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27, 2014

홍콩

2011년 5월 23일 E22버스를 타고 홍콩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3년 3개월? 물론 다시 사는 게 아니라 3박 4일의 짧은 출장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내가 홍콩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는 줄 알았다. 모든 게 다 생생했고 어제처럼 기억이 난다고 생각을 했는데 슬프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MTR역에서는 헤메기 일쑤였고, 카오룽 시티에서는 어떻게 갈 지 몰라 결국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탔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홍콩의 열기가 짜증으로 느껴졌고, 사람 많은 몽콕에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전까진 재밌고 좋았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낯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슬펐다.

호텔을 카오룽이나 좀 잘 아는 데로 잡을까 하다 난데없이 코스웨이 베이로 잡은 것도 사실 그때문이었다. 

어젯밤 네드 켈리를 찾지 못해 침사추이를 뱅뱅 도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내가 거기서 보낸 시간이 얼만데!) 하는 생각에 슬퍼졌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들은 이제 그 자리에 없다.

슬프지만 시간은 지나고 있고 나는 더이상 홍콩에 없다. 내 기억속의 홍콩은 already history, 그리고 내 친구들도, 나도, 홍콩도 다 계속 변하고 있다. 받아들여야겠지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Sunday, September 21, 2014

休요일

1.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피난다" 이래서 보니 코에 피가 줄줄.

몇 주 전 인천에 내릴때만 해도 '헉'소리나게 습했던 날씨는 이제 바스락거릴 정도로 건조해졌다.

며칠이면 다시 홍콩에 다녀와야 해서 정신이 없다. 일도 잘 못하는 주제에 사람들까지 만나겠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느라 정작 내 할일이 많이 밀렸다.

2. 랩탑이 거의 간당간당하게 생명줄을 잡고 있어서 오늘은 엄마랑 점심을 나가서 먹고 마트에서 부랴부랴 랩탑을 샀다. (정말 랩탑을 무슨 노트 집듯 집어들곤 이거주세요...? 라니. 컴퓨터를 잘 몰라 그냥 가벼운 걸로 집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간 평촌역은 여전히 술집이 가득했고 여전히 조용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계속 아려와서 피자를 먹은 건데 파스타가 매웠다. 집에서 구운 고르곤졸라 피자, 그리고 파이브가이즈가 그리운 나날들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뭐먹고 싶어" 하면 당당하게 "Fish and Chips", "sticky toffee Chocolate pudding"이라고 말하는데, 그땐 왜 이렇게 이 두 개가 싫었을까. (물론 Chips는 언제나 환영)

아직까지 맛있는 버거는 찾지 못했는데 신촌에 꽤 괜찮은 펍이 많다. 피맥에 빠져서 요즘 열심히 먹고 마시고 살찌우고 있다. (Aㅏㅏㅏㅏㅏ)

3. 한국에 오면 한국 영화를 죽어라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하는 일이 영화보는 건데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들어 아직은 극장 문턱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 곧 개봉할 해외작품도 다 보고 왔다. 부산에서는 아마 아시아 영화를 중심으로 볼 것 같다.

4. 퇴사할 때는 이제 한 달은 쉬어야지 했는데 지금 오자마자 인터뷰보고 오자마자 다시 서류쓰고 일하고 싶어서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홍콩이 이상하게 설레지 않는다. 정말 가고 싶었고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었는데, 왜지?

마음을 편하게 놓으려다가도 다시 내 자신을 쥐어짜게 된다. 하하 웃으며 티비를 보다 잠들어 나도 모르게 악몽에 식은땀을 흘리며 깨기도 한다. 뭐가 문제인 걸까.

Sunday, September 14, 2014

Suffogating

Vicious circle again, I do understand why Yusuf told me "Everything happens in Asia", but it's only avail when I get my own channel.

One week and two days. Not that much however I cannot find my path yet. 

Friday, September 12, 2014

아마도

오늘로 딱 귀국 1주일차다.

인터뷰를 하나 했고, 친구 몇 몇을 만났다. 경기장에 다녀오고 친척들도 만나고, 먹고 싶은 건 딱히 없었고 한국 맥주는 여전히 맛이 없다. 

행복한데 (아직은) 행복하지 않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쌓여있는 서류들과 기다리고 있는 지원 결과들이 나를 노려본다. 

일에 지쳐서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지금 일을 찾아 만들고 일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걸 보면서 나도 참 나구나.

한국 사이트를 방금 또 봤다. 술이 더 고파졌고 눈물이 날 것 같다. 내 1년 3개월이 송두리째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회사' 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지금 상황은 썩히 유쾌하진 않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는 만큼, 나를 그리워할까. 

Wednesday, September 10, 2014

한국

한국에 온 지 딱 일주일이다.

꿈같은 파리가 다 끝나고, 내 '힙스터'스러운 필통과 트랙탑을 샤를 드골에 고이 내려놓고 한국으로 왔다.

학교도 가고 추석도 쇠고 오랜만에 경기장도 갔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지만 곧 또 채워지겠지. 그리운 게 많지만 거기서도 그리운 건 많았으니. 그런데 정말 어떻게 연락 한 번 없는 건지. 조금 서운하다. 

범계역이 너무 많이 변해서 낯설다. 사실 어딜 가도 좀 낯설긴 한데 오히려 홍콩에서 돌아왔을 때만큼은 아니고.

그때는 할 일이 없어서 마음이 텅 비었는데 지금은 다시 출장준비에 이것저것 하려니 또 열심히 바쁘다. 금요일엔 면접을 볼 예정이고 사람들과의 약속도 꾸준히 잡고 있다.

술도 좀 마시고 싶은데 요즘 이상하게 밤만 되면 피부가 붉어지고 간지러워서 당분간은 패스.

마음속에 바라는 게 딱 하나 있는데 부디 제발 이번 한 번만큼은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