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19, 2014

너무 좋아하면 아끼는 게 맞다.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필드에서 일을 두 번이나 했다. (or 하고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되니 얼마나 좋으냐고 그러겠지만  사실은 괴롭다. 취미가 일이 된 후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맨체스터에 있을 때는 킥오프!  이 소리만 들으면 위액이 올라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개인적인 시간에 절대 축구를 틀지 않았다. 월드컵이건 챔스건 그냥 내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절대 공을 쳐다보지 않았다. 물론 [[[[[[[[[[첼시]]]]]]]]]] 경기는 종종 봤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축구팀에 일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는 코너하우스에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갔고, 야근을 마치고라도 다시 영화 리뷰를 읽고 영화를 밤새 구해서 보고 그랬다. 유럽 영화건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의 영화건 미친듯이 영화를 봤고 읽었고 찾았다.

한국에 오고 난 후, 요즘엔 스크리너가 오면 그냥..... 반은 빠르게 감아버린다. 아직 극장 문턱도 밟지 않았다. 영화제 출장에서도 결국 스크리너로 돌려보거나 마켓 시사로 잠깐 스친 걸 빼곤 전편을 오롯이 본 게 없었다. 이 일을 하고 나서 내가 보고 싶어 본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 좋아함이 사그라들지 않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다. 내 불꽃은 너무 세서 벌써 재로 다 변해버렸는데 그 사람들은 아직도 그 열기가 지속되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좋아할 때도 어느 정도껏 맞춰가며 좋아해야 하는건가.

나같이 확하고 쏠리는 사람은 차라리 나랑 정말 관계없는 분야에서 일하며 일과 취미를 분리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도 없이 정말 정직하게 월급을 위해 일하는 나의 '직업'이 된다면 오히려 내 삶의 만족도는 더 커질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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