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27, 2014

덧없음.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건 중학교때부터였다.

나름 공부를 한답시고 두시, 세시까지 잠들지 않았고 이것저것 돌리다보니 이상한 방송이 나와서 놀라 불켜고 노래부르면서 잠이 들었다. 그게 고스였다.

타부, 체리필터, 피터팬 컴플렉스.. 좋은 음악도 많이 들었고 그만큼 내 잠은 짧아졌다.

세상을 다 안 것 같은 질풍노도같은 중2시절을 거칠 때, 아무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았을 때 마왕만이 내 편이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미 대사관 앞 시위에 참여했을 때 광화문에서 그를 봤고, 그 후로도 주욱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은 주지 못했지만 의심은 거둬줬다. 내 행동에 비겁하지 않도록 전파로 나를 지탱해줬다.

점점 내 편이 생기고 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고스와는 멀어졌고 그의 음악을 더이상 진부하다며 듣지 않게 됐다.

그래도 혼자였던 시간 속에서 전파에서 전해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얻었던 적이 있었다.


마음이 헛헛하다. 모든 게 다 덧없는 그런 하루다. 

Sunday, October 26, 2014

영화도 보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하다가도....
그냥 갑자기 의욕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이런 말 하면 내가 참 못된 년이지만 요즘들어 더더욱 부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는데 내 곳간은 이미 퀭한 상태라 인심이 나올 턱이 있나.

함께 공부했고 같은 길을 보던 친구가 어느 순간 나보다 훌쩍 앞서나간 걸 봤을 때, 축하해주면서도 마음 한 켠이 짠지는 그런 느낌. 내가 무척 후져지는 것 같아서.

뭐 이런 생각을 하지만 결국 내 찌질함과 내 못남의 문제인거다. 그 사람보다 그 사람의 껍데기, 타이틀에 더 눈길이 가는 나를 보면서 속물스러움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 지나간 시간동안 난 껍데기 하나 없이 뭐했나 이런 자책의 악순환이다.



Sunday, October 19, 2014

너무 좋아하면 아끼는 게 맞다.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필드에서 일을 두 번이나 했다. (or 하고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되니 얼마나 좋으냐고 그러겠지만  사실은 괴롭다. 취미가 일이 된 후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맨체스터에 있을 때는 킥오프!  이 소리만 들으면 위액이 올라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개인적인 시간에 절대 축구를 틀지 않았다. 월드컵이건 챔스건 그냥 내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절대 공을 쳐다보지 않았다. 물론 [[[[[[[[[[첼시]]]]]]]]]] 경기는 종종 봤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축구팀에 일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는 코너하우스에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갔고, 야근을 마치고라도 다시 영화 리뷰를 읽고 영화를 밤새 구해서 보고 그랬다. 유럽 영화건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의 영화건 미친듯이 영화를 봤고 읽었고 찾았다.

한국에 오고 난 후, 요즘엔 스크리너가 오면 그냥..... 반은 빠르게 감아버린다. 아직 극장 문턱도 밟지 않았다. 영화제 출장에서도 결국 스크리너로 돌려보거나 마켓 시사로 잠깐 스친 걸 빼곤 전편을 오롯이 본 게 없었다. 이 일을 하고 나서 내가 보고 싶어 본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 좋아함이 사그라들지 않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다. 내 불꽃은 너무 세서 벌써 재로 다 변해버렸는데 그 사람들은 아직도 그 열기가 지속되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좋아할 때도 어느 정도껏 맞춰가며 좋아해야 하는건가.

나같이 확하고 쏠리는 사람은 차라리 나랑 정말 관계없는 분야에서 일하며 일과 취미를 분리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도 없이 정말 정직하게 월급을 위해 일하는 나의 '직업'이 된다면 오히려 내 삶의 만족도는 더 커질 것 같기도 하다.


Sunday, October 12, 2014

나사 조이기

요즘 정말 바쁘게 지냈다.

노트북을 잃어버리면서 멘탈 붕괴도 한 번 왔고 출장을 두 번 다녀오고 보고서 쓰고, 학교다니고 인턴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한 달이 후딱 지나갔다.

아직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도저히 의욕이 안생긴다. 물론 내가 일을 해야 행복한 워킹홀릭인건 맞지만 요즘은 랩탑을 열고 화면을 노려보기만 하다가 잠든다. 지갑의 돈을 그냥 줄줄 흘리고 다니기도 하고 랩탑에 옷에, 노트에, 일한 파일에...그냥 날려먹은 게 한 두 개가 아니라 목숨부지하는 걸 감사히 여겨야하나 싶을 정도. 

올 때는 이것저것 계획도 많고 했는데 지금은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다. 차라리 놀기라도 옴팡지게 놀면 후회라도 없는데 우물쭈물대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서 더 기분이 안좋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자주 만나고는 있지만....사실 내가 남 애기를 잘 안듣는 편이다. 관심있는 일이 아니면 누가 뭘 했건, 시험을 보건 뭘 하건 정말 기억에 안남는다. 사람을 만나 두 시간동안 얘기를 해도 그 후에 뭘 했는지 기억조차 안날 때도 있다. 이게 그 사람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는 그냥 내가 아니면 다 관심이 없다.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냥,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생각하고 있는 일 아니면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물어보는 불상사가 자주 벌어지고 있어서 걱정도 되고, 이러다가 정말 인간관계 다 망치겠다 싶어 아차차 할 때도 많다. 

뭐가 문제인걸까 싶다만 그 문제를 찾기 전에 우선 밥벌어 먹고 살 걱정이 먼저. 그러니까 일을 하자. (이렇게 노트북만 노려본 지가 네 시간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