접 언어로 말하느냐 비언어적 행위로 전달하냐. 이건 아시아와 웨스턴 두 문화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나는 전형적으로 고맥락 문화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직접 말하는 게 가장 어렵다. 야근보다 더 어려운 건 내 요구를 전달하는 것일 정도로. 예를 들어 무슨 부탁을 들으면 가끔 no라고 할 때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직접 전달하기 보단 '아 근데 있잖아...'라는 식으로 에둘러 거절하는 걸 알아듣지 못해 의도치 않게 Yes girl이 된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싹뚝 자른다. 안되는 건 안돼야한다...)
2. 평가의 방식
평가의 방식도 의사 소통과 관련됐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나빠도 '끄응' 하는 식으로 둘러말하지만 저맥락문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를 평가한다.
3. 설득
아시아에서는 개별요소를 가지고 결국 전체로 귀결되는 종합적(Holistic) 설득방식을 사용하는데, 서양은 이와 달리 하나하나 분석을 한 후 개별적요소를 근거로 드는 분석적(Specific) 요소를 사용한다.
딱히 내가 영업이나 이런 걸 하는 게 아니라 잘 와닿지 않았는데 보고서 작성을 떠올리니 그간 내 flow 가 왜 옳지 않았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
나는 앞에서 하나하나 말하고 결국 이렇게 간다, 그래서 이 **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가 뭐로 이어질 수 있을 것, 하는 **를 중시하는 보고서를 썼다면, 회사에서 나한테 원하는 건 **가 있는데 거기에 분석을 해보면 a, b,c,d,e 등등이 있고 이를 쭉 나열하는 거였던거다. 아...이걸 왜 진작 알지 못했나. 내 피같은 시간들이 갑자기 눈물겹다.
4. 통솔
권력의 거리와 관계가 있으며, 문화가 평등주의- 계급주의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계급주의 리더가 평등주의 팀원을 이끌면 남는 건 싸움과 그 사이에서 피터지는 새우들이다......
5. 의사결정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화별로 차이가 난다. 이게 앞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평등주의-계급주의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합의를 가려고 하면 이걸 order로 풀어가냐 아니면 communication으로 풀어가냐의 차인데, 여튼 뭐든 결론 내리는데 '합리적' 방식은 없는 것 같다.
전자로 가면 비민주적인 방식이 될 여지가 있고 후자는 끝이 안난다.
물론 명령이 합의지향적이고 대화가 비합의지향적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결론적으로 회사라는 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성장이든 우승이든) 그 아래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고 의견제시가 있는데 여기서 다 잘되자고 대화하고 명령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잘 안되는 경우가 생겨서 문제일뿐.)
6. 신뢰(Trust)
할 말이 많은 테마다. 업무에서 나오는 인지적 (Cognitive) 신뢰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인간적 관계로 쌓는 정서적 (affective) 신뢰.
전자는 머리로, 후자는 가슴으로라고 설명을 했는데 서양문화에서도 정서적 신뢰는 꽤 중요하다. 동양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문화는 여기서도 꽤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은 일로만, 그니까 결과로 보고 판단하는 인지적 신뢰가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7. 이의제기
초반에 제시한 고맥락/저맥락 문화와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불만이 있는데 참느냐, 에둘러 말하느냐, 아니면 바로 HR에 달려가느냐 (이건 물론 극단적인 경우)가 되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 성격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으리으리한 열혈지사는 전 세계 어디든 다 존재한다)
8. 스케줄 관리
단일시간형(Monochronic)과 다중시간형(polychronic)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스케줄에 얼마나 탄력도가 있냐의 문제인데, 이건 프로젝트의 중요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문제인 것 같다.
대부분의 관찰 결과 아시아쪽에서 단일시간형인 것 같고, 남부유럽이 전형적인 다중시간형인 것 같다.
이러한 매핑 과정을 통해 다른 문화권과의 간극을 줄여가는 게 리더의 능력이라고 한다. 왜 내 눈에서 눈물이 나는걸까 모르겠지만.
문화적 매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딜 가든 "쟨 절대 한국사람 아닌데?", "쟨 영국사람답지 않네"하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거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케바케'의 원칙이 문화분석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화지도에서 새겨야할 건 나라간의 구별짓기가 아니라 이를 개별 구성원에 적용해서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야 할 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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