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18, 2015

A Copy of My Mind (2015)

2013년 전까지는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아침마다 마시던 만델링 커피, 교환학생때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들 몇 정도가 전부였다.

시티에서 일하게 됐을 때 인도네시아가 있는 걸 보고 '아니 만수르가 돈이 넘치나, 저 작은 나라까지..'라고 생각했는데 리스트에 있는 나라 중에서 한국이 두 번째로 작았다. (제일 작은 '나라'는 홍콩... Cantonese 혹은 Traditional Chinese 담당자.) 지금은 CNN 인도네시아 지국장이 되신 Yusuf랑 이야기하다 배운거지만, 인도네시아는 엄청 크다. 페이스북 사용자도 어디 조사를 보니까 미국 다음에 2위라고 하고 Bahasa Indonesia 사용 인구가 한글 사용인구보다 많다는 얘기도 있다. 이 언어는 보면 영어랑 네덜란드어가 묘하게 섞인? 알파벳으로 써있고 말레이시아어랑도 비슷해보인다. (말레이 Nik은 인도네시아어를 이해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썰은 여기까지 하고.. 이렇게 인구수가 많다보니 자국 영화산업도 의외로 발달할 법 하다. 조코 안워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엄청나게 뜨는 감독이라고. (부산에서 관계자한테 들었다...)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혼란기에 사리라는 마사지샵(이상한 마사지샵이 아니라 진짜 관리실)에서 일하는 여자가 불법 비디오 복제 자막을 만드는 알렉을 만나면서 시작됀다. 자막이 구리다며, 영어는 할 줄 아냐고 묻는 사리의 말에 알렉은 제대로 답변을 안하는데, 이전 씬에서 알렉이 구글 번역기로 자막을 돌리는 모습이 나왔다.

사리는 괴수영화를 좋아하고 꿈은 홈씨어터를 갖는 것. 현실은 싸구려 마사지샵에서 일하지만,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을 안고 큰 마사지샵으로 옮기려 한다. 알렉은 이에 반해 ID도 없고, 휴대 전화도 없고... 중국으로 치면 헤이즈인데 첫 씬에서 사리한테 수작거는 게 꽤 매력있다. BBC 드라마 신밧드의 주인공이랑 닮았다.

문제는 사리가 돈을 더 벌기 위해 교도소에 갇힌 정치범(로비스트?)에게 출장 마사지 서비스를 하면서 '정식 DVD'를 하나 훔치면서 시작한다. 불법복제만 보던 가난한 사리한테 에르메스 버킨과 고야드를 이야기하는 수감자(이름 까먹었다..)의 방에 있는 '정발 DVD'는 명품백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눈치를 보면서 가져온 DVD가 알고보니 위험한 물건이었고, 갑자기 영화는 로맨스에서 사회문제로 바뀌는데.. 문제는 이렇게 바뀌는 지점부터 영화가 지루해졌다. 영화의 힘이 이런 위협에도 덤덤하게 두 남녀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는데 오히려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친 사고를 남자가 다 마무리짓는 상황으로 진행되면서 여자는 결국 '영화'만 좋아하는 예쁘고 철없는? 이런 느낌으로 끝나버린다. 인도네시아가 무슬림인지, 불교인지 알지 못한다면 사리의 집과 알렉의 집이 의미하는 차이도 안와닿고.

감독이 HBO쪽에서 드라마 한 적 있어서 그런가 촬영 색감은 화려하면서도 안촌스럽다. 알렉의 집은 고양이를 부탁해 포스터 느낌이 났고, 여자의 집은 차분하면서도 녹색빛이 돌아서 암울한 느낌이 잘 전달된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그냥 보여주기보단 둘 사이의 이야기로 은유적으로 보여주거나 영화?로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투표장 장면도 누가 누군지 모르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여자는 왜 저기 가있는건가 계속 머릿속에 ???만.

영화를 다 보고 여주 인스타를 가봤는데, 사리는 없고 화려한 여배우가 '우리는 꿈을 가져야해'라고 말하고 있어서 씁쓸했다.

언제까지 꿈만 가지고 영화처럼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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