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때부터 성격이 욱하는 편이었다.
엄마 말로는 원하는 걸 안사주면 머리 쥐어뽑고 굴러다니는 건 예삿일이었다고 하니 그 성질이 어딜 가나 싶다. 좀 유해졌다고 해도 그 성질은 어딘가에서 자꾸 사고를 친다.
2.
중고등학교때는 위염, 장염을 달고 살았다. 조금만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몸이 안좋다..를 넘어서 꼬인다.
그 덕분에 나는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야자를 빼먹고 집에서 잘 쉬었다. 재수할때도 마찬가지. 대학에 와서는 공부로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으므로 당연히 위염, 장염 이런 건 겪을 일이 없었다.
3.
집에서 운동 제일 열심히 하고 (주7회), 음식도 제일 가려먹고 (라면, 레토르트 식품 안먹음, 매운 것 안먹음, 술집 안주 안먹음 등등) 하는데 잔병치레는 제일 심하다.
철마다 유행에 앞서 감기에 걸리질 않나, 먼지나 햇빛을 좀 받으면 온몸에 뭐가 난다.
(도서관에서 좀 오래된 책을 읽으면 눈물+재채기+피부 발진 쓰리 콤보라 그냥 사서 보거나 안읽는다. 이 핑계로 도서관은 잘 안가는 편.)
홍콩에 갔을 때도 첫 기억이 온몸에 알러지 반응이 돋아 울면서 "나 집에 갈래" 하고 엄마한테 진상부렸던 거다. 물론 그 이후에도 진상과 흑역사는 차곡차곡 적립해서 구이린 가는 길에 양수오에서 쓰러져서 중국 병원에도 입원도 해봤다.
영국에서도 피부가 문제가 많아서 칼라마인은 항시 가지고 다녔고, 와인을 먹으면 이상하게 반점이 생겨서 열심히 맥주를 마셨다. (이게 말이야 똥이야...)
4.
작년에 한창 공채 준비할 때는 두피가 짓무르고 온몸이 간지러워서 잠을 못잤는데, 이게 좀 시험보고 이래야 할 시즌만 되면 계속 이래서 약을 먹었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다비씨가 한약불신론을 주입해주기도 했고, 그 약사가 좀 미덥지도 않았고, 그리고 한약을 먹으니 내가 사랑하는 음식 (밀가루+유제품)을 끊어야해서 그냥 내일까지만 먹고 끝내기로 했다.
여전히 피부는 간지럽고 맥박은 토끼맥이고, 여전히 부실하다.
5.
요즘은 귓속도 붓는다. 영국에서 매니저랑 트러블 있을 때 고름이 철철 나던 거에 비하면 그래도 아직은 버틸만 하지만 귀가 자꾸 간지러우니 집중도 안되고 머리도 아프고 왠지 졸린 것 같고. 그렇다. 그때 막 벽이 내려오는 것 같고 자다가 숨막혀서 깨고 그랬는데, 아직 그 상태는 아니니 다행이기도 하고. 더 심해지기 전에 이 상황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6.
그래서 결론은 지금이 제일 힘들다. 몸도 마음도.
이렇게 여기다가라도 나 더럽게 힘들다고 지금 털어놔야 할 것 같았다.
나만 이렇게 재미없는건가.
7.
스트레스 관리도 능력이라는데 나는 아마 그 능력치로 따지면 70억 인구 중에서 70억등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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