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4, 2016

Let me introduce my self

1.
며칠간 잠도 못자고 끙끙대던 일이 끝났다. 끝나고 나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장이 꼬여 나는 엉엉 기면서 사족보행으로 집에 왔다. 집에 오자마자 홍여사 매직에 빠져들어 인류가 진화하듯 이족보행을 한데 이어 과일과 술, 밀가루를 아작내고 이 글을 쓴다. 고개까지 아작냈다면 정말 KO 됐을 것 같은데 고기가 없다.

2.
나는 굉장히 의존적인 사람이다. 혼자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요 몇년간 경험으로 깨달았다. 내 프로파일에 "이찡찡투덜"이라고 있는 건 괜한게 아니다. 정말 나는 찡찡대고 투덜댄다.

3.
요즘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 지 모를 정도로 고맙다. 지금 굉장히 자존감도 낮고, 일도 짜증나고 (as always) 그리고 가장 문제는 i don't know what i do 이 상태로 몇 달간을 맴돌았다. 재미없는 일을 "vocation"이라는 말로 포장해가면서 꾸역꾸역 버티면서, 거기다가 하고 싶지 않은 1,2를 함께 하면서 이런 불만족은 더 커져갔다.

4.
작년에 탈락하고 나서 솔직히 고마웠다. 그 상태로 갔다 한들 나는 불행했을 게 1000000% 뻔하고, 혼자서 또 끙끙댔을 생각을 하면 현기증이 난다. (물론 나는 합격했을 확률이 0.0000000000001%에 수렴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때문에 굉장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기쁘다.

나이가 먹어가면 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다. 거기다가 나처럼 '자존감 결여' or '결핍이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대재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 이상의, 아니 상상 이상으로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나의 시덥잖은 농담을 묵묵히 참아주거나, 아니면 내 변덕스러움을 그냥 무던하게 넘겨주는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게 참 고맙고 신기한 게, 인생에 힘든 시기는 한 번에 오고 그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오는데 그때마다 내 변덕과 찡찡을 받아주는 사람이 계속 끊임없이 있다. 그래서 내가 이 삶에 대한 기대를 못 놓는 지 모른다.

5.
내 마음속에서 말하고 싶은 건 무한대인데 그걸 단지 "고마워"라고 말하자니 억울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보다 더한데. 한글이 그정도인건지 아니면 내 한국어 능력이 그정도인건지 그냥 '고맙다'라고만 말하잔니 억울하다. 난 그게 아닌데. 그 고마움을 단지 새벽에 "자니" 와 함꼐 '아재개그' (나는 이 어이없는 언어유희를 2012년부터 해왔으니, 아재랑은 거리가 멀다고 하고 싶다.)로밖에 할 수가 없다. 나는 남한테 받는데는 익숙하지만, 이걸 돌려주는데는 한없이 멍청하다. 그래도 내 철없는 감사를 받아주는 사람이 여지껏 있다는 데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6.
내일 술이 깨면 이걸 부끄러워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모여 나는 내 삶을 켜켜이(히?) 쌓아갈 수 있었고, 그래서 오늘도 버텨나갈 수 있다.

7.
바람이 있다면 내가 버텨주는 만큼 그 사람들한테도 내가 '믿을만한' 무언가가 됐으면 좋겠다. 그만큼 내가 자라있고, 내가 쓸만했으면 좋겠다. 

2 comments:

  1. 6번의 "내일 술이 깨면 이걸 부끄러워할까?"에 대한 답변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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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흥 아닌데여 저를 그렇게 보다니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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