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단에 속하는 게 너무너무 싫다. 나는 그냥 개별적 존재였으면 좋겠고 우리는 ㅁㅁ니까 ㅇㅇ해야 해 이런 것들이 싫다. 4년전 영국에 간 것도 그런 내 커넥션들을 다 끊고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물론 갔더니 한국인 ㅁㅁㅁ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북에 출신지역과 학교를 밝히지 않습니다 라고 하는 건 너무 유세떠는 것 같아서 싫다. 성격이 모난 돌이라 '우리가' 라고 하는 것보다 '내가' 라고 하는 게 더 좋다. 이건 내 연결고리니까. 우리 엄마보다는 내 엄마, 우리 회사보다는 내 회사가 더 좋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꿀같은 연휴에 학교 앞 거구장 건물 스타벅스에 앉아 학교 얘기를 하는 건 정말 '우리 학교'가 망할 것 같아서다. ㅋㅋㅋ
3.
학교를 7년 다녔지만 카톨릭 학교라는 정체성은 잘 모르고 살았다. 채플도 없고, 기독교적 인간학 하나 들었던 게 전부였다. 오히려 학교에서 주역을 배우고 타 종교에 대해 공부했다. 부휴와 개강미사에 맞춰 수업 시간표를 짤때도 이게 '종교적'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한 수업이라도 더 빼먹을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었다. 고학년되면 그것도 의미없이 나와서 성당에서 나눠주는 음식 받아먹기도 했지만.)
이 학교의 장점이자 가장 큰 특징(내가 다닌 과, 혹은 나 한정일 수 있음)은 자유주의, 방임주의, 개인주의다. 그냥 이러이런게 있다, 할테면 해라 이런 분위기라서 열심히 찾아 들으면 좋은 것도 많지만 또 어영부영하다간 이 학교의 존재는 뭐냐, 야경학교냐 이런 극단적인 형태가 되기도 한다. 선후배관계도 복전이고 휴학에 교환이 섞이면서 좀 느슨하다. (내가 다닌 과 혹은 나 한정일 수 있음 22) 그 덕분에 대학때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치열하게 살았다. 물론 입학할 때는 이런 걸 모르고 들어왔으니 100퍼센트 만족한 건 아니었다. 시험에서 몇 번 써먹기도 했지만, 옆학교에 대한 아쉬움은 꽤 컸다. 그게 학기 초에 열등감의 원인이 되기도 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산 것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89정도?
4.
학교에서 곶감 빼먹듯 빼먹은 것도 꽤 많았다. 나때만 해도 알바트로스 장학금 뭐 이런 게 있어서 한 달에 글 하나씩 쓰면 10만원정도 장학금을 받는 공모전도 있었다. (나는 한 100정도 채운 것 같다.) 학교에서 받은 돈을 계산해보니 공모전에 다소니 근로장학금 정도를 계산하면 한 학기 등록금은 번 것 같다. (우리 학교는 심지어 등록금도 타 학교에 비해서는 싸다. 신촌에서 삼남매가 다녔는데 내가 등록금이 제일 쌌다. 물론 학번탓도 있겠지만) 다소니 제도도 나는 참 좋다고 생각한다. 단지 일을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를 도우면서 내가 그나마 좀 쓸만한 인간이구나 하는 걸 인정하게 한다. 내가 이 상황을 겪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을 'neglected voice'에 대해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냥 주어진 트랙이 아니라 니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봐, (대신 찾는 것도 니가 해)라는 분위기는 미지의 세계 탐험같았다. 교환학생같은 것도 다 이렇다. 알고 있으면 꽤 좋은 시스템을 잘 갖춘 꽤 괜찮은 학교다.
5.
예전에도 쓴 적 있고, (http://mariewithredhoodie.blogspot.kr/2016/04/blog-post.html) 이 글 쓰려고 도서관 계정 찾아보니 빌려 읽은 책은 한 500권정도고 내 이름으로 신청해서 구입한 책은 한 50권정도 되는 것 같다. 학교에서 굳이 이런 걸 왜?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책도 신청하면 아무런 검열이나 제약 없이 구입해서 볼 수 있었다. 내 현재 모습은 서강의 자유가 만들고 빚은 결과물이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도서관 숫자도 작고 외부 도서관이나 이런 건 없지만, 장서 종류로는 압도적이다. 로욜라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라벤더 향기 비슷한 방향제와 수직 구조의 도서관의 모습은 '뭔가 더 알고 싶다'는 묘한 자극이 됐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냥 '알고 싶은 뭔가'가 생기면 도서관에 가서 찾았고, 답이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뭔가가 있었다. 나라는 인간을 스무살 넘어서부터 더 알게 하고 더 자라게 한 건 엄마아빠의 보살핌도 있겠지만, 서강이 만들어준 자유로운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6.
