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2, 2016

식신 (食神, The God of Cookery, 1996)


1
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힘주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힘을 줘서 세게 말하면 갑자기 사회극이 되어버리고, 또 너무 힘을 줘서 수위가 높아지면 싸구려가 돼버린다. 막 웃기게 치고 달리다가 툭 하고 빠지는 그 지점에서 웃음을 터지게 만들어야 다시 봐도 웃긴 장면이 나온다. <듀 데이트>나 <쥬랜더>같은 영화들이 다시 봐도 웃긴게 배우들이 정색하고 '난 웃기려고 하지 않아' 하고 미친 짓을 해대다가 어느 순간에 툭 끊는다. 그래서 터진다.

2.
주성치 영화는 어이없게 치고 달리다가 그 앞에서 툭 하고 끊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돼면 내가 이거 왜 웃지? 하고 웃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서 또 웃는다. 멋있는 척을 하는 것 같다가도 '어 이거 아닌데?' 하면서 되게 어이없는 말과 액션을 보여준다. 성룡이 그 어이없는 상황에서 아뵤 하면서 정의의 사도로 일어난다면 주성치는 '에이' 하면서 슬그머니 뒤로 빠지면서 살짝 훅을 날리는 스타일이랄까.

3.
주성치가 식신에서 쫓겨나게 된 계기도 엄청난 음식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탕면때문이고, 다시 올라서게 된 것도 오줌싸개 완자다. 엄청나게 대단한 음식이 아니라 그냥 정- 말 홍콩 길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요즘은 이런 음식 찾기도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포장마차가 쉽게 안보이는 것처럼) 음식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고간다. 정말 온몸으로 (콧소리를 홍홍 내면서) '헝-거엉'을 외치는 영화다. 소림사도 성룡이나 이연걸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신성한 공간도 아니고. 영화에서 주성치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4.
캣스트리트도 이젠 조악한 관광객 시장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래도 이 영화 안의 猫街는 강호의 도와 형제의 의리가 있다. 영화 느낌이랑 비슷한 곳을 찾으려면 캣스트리트보다는 오히려 야우마테이 뒷골목이 더 닮았다. 학교 다닐 때 자주 갔던 Mr.Wong도 뒷골목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가게 있는 골목이랑 비슷한 느낌? 음식도 딱 저 수준이었으니.

5.
막문위는 거의 '강호의 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의리를 지키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알고보니 그게 義가 아니라 愛였다는 장면에서 한 번 웃겼다. 사랑밖에 모르는 나는 여자이니까....의 실사판이랄까. 

원래 예쁜 언니라 그런지 망가지는데 별로 두려움이 없었나보다. 젊은 여배우가 저런 분장하고 저런 역할 하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애인이 감독이라 그런지 그렇게 추녀 분장을 해도 사랑스럽다. 특히 주성치를 잡으려고 아이섀도우 빡 하고서 눈 껌뻑이면서 나오는데 이게 그냥 일반적으로 찍었으면 으잉 이랬을텐데 사랑하는 마음으로 찍었을테니 '못생겼지만 귀엽다'. 마냥 예쁘게 나오던 열애상흔때보다 여기서 더 매력적이다.

6.
캔토니즈 영화는 자막이 안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1달을 1년이라고 하고, 대화 장면에서 약간 뉘앙스가 틀린 부분이 있었는데. 캔토니즈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다가도 쌓여있는 hsk 책을 보면서 저거나 하자 하고 책을 덮었다.

7.
내쫓기고 매맞던 주성치가 막문위한테 챠슈덮밥을 받아들고 '너무 맛있어' 하면서 허겁지겁 먹는데 그 마음이 1000000000000% 와닿는다. 다시 돌아가서 챠슈를 먹고, 커리를 먹어도 그때 그 맛이 안 느껴지는 건 내가 그때보단 마음이 덜 힘들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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