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함박눈이 내렸다고 한다.
여기 하늘은 아직도 파랗고 조금 서리가 맺히는 정도인데 참 다르다. 물론 춥기는 엄청나게 춥다. 지금도 호호 손 불면서 타이핑 치고 있는 중.
눈오는 밤, 공기까지 조용해지는 밤, 왁자지껄한 개골목의 술집안에서 따뜻한 오뎅탕에 소주 마시며 "야 근데 말이야" 하면서 떠들던 날들이 행복이었다는 걸 요즘들어 깨닫는다.
한국에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힘들다고 했었지만 그건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라는 것도 배웠다. 이곳에서도 취업은 마찬가지로 힘들고 외국인에 대한 진입장벽은 그 어디못지않게 높다. 밤 여섯 시 이후에는 길거리에 노숙자가 당연히 나오고 길거리에 그냥 homeless들이 일상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 사람들은 친절하고 제도도 잘 되어있고 이미 '저녁이 있는 삶'도 만들어진 곳.
이곳은 모든 게 이미 peak에 도달한 상태인 것 같다. 어떤 것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 아니면 조금의 개선정도? 물론 여기가 좋은 것도 많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가 유지될 정도, 사람들의 오지랖이나 시선이 덜한 것도 맞다. 내가 뭘 입어도 뭘 해도. 어쩌면 그냥 관심 자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 한국이 각박하고 힘들다. 그 어느때보다. 나도 그게 싫어서 떠나온거니까. 그렇지만 그러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이전에 우리가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큰 문제라는 걸 사람들이 깨달으면서 "우리 이제 바꿔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그 사회가 그립다. 진보정당이 나오고 청소노동자가 대통령 후보에 입후보하고, 지하철에 빠진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질 수 있는 나라. 누군가의 말처럼 " 뉴스에 나오는 범죄는 정말 '범죄'니까 화제가 되는 거지 한국사람들은 참 착하고 좋다"는 사실이 100% 이해됀다.
한국영화, 미국영화, 중국영화, 일본영화, 영국영화 다 볼 수 있는 극장들이 그립고 "이모 여기 밥좀 더 주세요" 했을 때 "여기-"하며 건네던 넉넉한 인심들이 그립고, "아우 추워"하면서 지하철로 뛰어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온기도 그립다.
(+) 그래도 그리울 뿐이지, 지금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내 꿈이 뭔지 찾고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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