그런데 서강이 망할 위험이다. ㅋㅋㅋ
8년동안 존재조차 모르던 예수회가 나와서 갑자기 잘 진행되던 사업을 막고, 이사회와 총장을 자기네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고 한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평생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나와서 존폐위기까지 몰고가니 당황스럽다.
아직도 나는 저 사람들의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해서라도 지켜내야 할 그들의 '가치'는 무엇이며 그것이 재학생과 졸업, 동문들의 희망을 꺾어가면서까지 지켜야할만큼 숭고하고 위대한 일인지.
예수회는 행동주의적인 특징을 갖는다. 카톨릭이 종교개혁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던 건 이런 '행동대장'이 시의적절하게 나타나서다. 필요없는 건 과감하게 탈피하고 교인들이 대부분 지식층이었다(고 한다.)
그런 예수회가 한국예수회가 되면서 한국패치를 찍었는지 갑자기 이유도 없는 명분에 집착하는 고리짝같은 집단이 돼버렸다. 도대체 왜? 라는 답도 모른채 지금 학교 일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아니 진짜 잘 돼가던 남양주 사업(나 입학할 때부터 있던)을 막는 이유를 하나라도 알면 답답하진 않을텐데, 이건 무슨 미운 일곱살 생떼쓰듯 이건 안돼 저건 안돼 이러고 있는 꼴을 보자니 집단 정신병이라도 걸린건가 궁금하다.
7.
나는 우리 학교의 자유로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으면 좋겠다. 예수회가 진짜로 '진리에 순종한다'면 그 진리가 단지 소수 '교인'의 진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진리'에 순종해,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집단에 속하는 게 너무너무 싫다. 나는 그냥 개별적 존재였으면 좋겠고 우리는 ㅁㅁ니까 ㅇㅇ해야 해 이런 것들이 싫다. 4년전 영국에 간 것도 그런 내 커넥션들을 다 끊고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물론 갔더니 한국인 ㅁㅁㅁ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북에 출신지역과 학교를 밝히지 않습니다 라고 하는 건 너무 유세떠는 것 같아서 싫다. 성격이 모난 돌이라 '우리가' 라고 하는 것보다 '내가' 라고 하는 게 더 좋다. 이건 내 연결고리니까. 우리 엄마보다는 내 엄마, 우리 회사보다는 내 회사가 더 좋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꿀같은 연휴에 학교 앞 거구장 건물 스타벅스에 앉아 학교 얘기를 하는 건 정말 '우리 학교'가 망할 것 같아서다. ㅋㅋㅋ
3.
학교를 7년 다녔지만 카톨릭 학교라는 정체성은 잘 모르고 살았다. 채플도 없고, 기독교적 인간학 하나 들었던 게 전부였다. 오히려 학교에서 주역을 배우고 타 종교에 대해 공부했다. 부휴와 개강미사에 맞춰 수업 시간표를 짤때도 이게 '종교적'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한 수업이라도 더 빼먹을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었다. 고학년되면 그것도 의미없이 나와서 성당에서 나눠주는 음식 받아먹기도 했지만.)
이 학교의 장점이자 가장 큰 특징(내가 다닌 과, 혹은 나 한정일 수 있음)은 자유주의, 방임주의, 개인주의다. 그냥 이러이런게 있다, 할테면 해라 이런 분위기라서 열심히 찾아 들으면 좋은 것도 많지만 또 어영부영하다간 이 학교의 존재는 뭐냐, 야경학교냐 이런 극단적인 형태가 되기도 한다. 선후배관계도 복전이고 휴학에 교환이 섞이면서 좀 느슨하다. (내가 다닌 과 혹은 나 한정일 수 있음 22) 그 덕분에 대학때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치열하게 살았다. 물론 입학할 때는 이런 걸 모르고 들어왔으니 100퍼센트 만족한 건 아니었다. 시험에서 몇 번 써먹기도 했지만, 옆학교에 대한 아쉬움은 꽤 컸다. 그게 학기 초에 열등감의 원인이 되기도 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산 것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89정도?
