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이 아니더라도 이름을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던가 (가타라니 고진), 윤상호 감독(연상호 감독)처럼 '어 이 사람 이름 내가 항상 틀리게 기억했지'하면서 결국엔 또 틀린 이름을 말하곤 한다.
제일 난감한 건 이름을 섞어 말하는 건데 아다치 미노루(아다치 미츠루+후루야 미노루)같은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일본 이름을 실수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데, 특히 성이랑 이름이랑 구별하는 법이 아직도 헷갈린다. (타케히코 이노우에는 어떤 게 이름이고 성인지 아직도 모른다.)
어쨌거나 외국인이니 그냥 영어로 검색해서 영어 표기로 읽는 게 가장 마음이 놓인다.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도 실수 리스트에 드는 사람 중 중 하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유명한 작품은 챙겨본 편인데도 이름이 헷갈린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이랑 "야 영화보러가자..그 감독"하면서도 나는 이름을 한 번에 말하지 못해 또 한 번 구글을 찾았다.
"그래 그 고레에다 히로카즈!"하면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제목 그대로 바닷마을에 사는 네 자매의 이야기다.
'아주 간결하고 재미없게 한 줄로 요약하면' 오래전 연을 끊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복동생을 가마쿠라 집으로 데려오며 함께 사는 이야기 정도다.
큰 언니는 유부남과 연애중이고 둘째는 이상한 남자 끈끈이라도 붙었는지 낭비중이고, 셋째는 비중이 적지만 4차원 캐릭터?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친구랑 언뜻보면 :'내딸 금사월'과 이게 다름이 무엇이냐"라면서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주인공들의 악다구니 쓰지 않는 '우악스럽지 않음'이 포인트였다.
우리 아빠가 바람펴서 낳은 여동생에게 씽긋 웃어주는 첫째 언니와 쿨하게 연애상담해주는 둘째언니, 엄마처럼 내가 운동하는 데 와서 응원해주는 셋째 언니와 여기서 또이또이하게 잘 따라주는 착한 동생.
한여름에도 땀흘릴 것 같지 않은 뽀송한 네 자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외모지상주의적 평가일테고.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호흡에 과잉되지 않은 감정선, 오히려 너무 눌러서 가식적으로 꾸민 듯한 그 움직임들이 이 영화를 막장으로 치닫지 않게 한다.
첫째 사치와 막내 스즈가 동네 산에 올라가 소리지르는 장면에서는 저렇게 "예쁘게" 소리지를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했다.
삼순이에서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주차장씬'(희진이가 가방의 물건을 에쁘게 내던지며 엉엉 아이처럼 우는)이 슬픈 이유는 적절히 예쁘게 슬퍼서였다.
진짜 내가 우는 것처럼 콧물 질질 흘리고 얼굴 시뻘개져서 울었다면 극에 빠져들다가도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그 감정에 질려버리고 마는데, 이 영화는 예쁘게 만들어서 전혀 공감가지 않을 감정들에 빠져들게 했다.
어느 정도까지만 슬퍼하는 모습에서 내 상상을 보태니 더 슬퍼지고 "저런 미친"이 될 수 있던 자매들의 행동이 "그래, 살다보면 저럴 수도 있지"하고 끄덕이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내년의 목표는 가식적일지라도 우악스럽지 않게 사는 것이 돼버렸다.
넘치는 감정을 무던하게 누르기 위해서는 위악일지라도 예의로 포장한 삶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게 기쁨이든 절망이든 뭐가 됐든 버티기 위해서는 무던하게, 아무리 힘든 일도 "씽긋", 아무리 기쁜 일도 "씽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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