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영화를 5월에 봐서 이건 일종의 '기억 복원'이다. 영화에 대한 얘기보다는 파리에 대한 기록에 더 가깝다.
프랑스에 가면 항상 영화를 한 편씩 본다. '영화는 유럽, 그중에서는 프랑스'라는 마인드가 있어서 그런지 꼭 현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물론 나는 프알못이고 프랑스는 자막을 싫어하지? 그래서 꼭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으로 하는지 확인하고 봐야한다. 작년에는 매드맥스를 프랑스어로 봤다가 한국 와서 다시 보고 '오오' 했다.
올해 5월에 칸느가 시작되고서 파리에 있었다. 운 좋은 건 아니다. 의도했으니까. 내 생일이 칸이랑 비슷해서 항상 그렇게 된다. 이건 자랑이다. 이렇게 자랑하려고 열일했고 여긴 내 공간이니 맘껏 자랑해야지.
퐁피두에서 전시를 보다가 비가 와서 앞에 있는 극장에 들어갔다. 칸느 스페셜이 한다고 했다. 경쟁작 몇 편, 비경쟁작 몇 편을 (먼저인지는 모르겠음) 상연했다. 아가씨는 없었고, 곡성은 한국가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다 못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꺼는 상영 리스트에 아쉽게 없었고, 영어권 영화중에서 유일한 선택지는 <카페 소사이어티>였다.
프랑스인 티켓 판매원 아줌마는 "너 영어 알아들음?"라고 프랑스어로 나한테 물어본 것 같다. 물론 나는 프랑스어를 못하기 때문에 내 추측이다. 나는 아주 자신있게 내 유효기간이 2년이나 더 남은 국제학생증을 들이밀며 학생할인까지 받아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2.
나한테 우디 앨런은 뉴욕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 영어를 하고, 뉴욕을 담는다. 물론 이 영화도 그렇고 미드나잇 인 파리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처럼 뉴욕이 아닌 영화도 있지만, 그냥 이 사람의 영화는 다 뉴요커의 이야기같다.
처음 <애니홀>을 보고 이렇게 영화에서 말이 많을 수 있구나 했다. 대사를 글로 옮기면 다 말도 안되고 뭔 소린가 싶은 중언부언인데 그게 영화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사건을 만든다. 몸을 써가면서 낄낄대는 서부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랑은 조금 다른 지점은 여기다. 이야기를 생각하고, (마치 아재개그처럼) 들을때는 음..하다가 한 두 시간 지나거나 아니면 새벽 두 시쯤 혼자 그걸 떠올리고 낄낄 웃는다.
블루 재스민에서는 재스민이 자기의 사치를 포장하기 위해 이말저말 다 떠벌거리면서 결국엔 공허한 표정을 짓는다. 사람들이 자기의 말에 더 귀기울여달라고 그렇게 건조한 말을 끊임없이 내뱉는다.
이 영화에서 그런 역할은 제시 아이젠버그다. 아직까지 소셜 네트워크의 너드가 더 익숙한데 여기서는 '그래도 그나마 조금은' 심각해보이는 역할이랄까. 근데 제시 아이젠버그도 어려보이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그냥 힙스터 조무래기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둘 다 역할에 딱 맞는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특히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맨날 떡진 머리에 삐딱한 차림을 하다가 여기서 '꿈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미녀 첫사랑'이 돼서 짠 나타나서 더 역할에 몰입이 안된 것 같다. (근데 평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제일 좋았다.. 이상하네...)
둘 다 나한테 너무 어린 이미지라서 아직은 꿈을 좇고 '환상의 나라'에 살 것 같은 이미지인데 마치 불혹의 위기를 겪는 얘기를 하고 있어서 자꾸 케이트 블란쳇의 자스민과 비교됐다.
3.
바비는 꿈의 동산, 헐리우드로 왔지만 결국 한계를 깨닫고 뉴욕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꿈은 시들해지고 뉴욕의 현실에 발딛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다시 첫사랑 보니랑 재회하다가 영화는 먹먹하게 끝난다.