4.
학교에서 곶감 빼먹듯 빼먹은 것도 꽤 많았다. 나때만 해도 알바트로스 장학금 뭐 이런 게 있어서 한 달에 글 하나씩 쓰면 10만원정도 장학금을 받는 공모전도 있었다. (나는 한 100정도 채운 것 같다.) 학교에서 받은 돈을 계산해보니 공모전에 다소니 근로장학금 정도를 계산하면 한 학기 등록금은 번 것 같다. (우리 학교는 심지어 등록금도 타 학교에 비해서는 싸다. 신촌에서 삼남매가 다녔는데 내가 등록금이 제일 쌌다. 물론 학번탓도 있겠지만) 다소니 제도도 나는 참 좋다고 생각한다. 단지 일을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를 도우면서 내가 그나마 좀 쓸만한 인간이구나 하는 걸 인정하게 한다. 내가 이 상황을 겪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을 'neglected voice'에 대해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냥 주어진 트랙이 아니라 니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봐, (대신 찾는 것도 니가 해)라는 분위기는 미지의 세계 탐험같았다. 교환학생같은 것도 다 이렇다. 알고 있으면 꽤 좋은 시스템을 잘 갖춘 꽤 괜찮은 학교다.
5.
예전에도 쓴 적 있고, (http://mariewithredhoodie.blogspot.kr/2016/04/blog-post.html) 이 글 쓰려고 도서관 계정 찾아보니 빌려 읽은 책은 한 500권정도고 내 이름으로 신청해서 구입한 책은 한 50권정도 되는 것 같다. 학교에서 굳이 이런 걸 왜?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책도 신청하면 아무런 검열이나 제약 없이 구입해서 볼 수 있었다. 내 현재 모습은 서강의 자유가 만들고 빚은 결과물이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도서관 숫자도 작고 외부 도서관이나 이런 건 없지만, 장서 종류로는 압도적이다. 로욜라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라벤더 향기 비슷한 방향제와 수직 구조의 도서관의 모습은 '뭔가 더 알고 싶다'는 묘한 자극이 됐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냥 '알고 싶은 뭔가'가 생기면 도서관에 가서 찾았고, 답이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뭔가가 있었다. 나라는 인간을 스무살 넘어서부터 더 알게 하고 더 자라게 한 건 엄마아빠의 보살핌도 있겠지만, 서강이 만들어준 자유로운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6.
그런데 서강이 망할 위험이다. ㅋㅋㅋ
8년동안 존재조차 모르던 예수회가 나와서 갑자기 잘 진행되던 사업을 막고, 이사회와 총장을 자기네 사람으로 앉히려고 한다고 한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평생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나와서 존폐위기까지 몰고가니 당황스럽다.
아직도 나는 저 사람들의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해서라도 지켜내야 할 그들의 '가치'는 무엇이며 그것이 재학생과 졸업, 동문들의 희망을 꺾어가면서까지 지켜야할만큼 숭고하고 위대한 일인지.
예수회는 행동주의적인 특징을 갖는다. 카톨릭이 종교개혁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던 건 이런 '행동대장'이 시의적절하게 나타나서다. 필요없는 건 과감하게 탈피하고 교인들이 대부분 지식층이었다(고 한다.)
그런 예수회가 한국예수회가 되면서 한국패치를 찍었는지 갑자기 이유도 없는 명분에 집착하는 고리짝같은 집단이 돼버렸다. 도대체 왜? 라는 답도 모른채 지금 학교 일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아니 진짜 잘 돼가던 남양주 사업(나 입학할 때부터 있던)을 막는 이유를 하나라도 알면 답답하진 않을텐데, 이건 무슨 미운 일곱살 생떼쓰듯 이건 안돼 저건 안돼 이러고 있는 꼴을 보자니 집단 정신병이라도 걸린건가 궁금하다.
7.
나는 우리 학교의 자유로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으면 좋겠다. 예수회가 진짜로 '진리에 순종한다'면 그 진리가 단지 소수 '교인'의 진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진리'에 순종해,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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