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나랑 여름의 나는 소금과 설탕마냥 보기에는 같아도 다르다.
여름에는 뭔가 나댐이 10000이라면 겨울에는 싸가지 10000이다. 그냥 다 짜증이 나고 아무런 의욕도 없다. 이게 SAD일 수도 있지만 내가 SAD가 있으니 이렇게 되겠지 하고 의식적으로 더 무기력함에 빠지는 것도 있다.
감각적으로 많이 무뎌진다. 나는 사실 이게 제일 무섭다. 주변 사람들이야 이미 내 겨울나기를 몇 번씩 봐왔으니 쟤 또 저러네 하고 넘길거라 믿기 때문에 걱정이 크게 되진 않는다. 근데 내가 뭔가를 봤을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걸 알아채는 건 무섭다. 겨울의 내 뇌는 모든 주름이.펴져있고 감각기관은 무뎌져서 산은 산 물은 물 나는 아무 생각이 없고 그냥 눈뜬 장님이 된 상태다.
올해는 별로 춥지도 않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약속도 일부러 잡고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한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있고, 뭘 해도 재미없다. 영화를 봐도 아무런 느낌도 없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냥 휙휙 넘겨 버린다. 감정이 메말라버리는 기분? 그림을 봐도 그림이구나... 책을 읽어도 아 그렇구나 라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몇주째다. 일부러 밤새 화보집도 보고 좋아하는 영화만 돌려보기도 하는데 눈만 아프고 피곤하다. 운동을 하고 오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몸이 더 아프고 더 나른해진다.
예민한 게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으니 내가 뭔지 모르겠다. 미각잃은 장금이마냥 아무 느낌이 없다. 작년까지는 일부러 코어트레이닝한다면서 꾸역꾸역 더 일부러 보고 공부하고 하는 열정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도 안먹힌다. 아니 그 열정은 중동갔냐고....?
예술로 밥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봐도 딱히 그게 나한테 크리티컬한 요소는 아니겠지만 아 그냥 지금 뭔가 감정 고갈된 이 상태가 너무 짜증난다
내가 이렇게 감정적 (감성적 아님)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아직도 모르겠다. 따뜻한 나라로 동계감정훈련이라도 떠나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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