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16, 2012

주말

윙은 빅뱅보러 런던에
나는 금요일부터 아르바이트 취소되고 그 때부터 혼자보냈다.

금요일 아침
미쉘이 준 커피잔에 커피 마시면 꼭 내가 요조숙녀가 된 느낌이다.

금요일 점심. 사랑해요 깻잎짱.

엄마가 나 주려고 뜬 목도리
채현이 오면 받겠다

금요일 저녁
내 손으로 몇 년만에 끓여먹은 라면.
물조절할줄 몰라서 생수로 끓임(40p torrrrr)
남은 김치+띠뜨 때려넣었더니 신의 음식
치즈는 역시 제일 싼 치즈가 제일 맛있다.
잉글리쉬 체다치즈는 그냥 샐러드할 때는 맛있는데
라면에 넣을 땐 역시 제일 싼 열 장 짜리 치즈!!

지긋지긋하지만 이 앞에서 얼마나 더 있게 될런지
이것은 비극의 시작에 불과했다....

영국온 지 석 달만에 처음으로 받아본 '편지'
조지 고맙 :)

그래, 불금이니까 야채도 다 빠지고 다 술판벌였지...

정말 아무것도 없고 운동갔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뻗었다.
요즘 라볶이에 라면에 고춧가루 그냥 팍팍 넣어서 먹는 게 습관됐더니
얼굴에 홍조+여드름 ㅠ.ㅠ

새벽에 사이렌 웅웅대고 시끄러워서 뭔가 했는데
금요일 밤에 누가 칼에 찔렸다고.
뙇...나 여기 일하러 갈때(새벽에) 가는 길인데
앞으론 10분 먼저 나가더라도 다른 길로 가야지.
목숨은 하나니까...

금요일 밤에 운동 다녀오고 한 일은 카레 끓이기.
정말 불금, 불앞에서 카레끓이는 금요일이었음.^^
고형카레 네 쪽이면 보통 4인분인데 나는 패기있게 여덟 쪽 뙇!
저 옆에는 양상추를 물로 볶고 거기에 간장+매실액+고춧가루 넣어서
김치맛 나게 만든 음식.. 김치는 비싸니까 자주는 못먹고.

요즘 한국에서 시스루 뱅인지 뭔지 유행한다는데 그냥 안좋은 일도 있었고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난 여기 미용실 절대 믿을 수가 없다. 우선 ㅋㄹㅅ...너 용준형머리한거니,
그건 손이얼인것도 아닐테고, 여기 미용실의 문제인거라고 생각할게.

여튼 홍콩에서도 미용실에서 테러 당했고, 영국이 뭐 패션의 중심이라고 하는데
난 동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유투브 튜토리얼을 한 스무 개정도 돌려보다가
2년동안 기른 머리, 두 시간동안 공부해서 2분만에 잘랐다. 싹둑
자르고 나니까 시원하드라.

근데 저녁에 코코넛 오일로 팩했더니
처음엔 부들부들하고 좋더니 나중엔 떡이....
근데 그다음날 다시 감고 만져보니까 좋긴 하드라.
중요한 날 2일 전에 써야겠음.

아침에 운동갔다가 다시 머리 다듬고,
박선배님 보고 개기겁....
선배님 이러지 맙시다.

파마가 남아있어서 그른가, 뭔가가 인상이 촌스러워졌다.
얼굴 선이 둥글둥글해서 안그래도 촌스러운 인상인데
역시 답은 시술인가.
나도 날렵한 선, 새초롬한 얼굴이 갖고 싶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이유는 드디어 안잠기던 코트가 잠겨서!
으헝헝, 운동이라도 해가자. 살빼러 단식원도 간다는데
영국에서 강제 다이어트 하고 한국가도 나쁘진 않...을거야.

한국여자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음.
구루뿌가 없어서 저 컬은 다 손으로 말았다.
근데 두 번 저 짓거리 못할 것 같아서 프라이막에서 무려 1파운드
(요즘 나 하루에 2파운드 3파운드 쓰고 사는데)주고 구루뿌 여덟개 사왔다. 

정말 오랜만에 타운 나가는 길.
요즘 헬스장 아니면 밖에 안나가서 arndale쪽은 가본 기억이 없는데
해가 정말 빨리 지더라.
이 사진이 마음에 드는 게 지금 내 마음 같았다. 
뭔가 뿌옇고 답답한 게.
거마대학생이나 노동자 기사 봤을 때 난 다 남 얘긴 줄 알았다.
여기와서 힘없이 돈없이 지내보니까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이제 정말 차별에 저항하겠다 
이런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조금 겸손해졌달까.

구루뿌를 사고 arndale에 갔더니 다 닫았다.
aldi에서 겨우 파프리카 한 봉지 건지고(근데 차이나타운이 더 싸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에서 한국 물건들을 보면서
"아 살까" 하고 다 집었다가
가격 계산하고는 조용히 내려놨다.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리움을 채우기 위해 돈을 쓸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그리움에 돈을 쓸 정도로 나는 여유있던 것도 아니고.

돈이 없다는 건 참 서글프다.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한국에서 나는 누가 봐도 '당당'하고 '씩씩'했다.
물론 그건 다 엄빠의 카드+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여기 와서 깨달았다.
여기에서는 뭘 하나 하더라도 계산하고 고민해야하고 걱정해야한다.
그냥 다른 조건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게 전혀 안되는 곳이니까.

내 마음에 담긴 말들을 내뱉기는 커녕 하루에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지금 사흘을 보냈다.


텅빈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서 맥도날드에 가서 핫쵸코를 샀다.
지금 내가 가진 돈으로 일요일 오후에 올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는 것이 서글펐다. 


아직도 이틀은 더 먹어야 하는 카레.
떨이로 사온 양상추 두 통.
먹고 사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휴..



이게 오늘 먹은 점심이었다. 내일도, 아마 이러겠지.

맥도날드 창밖으로 바라본 맨체스터는 예뻤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혼자였다.
사람의 온기가 사무치게 그립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