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에서 면접을 볼 때 나의 전-전 매니저 아나 (Anna지만, 영국이니까 아나라고 읽도록)가 물었다.
"What is your weak point for this job?"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I cannot see any bloody, slash, gore, or any kind of horror movie. If I have to, or be forced to watch those kind of genre movies, I definitely will be unhappy."
다행히 우리 회사는 IFE여서 이런 장르를 선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밥벌이는 하고 산다. 가끔 호러 장르나 보기 힘든 영화를 봐야하는 경우 (ie. 손님, 곡성) 나는 그 작은 스크리닝 링크를 놓고서도 다시 눈을 가리고 낑낑대며 지나친다.
2. 극장판에서 영화를 보는데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 '사이코'를 보게 됐다.
'복수는 나의 것'은 보다가 한 10분도 되지 않아 나왔다. 이미 본 영화여서 오히려 안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프닝이 시작돼고나서부터 내가 힘겨워하는 그 '지점'이 떠올랐다.
그리고 10분만에 나와서 당당히 회사 랩탑(이자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랩탑)을 켜고 일했다.
난 생각보다 겁도 많고 무서운 걸 잘 못본다.
볼드까지 쳐서 써놓는 이유는 그냥 그렇다고. 고등학교때 허세에 쩔어서 막 쏘우 이딴거 보고 그랬는데 집에 와서 맨날 불켜놓고 캐롤 부르면서 잤다. (유일하게 아는 찬송 which I refer as song of Priests')
3. 사실 사이코는 안무섭다.
워낙 그 영화 자체가 이미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져서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도 많고. 사운드트랙이나 효과같은 것도 익숙하다.
샤워 바스텁 안에서 꺅 소리지르는 것도, 너무 익숙한 상황이다. 오리지널리티가 이미 상실돼서 그게 그렇게 무섭냐? 이런 지점.
4. 근데도 무섭다.
이미 알고 있는 반전이라고 해도 그냥 오싹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에 나올까봐서 나는 온갖 힘을 다해서 이 표정을 안보려고 애쓴다.
5. 이런 무서움의 밑바탕에는 나도 어쩌면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지 모른다. 도시괴담(장기밀매, 인신매매)부터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이어져왔을 때 나는 항상 '당할 수 있는' 입장에 처했다.
통제되지 않은 '변수'가 내 주변에 나타나서 내 생존을 위협한다는 '망상' (혹은 예측)을 항상 하고 살기 때문에 이런 영화도 허투루 지나치기가 어렵다.
영화를 볼 때 타란티노처럼 공감이 안되는 영화는 깔깔 웃으며 지나칠 수 있지만, 블랙스완에서 손톱 뜯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은 뼈져리게 느껴지는 거랑 비슷한 이치랄까.
6. 그래도 이 영화에서 마리온 진짜 예쁘다.
흑백 영화가 좋은 건 각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블러처럼 뽀샤시가 아니라 정말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 안에서 오롯이 자신의 '미'를 볼 수 있는 느낌.
(같은 맥락에서 오드리 햅번 로마의 휴일, 잉그리드 버그만 영화'들'을 좋아한다)
7. 영화 올리느라 영상 다시 보는데 아..... 표정이 안잊혀.
8.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하는 예술인이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일반인으로만 남았다면 뭔가 '잊히지 않을 무서운 일'을 할 사람이 됐을지 모른다.
저는 무서운 거 보면 믿지도 않는 성경책 베개옆에 주고 자여.. 가끔은 끌어안고 잠
ReplyDelete저는 찬송가 아는거라고는 캐롤밖에 없어서 캐롤 불러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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