4.
보니를 보자마자 생각난 건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였다. 비슷하다. 돈많은 남자와 순수한 사랑 사이에서 돈을 택하지만, 약간의 후회는 있는? 그런 캐릭터지만 보니는 그래도 데이지보다는 더 밍기적대는 게 심하다. 그래서 더 정이 안간다.
데이지는 결국 자기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감정을 버리고 이성적 판단을 하지만, 보니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멍하게 바라보면서 이도저도 모를..그런 애매모호한 결정을 내비친다. 이건 마치 '나는 사랑은 하지만 욕은 먹기 싫어', 차라리 데이지처럼 b**ch가 되던가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내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안좋아해서 보니를 싫어하는 걸 수도 있지만 역할 자체가 욕 먹기는 싫지만 사랑은 좋아. 그니까 eat and have a cake 하겠다는 이런 태도가 너무 싫다. 하나만 해라.
이에 반해서 바비는 개츠비보다는 현실적이다. 개츠비가 무조건 직진이었다면 바비는 우회도 하고 뒤로도 가고 아니면 다시 돌아가는 '유두리'있는 사랑을 한다. 베로니카한테 꿈은 꿈일뿐이라고 하면서 위로하지만 그 뒤의 표정은 과연 꿈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하니까.
5.
우디 앨런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사랑에 대해 예전같았으면 "부도덕", "불륜", "이런 더러운" 이랬겠지만, 살다보니까 사람 마음이 과연 그렇게 딱 잘라 떨어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간통도 아니고, 도망가서 범법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냥 가슴 한 구석에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걸 어쩌겠나. 그게 있어도 잘 누르고 살 수 있다면 되는거지.
영화가 끝나고 바에서 혼자 술 마시면서 그냥 저런 추억 하나 없는 게 오히려 더 슬픈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6.
이 글을 쓰는데 여진이 났다. 괜히 앞에 도덕이고 뭐고 이런 얘기 했다가 벌받은 거 아닌가 무섭다. 착하게 살아야지. ㅎ
이 영화를 5월에 봐서 이건 일종의 '기억 복원'이다. 영화에 대한 얘기보다는 파리에 대한 기록에 더 가깝다.
프랑스에 가면 항상 영화를 한 편씩 본다. '영화는 유럽, 그중에서는 프랑스'라는 마인드가 있어서 그런지 꼭 현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물론 나는 프알못이고 프랑스는 자막을 싫어하지? 그래서 꼭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으로 하는지 확인하고 봐야한다. 작년에는 매드맥스를 프랑스어로 봤다가 한국 와서 다시 보고 '오오' 했다.
올해 5월에 칸느가 시작되고서 파리에 있었다. 운 좋은 건 아니다. 의도했으니까. 내 생일이 칸이랑 비슷해서 항상 그렇게 된다. 이건 자랑이다. 이렇게 자랑하려고 열일했고 여긴 내 공간이니 맘껏 자랑해야지.
퐁피두에서 전시를 보다가 비가 와서 앞에 있는 극장에 들어갔다. 칸느 스페셜이 한다고 했다. 경쟁작 몇 편, 비경쟁작 몇 편을 (먼저인지는 모르겠음) 상연했다. 아가씨는 없었고, 곡성은 한국가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다 못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꺼는 상영 리스트에 아쉽게 없었고, 영어권 영화중에서 유일한 선택지는 <카페 소사이어티>였다.
프랑스인 티켓 판매원 아줌마는 "너 영어 알아들음?"라고 프랑스어로 나한테 물어본 것 같다. 물론 나는 프랑스어를 못하기 때문에 내 추측이다. 나는 아주 자신있게 내 유효기간이 2년이나 더 남은 국제학생증을 들이밀며 학생할인까지 받아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2.
나한테 우디 앨런은 뉴욕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 영어를 하고, 뉴욕을 담는다. 물론 이 영화도 그렇고 미드나잇 인 파리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처럼 뉴욕이 아닌 영화도 있지만, 그냥 이 사람의 영화는 다 뉴요커의 이야기같다.
