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10, 2016

Dirty

1.
이태원이나 홍대, 아니면 강남쪽에서 꽤 꾸민 (약 20대 초반) 남자들이 지나가면 열에 여덟은 러쉬 더티를 뿌린 것 같다.
잔향이 꽤 진한 데다가 거의 등산가방같은 커다란 백팩 사이드 주머니에 꽂고 다니는 것도 종종 보인다.

이렇게라도 뿌리고 다녀줘서 고맙다. 지하철 2호선에서 빈자리보다 반가운게 향수 좀 뿌리고 땀냄새 가리려고 노력한 사람들.



2.
이 향에 호불호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전적으로 호다.
부산 어느 카페에서 더티 뿌린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데도 있다는데. 그 글을 보면서 더티가 그정도까지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러쉬의 매력은 여름밤 분위기랑 찰떡같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샌달우드에 라벤더 향이 강해서 뿌리는 순간 '영국 여름' 느낌이다. 민트향이 강하다는데 그건 첫향에만 살짝 나고 잔향은 라벤더에 샌달우드만 남는다. 뿌리면 보디 스프레이인데도 불구하고 보통 하루 이상은 간다.

영국에 있을 때 여름밤에는 무조건 방에 이거 한 번씩 뿌리고 탄산을 마시면서 일했는데 그러면 풀밭에 나온 느낌이다. 피크닉 나갈 필요 없이 이렇게 뿌리고 시원한 거 마시면서 유투브로 좋아하는 '여름'음악을 들으면 체온이 한 1도는 내려가는 것 같다.
여름음악 eg. asoto union- think about chu, havard - clean and dirty (여기도 더티가!), free tempo- immaterial white


3.
물론 이 향을 퍼부으면 역하긴 하다. 우디한 향이 진해지면서 파우더리해질 수도 있고, 어쨌건 향은 취향을 많이 타는 거라 나한테는 가벼운 이 향이 남한테는 욱 할 정도로 무거울 수 있으니까.

하도 요즘 더티 뿌린 사람 오면 구역질 난다는 글을 많이 봐서 그런지 밖에 나갈 때는 조심스러워진다. (나는 향수는 좀 뿌린 티를 내는 편이라 내 주변 사람들도 힘들었을까.)

지금 쓰고 있는 것만 다 쓰고 다른 걸 쓸까 생각하다가도 이 영국 풀밭같은 느낌이 나는 향수를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첫향도 좋아하지만 잔향에서 나는 라벤더랑 우디함이 좋아서 자기 전에 보통 침대에도 뿌리고 입고 나갈 옷에도 뿌려놓고 잔다. (6월부터 9월 한정) 그러면 잘때는 시원한 느낌이어서 좋고 다음날에는 달달한 라벤더 향기만 남아서 하루가 상쾌하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싫어했으면 어쩌지. 지금 러쉬 더티 검색해보니까 호보다 불호가 태반인 것 같다. 도대체 왜...?

앞으로는 욕 안먹게 동네에서만 뿌려야 하나. 근데 지하철 꿉꿉한 냄새보다는 러쉬 더티가 오억배는 나은데.

4.
생각난 김에 향수 호불호 정리.

불호
제이로, 클린, 마크 제이콥스 데이지, 레인(스플래쉬), 쁘띠상봉, 아쿠아디지오, 존 바바토스 아티산, 랑방 에끌라드 아르페쥬 (를 비롯한 그 아류 향수들), 끌로에 잔느, 러브, 로, (사실 끌로에 라인 다.....) 겐조 전부.. 이세이 미야케 전부, 에르메스 쟈뎅 수르닐, 조 말론 미모사, 피오니& 블러쉬, 라임바질& 만다린, 얼그레이&큐컴버, 잉글리쉬 페어 &프리지아, 딥디크 롬브르 단 로


마크 제이콥스 우먼 (3병), 구찌 길티 (2병), 더티 (7병), 브리트니 스피어스 래디언스 (3병- 단종...), roger & gallet  Fleure de Figuier (Eau Fraiche로 3병- 지금 메인인데 한국에 안들어와서 어떻게 구할지 고민. 그나저나 이 브랜드 어떻게 읽는걸까), YSL Opium, 조 말론 넛맥& 진저, 우드 세이지 & 시솔트, 펜할리곤스 가드니아, 지조니아


생각보다 취향이 중구난방.

싫어하는 향수 쓰고 나니 러쉬 싫어하는 사람 마음이 이해간다.
새 향수 한 병 더 사고 싶다. 망할 환율. 브렉시트 망해라. 아니다. 이렇게 망해도 결국 나만 망하겠지. 그냥 망할 거 한 병 더 사서 향기롭게 지옥행 (파산행) 열차를 탈까.

2 comments:

  1. clean and dirty 저도 이노래 진짜 좋아함욬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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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바드! (근데 왜 하버드를 이렇게 읽는거죠,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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