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에서 목소리만 듣고 사람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다.
Her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이 여자는 분명 핫할 것이라는 걸 속삭이면서 보여줬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톰 행크스는 '내가 미국이다', 'America, The Great Country' 정신을 말소리로 드러내놓고 보였다.
Fantastic Mr. Fox 에서 조지 클루니는 동물을 섹시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족도 있고 이제 철좀 들어라 하는 마누라 앞에서 중저음으로 쭉 깔고선
"Because I am a wild animal"
하는데 정말 로맨스 드라마에서 남주가 여주한테 "난 나쁜남자니까" 이런 대사 치는 느낌?
대사로만 보면 짜증나는데 이 목소리로 들으면 수긍이 간다.
2.
영화는 미국 얘기다. 정작 원작자 로알드 달은 영국인이지만 말이다.
인디언 레저베이션같이 보이는 여우네 동네의 모습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농장 (카네기, 록펠러, 모건 or 로스차일드?)이 야생 여우랑 대립한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으며 싸우다 결국 여우는 대도시의 하수구에서 살며 농장주가 세운 대형 마트의 물건을 훔쳐먹으며 산다. 야생, 자연을 말하는 검은 늑대 (모노노케 히메의 늑대들이랑 닮았음)와 인사를 하고 여우는 자연을 떠난다. 영화 속 자본주의는 여우한테 사과 주스를 물리고 도너츠를 먹으라고 던진다.
이렇게 보면 여우가 참 불쌍해 보이는데, 자꾸 여우=둘리, 농장주=고길동에 비추어지면서 '여우가 잘못했네', '여우가 훔쳤잖아' 대도시의 하수구로 이전하는 건 자본주의가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걸 말하려는 것 같았다. 분명 어릴 때는 둘리랑 희동이 편이었는데 지금은 길동아저씨가 짠하고 쟤네는 왜 저럴까 하는 걸 보면 내가 나이를 먹은 건 가 싶고. 저 어른이 죄가 있다면 이 사회에 적응해서 시시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뿐인데 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건지.
3.
웨스 앤더슨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수평과 수직으로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놓은 화면을 볼 때마다 가끔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화면이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눌러대는 느낌이랄까.
4.
메릴 스트립은 이번엔 별로였다. 히피에서 여피같은 느낌으로 변한 게 목소리에서 드러나야 하는데 시종일관 깍쟁이 미국 아줌마. 자꾸 "That's all" 하는 미란다 목소리가 겹쳐지면서 역할에 집중이 안되더라.
(목소리만) 조지 클루니한테 "우린 결혼해서는 안됐어" 라고 말하는데 이 목소리에서 아내가 아니라 누나나 이모같은 느낌이 들었다.
5.
극장판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건 꽤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누구랑 영화를 보고 의견을 주고 받다보니 내가 놓친 부분도 보이는 것 같고. 일하면서 보는 영화에 대해 "왜 저건 저렇게(저따구로) 만들었을까" 할 부분도 "아 저럴 수도 있겠지" 하면서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줬다. 다 이유가 있다. 모든 건 이유가 있고 사람들은 다 제각각이니.
영화에서 목소리만 듣고 사람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다.
Her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이 여자는 분명 핫할 것이라는 걸 속삭이면서 보여줬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톰 행크스는 '내가 미국이다', 'America, The Great Country' 정신을 말소리로 드러내놓고 보였다.
Fantastic Mr. Fox 에서 조지 클루니는 동물을 섹시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가족도 있고 이제 철좀 들어라 하는 마누라 앞에서 중저음으로 쭉 깔고선
"Because I am a wild animal"
하는데 정말 로맨스 드라마에서 남주가 여주한테 "난 나쁜남자니까" 이런 대사 치는 느낌?
대사로만 보면 짜증나는데 이 목소리로 들으면 수긍이 간다.
2.
영화는 미국 얘기다. 정작 원작자 로알드 달은 영국인이지만 말이다.
인디언 레저베이션같이 보이는 여우네 동네의 모습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농장 (카네기, 록펠러, 모건 or 로스차일드?)이 야생 여우랑 대립한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으며 싸우다 결국 여우는 대도시의 하수구에서 살며 농장주가 세운 대형 마트의 물건을 훔쳐먹으며 산다. 야생, 자연을 말하는 검은 늑대 (모노노케 히메의 늑대들이랑 닮았음)와 인사를 하고 여우는 자연을 떠난다. 영화 속 자본주의는 여우한테 사과 주스를 물리고 도너츠를 먹으라고 던진다.
이렇게 보면 여우가 참 불쌍해 보이는데, 자꾸 여우=둘리, 농장주=고길동에 비추어지면서 '여우가 잘못했네', '여우가 훔쳤잖아' 대도시의 하수구로 이전하는 건 자본주의가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걸 말하려는 것 같았다. 분명 어릴 때는 둘리랑 희동이 편이었는데 지금은 길동아저씨가 짠하고 쟤네는 왜 저럴까 하는 걸 보면 내가 나이를 먹은 건 가 싶고. 저 어른이 죄가 있다면 이 사회에 적응해서 시시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뿐인데 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건지.
3.
웨스 앤더슨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수평과 수직으로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놓은 화면을 볼 때마다 가끔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화면이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눌러대는 느낌이랄까.
4.
메릴 스트립은 이번엔 별로였다. 히피에서 여피같은 느낌으로 변한 게 목소리에서 드러나야 하는데 시종일관 깍쟁이 미국 아줌마. 자꾸 "That's all" 하는 미란다 목소리가 겹쳐지면서 역할에 집중이 안되더라.
(목소리만) 조지 클루니한테 "우린 결혼해서는 안됐어" 라고 말하는데 이 목소리에서 아내가 아니라 누나나 이모같은 느낌이 들었다.
5.
극장판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건 꽤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누구랑 영화를 보고 의견을 주고 받다보니 내가 놓친 부분도 보이는 것 같고. 일하면서 보는 영화에 대해 "왜 저건 저렇게(저따구로) 만들었을까" 할 부분도 "아 저럴 수도 있겠지" 하면서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줬다. 다 이유가 있다. 모든 건 이유가 있고 사람들은 다 제각각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