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우리 회사 팀 동료님들은 친히 또 비기셨다. (내용 생략)
2. 동료님들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힘입어 어제 일도 일찍 끝나서 정도전 3회를 다 몰아봤다.
이 드라마는 다 좋은데 왜 '정도전'인가.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좋지만 말도 안되는 로맨스 끌기가 점수를 깎아먹은데다가 '무장'으로 재해석한 태조 이성계라는 캐릭터가 말도 안되게 멋있어서 마음 속으로는 자꾸 '이성계'로 읽힌다. 황산전투는 웬만한 픽션 판타지 영화보다 더 잘 만들었고, 정치가였던 이성계가 전투에서 아기발도를 향해 뛰어오르며 활을 쏜다는 설정은 신선했다. 다음주가 기대되는 이유 하나.
3. 검색어에 김무생 김주혁이 뜨길래 1박2일때문인가 싶어서 올란도&제시카네 집에 다녀오고 다시 찾아봤다. 서울에 쌓여있는 '켜'를 읽어내는 담당 피디의 능력도 대단했다. 정도전에 이어 주말에 또 다시 챙겨봐야 할 프로그램이 또 하나 생긴 것 같다.
4. 나는 어릴 때 마포에 살았고, 탑동 국민학교에 입학해 영서 초등학교를 4년 다니고 다시 대학을 마포구 신수동으로 갔다. 전학을 자주 다니기도 하고 학원에 다니느라 별 추억이 없다. 초등학교 친구는 5학년때 다시 전학오면서 만난 혜진이가 전부고, 중학교때 친구는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 친구가 결국 고등학교 친구가 되고 대학친구가 되고 그래버렸지만. '초등학교 동창'이나 '중학교 동창'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은 게 지금도 조금은 아쉽다.
오늘 방송이 끝나고 곱씹어보니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곳에서 나는 한 층 한 층 또 추억을 켜켜히 쌓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렇게 지긋지긋하던 홍콩도 이제는 아련한 기억이고, 수원을 다시 생각하면 이젠 웃음이 난다. 성신여대 앞에서 한성대까지 이어지는 그 길을 떠올리면 추운 겨울밤, 철없던 새내기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그립고 아련한 순간이 될 거란 걸 분명히 아는데, 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견디기 힘든걸까.
올란도나 제시카도 무척 보고 싶을 것 같고, 테스코에 쌓여있는 달디 단 빵, 과자, 케이크를 생각하며 입맛 다시는 순간도 오겠지.
또 무슨 추억이 있나? 아직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멀어지게 되면 불현듯 나타나 그리워지게 만들겠지.
그리운 순간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홍콩, 베이징, 신수동, 인계동, 경주에서 내리쬐던 햇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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