처음 <애니홀>을 보고 이렇게 영화에서 말이 많을 수 있구나 했다. 대사를 글로 옮기면 다 말도 안되고 뭔 소린가 싶은 중언부언인데 그게 영화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사건을 만든다. 몸을 써가면서 낄낄대는 서부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랑은 조금 다른 지점은 여기다. 이야기를 생각하고, (마치 아재개그처럼) 들을때는 음..하다가 한 두 시간 지나거나 아니면 새벽 두 시쯤 혼자 그걸 떠올리고 낄낄 웃는다.
블루 재스민에서는 재스민이 자기의 사치를 포장하기 위해 이말저말 다 떠벌거리면서 결국엔 공허한 표정을 짓는다. 사람들이 자기의 말에 더 귀기울여달라고 그렇게 건조한 말을 끊임없이 내뱉는다.
이 영화에서 그런 역할은 제시 아이젠버그다. 아직까지 소셜 네트워크의 너드가 더 익숙한데 여기서는 '그래도 그나마 조금은' 심각해보이는 역할이랄까. 근데 제시 아이젠버그도 어려보이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그냥 힙스터 조무래기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둘 다 역할에 딱 맞는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특히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맨날 떡진 머리에 삐딱한 차림을 하다가 여기서 '꿈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미녀 첫사랑'이 돼서 짠 나타나서 더 역할에 몰입이 안된 것 같다. (근데 평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제일 좋았다.. 이상하네...)
둘 다 나한테 너무 어린 이미지라서 아직은 꿈을 좇고 '환상의 나라'에 살 것 같은 이미지인데 마치 불혹의 위기를 겪는 얘기를 하고 있어서 자꾸 케이트 블란쳇의 자스민과 비교됐다.
3.
바비는 꿈의 동산, 헐리우드로 왔지만 결국 한계를 깨닫고 뉴욕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꿈은 시들해지고 뉴욕의 현실에 발딛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다시 첫사랑 보니랑 재회하다가 영화는 먹먹하게 끝난다.
4.
보니를 보자마자 생각난 건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였다. 비슷하다. 돈많은 남자와 순수한 사랑 사이에서 돈을 택하지만, 약간의 후회는 있는? 그런 캐릭터지만 보니는 그래도 데이지보다는 더 밍기적대는 게 심하다. 그래서 더 정이 안간다.
데이지는 결국 자기의 이익을 위해 철저하게 감정을 버리고 이성적 판단을 하지만, 보니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멍하게 바라보면서 이도저도 모를..그런 애매모호한 결정을 내비친다. 이건 마치 '나는 사랑은 하지만 욕은 먹기 싫어', 차라리 데이지처럼 b**ch가 되던가 그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내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안좋아해서 보니를 싫어하는 걸 수도 있지만 역할 자체가 욕 먹기는 싫지만 사랑은 좋아. 그니까 eat and have a cake 하겠다는 이런 태도가 너무 싫다. 하나만 해라.
이에 반해서 바비는 개츠비보다는 현실적이다. 개츠비가 무조건 직진이었다면 바비는 우회도 하고 뒤로도 가고 아니면 다시 돌아가는 '유두리'있는 사랑을 한다. 베로니카한테 꿈은 꿈일뿐이라고 하면서 위로하지만 그 뒤의 표정은 과연 꿈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하니까.
5.
우디 앨런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사랑에 대해 예전같았으면 "부도덕", "불륜", "이런 더러운" 이랬겠지만, 살다보니까 사람 마음이 과연 그렇게 딱 잘라 떨어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간통도 아니고, 도망가서 범법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냥 가슴 한 구석에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걸 어쩌겠나. 그게 있어도 잘 누르고 살 수 있다면 되는거지.
영화가 끝나고 바에서 혼자 술 마시면서 그냥 저런 추억 하나 없는 게 오히려 더 슬픈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6.
이 글을 쓰는데 여진이 났다. 괜히 앞에 도덕이고 뭐고 이런 얘기 했다가 벌받은 거 아닌가 무섭다. 착하게 살아야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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