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2, 2015

망원동


인스타도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데는 묘한 반감이 있었다.

우선 왜 내가 저 사람들(AKA 인스타 팔이피플 or 인스타 유명인)을 따라해야야 하는 것이며, 그 묘한 '힙스터놀이'에 굳이 나까지 낄 필요 없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작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이모네집을 갔는데 맨날 가던 집 옆의 서점이 '힙한' 동네 서점의 성지가 되어있고, 몇 번 시켜먹던 중국집은 이제 줄서서 먹어서 배달도 잘 안해주는 '숨은 맛집'이 되어있는 걸 보고 기함을 한 기억이 난다.
(대*서점, 영*루)

그래서 엥간하면 유명한 집들은 안찾아가고 지나가다 내 기준에 맞는 곳 있으면 들어가서 먹는 편이다. 맛에 대해 엄청나게 까다로운 건 아닌데 일관성없는 기준이 몇 있고, 여기만 넘으면 다 맛있게 잘 먹는다. (빙수를 팔면 시끄럽고 애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서 안가고, 원두를 가볍게 로스팅하거나 산미가 강하면 잘 안간다. 밖에서 한식은 잘 안먹고, 생선류도 잘 안먹고, '한국식' 뉴욕 브런치같은 음식은 잘 안먹는다.)

 오늘 내 기준을 다 내려놓고 망원동에 갔다. 거의 한국의 포틀랜디아? 힙한 사람들이 동네에서 치이고,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산다는 바로 그 동네다. 신문에서 맨날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면서 홍대, 상수의 대안으로 망원, 합정을 얘기하는 것만 봤었는데 말이다.
(근데 홍대, 상수 한 물 두 물 아니 열 물 간 지가 몇 년째고, 그렇게 얘기가 나오더라도 대안없이 가게 되는 게 상수다.)

 

 


1. joo5il
요즘 트렌드는 집밥같은 식당밥인듯 하다. 심야식당처럼 그날 쉐프가 정한 메뉴 혹은 아주 간단하면서 소박한 메뉴를 차려놓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 라따뚜이나 굴라쉬, 스튜같이 뜨끈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주는 요리가 대세인 것 같기도 하고.

주5일식당은 주5일만 한다.
상수에서 머리를 자르고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유행에 따르는 삶을 살아보자 하면서 무작정 망원으로 와서 찾아갔다. 2번 출구에서 한 10분정도 걸어가면 되는데 간판이 없고 유리창으로만 봐야해서 잘 살펴야 한다.

음식 메뉴는 간단했고, 맥주는 다 일본 맥주였던 것 같다. 아사히, 기린, 삿포로 다 안좋아해서 패스. 인스타에서 주구장창 봐왔던 버터커리를 먹을까 하다가 쇠고기 가지덮밥이 더 칼로리가 낮을 거라는 부질없는 희망으로 쇠고기 가지덮밥을 시켰다.

찬도 간단하고 밥 양도 적당하고 (사실 매워서 좀 남김) 가격도 적당에서 살짝 오버(10,000원) 정도라 그냥 혼자 조용히 먹으면서 분위기 내고 싶을 땐 좋을 것 같다.
스튜나 버터커리처럼 유럽식이지만 알고보면 일본식인 경양식을 먹기에는 좋을 곳 같다. 수프에 바게트나 버터롤 같은 간단한 런치도 있었으면.

가게 안은 깔끔하고 그림 몇 점, 일본어가 적힌 포스터 몇 장, 동네 카페 명함, 말린 꽃정도로 간결하다.

막 '우와 진짜 맛있어, 여기 줄서서 먹어야함" 이정도는 아닌데 그냥 이런 동네에 이런 가게도 있구나 체험하기엔 좋은 곳.






















2. smallcoffee

주오일식당 맞은편에 있다.
진짜 말그대로 진짜 작다. 테이블 큰거 하나, 작은 거 두 개 정도?
투샷을 쓴다고 하는데 스모키한 원두만 먹다보니 나한테는 좀 싱겁다.
바리스타의 투혼이 담긴 커피, 막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작은 머그에 호록호록 커피 마시기 좋은 곳이다. 바리스타가 라떼아트를 하거나 앤트러사이트처럼 원두자랑을 하는 곳은 아니고, 조그만 동네 카페에  The National- I need my girl같은 걸 들을 수 있는 곳이라는데 의의를 두면 된다. (스포티파이로 음악 돌린 것 같다.)

거기서 파는 훈고링고브레드가 맛있대서 이것도 먹어볼까 하다가 오늘 엥겔지수랑 탄수화물 섭취를 생각하면서 참았다.




 


3. 망원동
TV에서 인디밴드들이 사는 '우리동네'로 소개돼서 나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어도 되게 익숙한 동네다. 커피 마시고 나오던 시간이 저녁 준비할 즈음이라 그런지 낮에는 한적했던 시장이 북적댔고, 사람들은 찬거리를 샀다.

같은 마포구라 그런지 옛날 할머니집이 생각났고 장보는 할머니들 보면서 우리 할머니도 생각났다. 아현동 집이라고 하기엔 동네가 너무 좋아보이지만. (할머니집은 연탄불도 땠고, 올라가다보면 미키마우쓰를 자주 봤다... 물론 데드미키마우쓰도 본 기억이 난다)



서촌, 상수, 연남동이랑 비교하면 그래도 아직은 원주민들이 살만한 동네인 것 같다. 들어오는 가게가 빵집이나 식당(레스토랑이 아니라)이라 동네 사람들도 오고갈만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힙한'동네에서 살려면 비범하게 평범해야할 것 같다. 마치 두꺼운 내추럴 메이크업처럼....절대 편하지 않아...ㄴㄴ

인사동 옆에 익선동이랑 동대문쪽 창신동도 이런 분위기로 변해간다던데. 시간 남고 비 안오는 날 다시 한 번 힙하게 놀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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