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6, 2013

예의없는 것

오늘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카카오 70퍼센트짜리 초콜릿을 에스프레소 도피오랑 먹었더니 갑자기 머리가 띵하면서 손이 벌벌 떨리고 심장이 벌렁벌렁대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일어나자마자 커피 두 잔을 마셨던 상태라 속이 메스껍고 진짜 죽을 것 같았다. 

급하게 점심을 챙겨먹고 그리고 다시 아스피린을 먹고 운동을 나갔는데(원래 아침 일찍 운동가려고 했는데) 손이 벌렁거리면서 머리가 아팠다. 낮잠을 좀 자보려고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한 시간도 채 못했다. 사이클 위에 삼십분은 그냥 빌빌 대면서 앉아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잠깐 가게에 들러서 책을 받을까 했는데 그 때 내일에 관해 얘기를 들었다. 카페인에 계속 헤롱대며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서 카페인 숙취로 쓰린 속을 달래다가 코너 하우스에 가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in the house를 봤다.

벨기에를 다녀오고 프랑스어권 나라에 대한 동경이 엄청 커져있는 상태라 영화도 재밌게 봤다. 영상도 예뻤고 프랑스어 대사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면서 감탄했다.

그 중간에 문자를 받았는데, 왜 나한테 명령이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건데, 내가 어려서? 난 정식 직원도 아니고 그냥 시간당 가서 일하는 것 뿐이라서? 그리고 지금 앞뒤가 말이 다 안맞는데 대충 그림은 그려지고, 그 상황에 너무 기가 막혀서 화가 났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건 아니지만 고작 몇 파운드에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는 (소위) 어른들이 싫었다. 성인 대 성인으로 만났다면 그 사람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해도 예의를 지켜야하는 게 아닌가? 빤한 패를 던져대면서 권위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라 너무 기분이 상했고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다 때려치고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안나언니한테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하는데 너무너무 화가 났다. 

테스코에서 내일 아침 먹을 요거트랑 바나나 몇 개를 사고 집에 오는데 들어오니 엉망이 됀 집. 하우스파티고 뭐고 다 좋은데 결국 뒷처리는 내 몫. 먹지도 않은 접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독한 사테이 소스 냄새와 해산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정말 이게 남의 집 살인가 싶다. 시집도 가기 전에 시집살이 하는 느낌이다. 초콜릿을 먹은지 이미 한창 지났지만 결코 두통이 가라앉질 않는다.

다음주에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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