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16, 2014

압박

오늘은 일요일이었고 나는 off였다. 
수요일 선덜랜드와의 경기가 취소되면서 자의반타의반으로 쉬게 되었지만, 뭐 on duty 상태였으니 예외로.

어제 경기가 끝나고 집에 와서 씻고 정도전 보고 잠드는데 아 영화사, 또 할 일이 남아있다는 생각에 쉽사리 잠은 안왔다. 그래도 일요일 밤 열한 시까지 보내면 되겠다하는 위안을 가지고 잠이 들었다.

꿈에서 계속 식은땀이 날 정도로 마감 압박에 시달렸다. 원래 태스크를 받으면 바로 해버리는 편인데 요즘은 미뤘다가 last minute를 지켜서 하는 이상한 버릇이 들었다. 꿈에서 나는 이리저리 쫓기고 도망다녔다.

소리를 지르며 깨보니 다섯 시였다. 어제 잠든 게 아마 한 시 반 정도였던 것 같은데. 늦잠을 좀 자볼까 하던 계획은 어김없이 실패하고 나는 평소처럼  또 침대를 나섰다. '한글학교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어그적어그적 일어나는데 불현듯 난 어제 수업을 했다는 게 떠올랐다.

"아..."

정말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고, 눈을 떴다 감으면 벌써 하루가 끝나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거라고 이러고 있는 걸까 계속 이 생각이 들었다.

결국 침대에서 밍기적대면서 늦잠을 다시 청하기로 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니 여섯 시 반. 더 자려고 해도 잠이 안와서 결국 아침을 먹고 또 멍하니 앉아있었다.
해야할 일들은 명확한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열한 시까지 이것저것 보다가 오랜만에 엄마아빠랑 전화를 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했는데 영화사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달에 한 번? 한국 친구들이랑 문자도 확연히 줄었다.

엄마가 "우리 세 식구 지금 티비봐"라고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남동생이 기숙사에 들어가고 나는 여기 있고. 복작대던 집안이 텅 비어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그냥 서운하고 속상했다.

전화를 마치고 기분전환삼아 운동을 가기로 했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거울을 보는데 입술이 다 부르텄고 입안은 다 헐어있었다. 결국 또 주저앉아서 내가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30분간 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건지.

난 행복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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