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17, 2017

밤의 해변에서 혼자 (On the Beach, at Night Alone, 2017)

1.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과연 그럴까.


2.
이 영화가 스크리닝 잡힌 날 한국에서도 언시가 있었다. 홍콩에서는 일부러 한국 신문을 찾아보지 않아서 감독 인터뷰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날 아침부터 카톡방에 홍상수 얘기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사실 그런 큰 스캔들이 일어나면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인터뷰가 더 그 영화를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피하게 되는데 다행스럽게 이번 출장에서는 로밍을 안했다. 내가 그 감독의 사생활에 대해 그렇게 알아야 하나?


3.
홍상수 영화를 보면, 뭐 이런 걸 이렇게까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할 정도로 그냥 이야기를 술술 푼다. 이게 맨정신인지 아니면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아 이렇게 보이는 건지 헷갈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술술 이야기에 빠져서 보고 나면 영화가 끝난다.

물론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말을 많이 하는 남자들의 맨스플레인과 거기에 '하'하고 마치 선생님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젊은 여자들의 모습은 불편하고, 그 나누는 대화들이 정말 자신들의 예술에만 갖힌 궤변이라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다..

진짜가 뭐고 가짜가 뭐고 진정성과 참예술에 대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도 들면서 저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하진 않나 싶다가도 그게 홍상수라는 게 짜증이 나다가 또 영화를 보면 아.. 이러고 넘어가는 복합적 감정의 변화다.


4.
영화는 솔직히 지금까지 본 홍상수 감독 영화중에 제일 재밌었다. 막 극적인 사건이 없는 홍 감독 영화에서 자신의 실제 삶이 극적 효과를 더해서일지 모른다. 진짜 얘기였을까 하는 추측을 하면서 영희의 모습에는 김민희를 덮고 문성근의 모습에는 홍상수를 덮으면 된다. 그러면 갑자기 영화는 스포츠 ㅁㅁ가 돼고 연예가 소식이 된다.

현장 스태프와 자신의 연인인 감독님 얘기를 하면서 "감독님 잘 계셔요?"라고 살랑거리며 묻는 영희의 모습은 베를린에서 그 모습을 닮았다. 이게 사실인지 아니면 영화가 사실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되는 게 맞나보다)

자기는 남자 많이 만나봤고 놀건 다 놀았지만, 이제 더이상 얼굴 안본다는 영화 속 영화의 대사에서 그럼 당신은 이제 (홍상수 감독에게서) 뭘 보십니까...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90퍼센트였다.


5.
김민희의 목소리나 발성(쪼)를 안좋아해서 다른 영화보다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아가씨때도 그랬고, 살짝 앵앵대는 목소리라 나는 흥이 깨졌다. 권해효의 너털 웃음도 괜히 개저씨의 너스레로 보이고, 정재영의 우물쭈물함은 답답한 중년 남자의 모습처럼 보이는 건 결국 내가 영화를 도덕에 맞춰 봐서 그런걸까?

영화가 도덕의 법칙을 따라야 할까. 간통이 도덕의 영역에서 어떻게 간주돼야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홍상수 기사에 분통을 터트리던 지인의 카톡으로 (컨벤션홀은 와이파이가 터진다) 폰은 쉴새없이 울렸고, 영화에 빠져들려다가도 "간통"이라는 글자를 떠올리며 나를 붙잡는 걸 보면서 과연 도대체 어디까지가 옳고 그른지 멍해졌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