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헌법 2장 34조에서는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4월 1일 헌법재판소는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합헌판정을 내렸다.
2.
Tangerine은 작년 선댄스에서 개봉하고 독립영화제에서 꽤 핫했다. 아이폰으로 전체 영화를 찍었다는 점도 독특했고, 주제면에서도 정말 'West Coast'같았다.
아이폰으로 찍어서 그런지 초점이 굉장히 특이하다. 화면 모두에 힘이 빡 들어가있는 느낌이라 살짝 어지러울 때도 있다. 영화 크레딧에도 나오는 문독(맞나... 기억이 가물)이라는 앱때문에 촬영이 용이했다고 감독이 인터뷰한 걸 봤다.
http://www.indiewire.com/the-app-that-made-it-possible-to-shoot-sundance-hit-tangerine-on-an-iphone
전체적으로 약간 오렌지톤이 돌아서 제목이 탠저린이라고 했다는데 오렌지면 오렌지지 왜 탠저린일까.
3.
트랜스젠더, 흑인, 성매매, 포주, 온갖 안좋은 '불법'으로 가득한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냥 일반 관점으로 보면 '이런 게 예술인가' '오 신이시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나머지 한 명 멀쩡한 줄 알았던 아르메니안 남편은 알고보니 성매매 구입자. (그것도 트랜스젠더....정확히 말하면 수술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용어가 생각 안나네) 가족과 함께 해야할 크리스마스에 길거리에서 여자를 사기 위해 택시로 돌아다니고. 정말 미국은 저런 나라일까 보는 내내 생각했다. (캘리포니아 버몬트? 라는데 내가 가봤어야 알지..)
4.
영화 줄거리는 그냥 친구간의 미묘한 질투에서 시작된다. 출소한 친구한테 '나 니 남친이 딴 여자랑 자는 거 봤음'이라고 해서 그 '년'을 잡으러 가는 크리스마스 하루.
여기서 환한 대낮인데도 왠지 어두워보이는 도시를 누비는 택시의 앵글, 머리채를 쥐어잡는 신디의 눈높이에서 본 도시는 어지럽고 흔들렸다. (내가 속이 미슥거렸던 건 중간에 이런 화면때문이었던 것 같다.)
5.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랑 얘기를 했는데 어떤 사람은 '성매매 불법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신디한테 끌려가는 바람에 결국 자기 방(방석집같은 방이었다)을 잃어버리고 길거리에 나앉은 다이나의 모습에서 약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법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6.
나는 정반대였다.
이 영화를 보고 성매매는 결코 합법화되선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성매매가 가능하다면, 결국 '사람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리에 잡히게 된다. 영화에서 신디는 지나가던 무리한테 오줌 세례를 맞는다. 나한테 돈을 벌기 위해 다가온 이에게 오줌을 붓고 조롱한다. 나의 쾌락을 위한 도구이므로 이들은 나한테 '을'이다. 내가 어떻게 하건간에 이들의 존엄은 보장받을 이유가 없다.
7.
극장판에 가는 길에 방석집 언니(?)가 가게 문을 여는 걸 봤다. 나보다 한창은 어려보이던 금발의 언니는 지나가던 외국인한테 윙크도 하더니 입에 담기엔 뭣한 말을 내뱉으며 가게로 들어갔다.
이 사람들이 합법화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을까?
이제 경찰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인격적 존중을 받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돈이 없어서 이 일을 한 사람들한테.. 이 핑계는 대지 말자. 돈 없는 모든 사람이 성매매를 하는 건 아니니까.
8.
영화 주인공들은 실제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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