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여행은 많이 무모했다.
엄마아빠를 일본 보내드리고서 나도 뭔가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한 40퍼센트 정도는 차 있었지만 그래도 작년처럼 또 그런 '미친 짓'을 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참자 참자...했다.
이상하게 평소에는 잘 참다가 생일 즈음이 다가오면 혼자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맹렬하게 든다. 광저우-파리-베를린-파리 이렇게 몇 번을 혼자 지내고 나니까 더더욱. 이번에는 조용히 집에서 혼자 보내봐야지 했는데.
2.
시험에서 바라던 결과가 안 나왔다. 할일이 없어 책을 열심히 읽었다. 화집도 봤다.
우연히 사진을 보다가 피카소 그림을 봤다. Massacre in Korea (신천에서의 학살?)
스트라이프를 입고서 고집센 눈을 한 할배가 'I don't seek, I find'라고 말하면서 나보고도 발견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작년 이맘때 이 그림을 보고 두근댔던 게 기억났다.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말라가-파리를 가기로 했다. 오직 피카소 뮤지엄을 보려고. 니스쪽에도 하나 있는데 작년에 니스-칸을 갔을 때 도시 인상이 별로라서 거기는 뺐다.
마드리드에서 게르니카도 볼까 했는데 스페인에서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그냥 바르셀로나-말라가로 만족하기로 했다. 게르니카는 마드리드에 있을 때 네 번이나 봤으니까 아직은 괜찮다 하면서 다음 여행(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미뤘다.
일본에 있는 엄마아빠한테도 거의 '카톡통보'로 "나 여행가" 라고 보내고는 여행을 질렀다.
2.
5월 5일
비행기표를 찾다보니까 중국항공사 제외하고, 영국 랜딩만 아니면 유럽가는 건 80이 적정선이 된 것 같다. 마지막 비수기인데다가 직항도 아니니 딱 이정도면 준수하네 하고서 BA로 끊었다.
돌아오는 게 새벽 비행기라 공항 노숙을 해야할까 싶었는데 뭐 그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우선 질렀다.
Barcelona in- Paris Out, (transfer at LHR)
5월 6일
바르셀로나 숙소를 예약했다. 난생 처음 '호텔'로 여행을 간다. 세상 좋아졌다.... 돈 없다고 24인실 호스텔 쓰던 내가 5년도 안돼서 호텔이라니! 출장때는 몇 번 가봤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여행에서 호텔을 쓴다는 게 좋았다. 별 두개짜리 그닥 비싼 호텔은 아니었어도 혼자 방에서 뒹굴뒹굴할 생각을 하니 이베리아반도 공포증도 좀 사그라들었다.
말라가는 숙소가 호텔은 죄다 바닷가 근처고 시내 중심은 내 버짓을 너무 넘어섰다. 어쩌나..다시 원래대로 호스텔을 예약했다.
파리는 자주 가던 수도원 호스텔로 가기로 했다. 3박을 하니 예약이 안되는데 2박+1박으로 쪼개서 넣어보니 됀다. 오 야-르. 아침마다 에펠탑 앞에서 산책해야지 하는 기쁜 마음으로 또 예약을 마쳤다.
공항 노숙을 하면 분명 돌아와서 사나흘은 누워 골골댈 것 같아 마지막 밤은 샤를 드골 근처의 호텔을 에약했다. (이 호텔 절대 하지 말라고 나중 글에 꼭 써야지. 정말 아휴.....ㅋㅋㅋㅋ)
5월 7일
이동하는 비행기 예약을 마쳤다.
피치 못한 사정이 있을 때만 타는 '피치 항공'보다 더 싫은 '라이언에어'를 한 번 타야한다는 게 좀 싫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돈 더 주고 좌석배정+짐 패키지로 했으니 좀 낫겠지.
에어 유로파는 LCC인것 같은 데 스카이 팀이었다. 라이언에어로 좌석배정+짐 패키지 했을 때보다 한 10유로정도 비싼데 스카이팀 마일리지, 기내 음료까지 생각하면 이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환전은 인터넷으로 하고 공항에서 받기로 했다. 위비톡인가 광고에서 막 나오던 걸 처음 써봤는데 나쁘지 않다? 면세 적립금을 친구들한테 퐁퐁 나눠주면서 인심도 썼다.
3.
여행 준비는 가서 하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 뮤지엄이 하나, 말라가에는 두 개 (Fundacio & Museo 이렇게 있음), 그리고 마레 지구의 피카소. 이거만 가면 되고 나머지는 알아서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짐만 쌌다.
28리터짜리 캐리어를 들었다가는 욕하면서 올 게 뻔해서 20리터로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욕은 했다. 샹젤리제에서 리무진 타러가면서 "내가 다신 오나봐라" 이러면서 멍청하게 사재낀 나를 원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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