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군산미라밥을 응용한 맨체스터마리스튜. 근데 양을 좀 적게 해야지, 다음에는 치즈 한 장 감자 반 개, 그리고 버섯이랑 야채를 더 넣어야 겠어 조금 느끼함.
토요일 이후로 살이 급격히 찐 게 느껴져(아직 일요일임)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어제랑 달리 춥지도 않고 햇살도 좋았다. 모리슨인가? 거기를 한 번 가보자는 게 처음 목표였다. eatGoody 회식에서 난 여기도 안가보고 저기도 안가보고 솔직히 길 이름 아는 거라곤 프린세스스트리트가 전부라는 걸 알고 나한테도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그냥 구글맵 스캔떠서 나갔다.
첫 음악은 goBack. 다이나믹 듀오 노래가 요즘따라 와닿는다. 리쌍 노래도.
우선 타이판 슈퍼를 지나서 계속 걸었다. 한 한 시간 걸었나? 이 동네에 이런 데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깨끗하고 평화로웠다. 아 여기가 사람 사는 동네구나, 나는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논현동 오피스텔 같은데 살아놓고는 여기 시끄럽다고 불평했던 거구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사도 해주고(이게 며칠만에 처음으로 사람이랑 말한 거였음) 음악도 들으면서 신나게 걸었다. 아침이랑 점심을 너무 과식해서 진짜 너무너무 속이 안좋았는데 걸으니까 그래도 좀 나아진 느낌이었다. 기침이랑 재채기가 심해서 가다가 지구가 부서질 것처럼 재채기를 한 건 문제였지만.
가다보니 교회도 많고 공원도 많고, 걸을 공원도 많고.
햇살이 눈부셔서 그냥 눈물이 나기까지 했다. 우선 춥지 않은 게 어디며 이런 평화로운 시간이 나한테 주어지는 것도 큰 행복인 것 같았다.
혼자 이렇게 지내면서 예전처럼 아프지도 않고 누군가로 인해 마음졸이지도 않고,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공기도 좋고 화장 안한 맨 얼굴이라 공기가 피부 밑까지 들어오는 것 같아 기분은 더 상쾌해졌다.
걷다보니까 또 CURRY MILE이 나왔다. 여기가 거기구나,
그리고 MU라는 데를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와 이게 대학이구나, 사실 정말 세계 50위권 대학을 내가 뭐 가봤어야 알지.
근데 정말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것도 상관없이 그냥 공부에만 푹 빠져서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그러면서 대학을 다시 다니고 싶어졌다.
쓸데없이 걔 생각이 난 건 내가 너무 외로워서라고 자기 위안, 정신 승리.
이 모습을 이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그때까지 즐겁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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