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6, 2013

엄마

1. 엄마가 카스에 댓글을 달았다. 일요일 아침부터 눈물 범벅이 되어 "한국 갈거야" 하며 무너져 내렸다.

2. 엄마는 위로 오빠만 둘인 제주도 사람이다. 스무 살 때 서울로 와서 이제 서울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엄마가 가끔 제주도 이모랑 통화를 할 때 들리는 사투리는 엄마의 유전자에 담긴 제주도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3. 엄마는 가난했다. 막내딸이면 온 집안의 귀여움받고 자랄 법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돈이 없어서 교대를 갔다. 젊을 때를 생각하면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엄마는 말했다. 

4. 엄마는 양희은과 이문세, 장사익 콘서트를 좋아했다. 이은미 보고 멋있다고 할 줄 아는 사람이고 (나랑 성향은 안맞지만) 나꼼수를 좋아하고 김어준을 좋아한다. 박경리 선생님을 좋아해서 토지 문학관이라는 인터넷 카페에도 나간다. 아빠도 엄마 친구들 모임에는 재밌다고 따라나서신다. 두 분이 개량한복을 곱게 맞춰입고 여행다니는 걸 카톡으로 꼬박꼬박 보내주는데 참 다양한 곳을 다니신다. 그 덕에 연고 하나 없던 하동이 이제 봄철만 되면 한 번씩 내려가야할 곳이 됐다.

5. 엄마는 여행을 가면 다 신기하고 좋다고 한다. 사진찍기 귀찮아하고 뭐가 신기해, 이건 별로다 하고 투덜대는 나와는 달리 항상 "와" "멋있다" 하고 감탄한다. 같이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별거 없던 노천 카페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엄마는 신기한 듯 소녀같은 미소를 보였다.
엄마랑 간 태국여행에서도 엄마는 내 사진을 찍어주며 "여기 서봐", "저것 좀 봐봐" 했지만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엄마의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6. 어릴 땐 엄마를 닮지 않았으면 했고 엄마처럼 살진 않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모든 딸이 그러하듯이. 

7. 살아보니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고 하루하루가 너무 무겁게 내려오면서 '엄마처럼' 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새삼 실감이 난다.

8. 며칠 째 텅 빈 집에 혼자 앉아있으면서,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생각하면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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