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동생이 영국에 와서 남겨준 책은 기형도 시집이었다.
그때 뭘 해도 안되던 때라서 이 시가 너무 아팠다.
지금은 그냥 내 마음 복사해서 고대로 써놓은 것 같다.
나는 대체적으로 용꼬리보다 뱀머리 포지션을 좋아하는데, 요즘 용꼬리는 커녕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힘들다.
뭘 하면서 이렇게 열등감에 사무친 건 중학교 이후로 처음인데, 그 열등감이 너무 쪼잔하고 어이없고 유치해서 그냥 할 말이 없다. ㅎ 나이도 이제 먹을 만큼 먹었는데 누군가에 비해 하찮아보이는 그 느낌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징징거림 증폭장치를 달아놨는지 조그마한 충격에도 와장창.
그래도 수요일 버텼으면 이제 1주일은 쉴 수 있다.
아, 왜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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