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2, 2012

시작

몰스킨에 나혼자 쓰는 글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두근댐을 안고 글을 쓰는 게 좋을 때도 많다. 또 언제 방치해버릴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작이다. 벌써 몇 개째 버려뒀나. 내가 가지고 있는 주소만 해도 몇개인건가.

오늘은 아침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 이 표정으로 일어났다. 사실 난 햇빛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무조건 햇빛은 녹아내릴 듯 쨍 하고 내리쬐야 하는데 오늘같은 날씨는 젬병이었다. 엄마도 없고 누군가 깨워주는 사람도 없고 전날 늦게 자서 늦잠을 자기까지.(늦잠자면 하루 손해보는 기분)


몇주간 동생과 말도 안하고 지냈는데(아마 3주?) 오늘 동생님의 화해신청과 록시땅 핸드크림, 랑콤 에리카님(이거때문이 아니라고 말 못하겠다. 에리카님은 정말 에쁘다)으로 인해 다시 기분은 들뜨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해는 떠올랐다.


학교에 가서 제일 힘들어하는 중국어를 마치고 조교실에 올라가 오늘 영접한 에리카님과 함께 눈을 쓱쓱 그리고 퀴즈를 망치고(원용진 교수님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한 번 쓸듯...) 오후에는 SRC에 다녀왔다.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이라 동생, 대학원 선배님, 그리고 교수님 앞에서도 무턱대고 말을 마구 배설했다. 단어로 툭툭 내뱉는 워딩은 잘하지만 문장으로 조합하는 능력은 젬병이라 사실 말하고도 내가 무슨 방향으로 흘러가나? 했지만, 음. 

신자유주의?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는 것. 세상은 너무 다양한 층위구조로 이루어져있어서 결국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런 느낌인데 그래도 가만히 입다물고 있는 건 절대 못하겠더라. 끝날 즈음에 결국 밖에 비가 내리고 우박도 내렸다는데(나는 못봤음), "우산 챙겼어?"라는 문자에 누군가 나를 보살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현우랑 용의를 만나서 재모식당을 가서 돈까스를 먹었다. 제육볶음이랑 부대찌개까지 시키니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가츠동 아저씨가 사라진 빈 자리를 재모식당 사장님과 이모님이 채워주시는구나. {돈까스는 사랑입니다.} 조만간 여기 사진도 찍어 올려봐야지. 막걸리를 한 잔 했으면 했지만 조교실로 올라가 공부를 시작했고 슬기랑 하는 스터디의 글 3편 중 2편을 완성했다.  앞에서는 꼴지의 팬 기황씨가 인간의 멘탈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줬다.

빡공하겠다는 현우브로를 꼬셔 성은이네 집앞 세븐일레븐에서 맥주를 마셨다. {기네스는 사랑입니다.} 여름밤 공기라고 하기에는 아직 좀 추웠지만 두 달 만에 정말 이렇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홀짝홀짝 마시는 맥주가 좋아서 그냥 헤벌쭉했다. 한동안 술먹으면 인간개드립봇으로 변신했는데 오늘은 개중 진지했다.김동생한테는 신림 꽃등심과 함께 보은하리라, 돈벌자.

집에 오는 길 전철 안에서는 카톡도 음악도 듣지 않고 그냥 멍했다. 이렇게 내 주변에 다시 사람으로 가득찬 이 상황이 벅찼고, 다음 학기에도 이럴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다. 작년 여름, 혼자 방에서 전전긍긍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웅크려만 있던 그때가 기억나면서 무서웠다.

걸어오는 길에 맷오빠는 메세지를 보냈다. 아직 외부로 안보여준건데, 나는 the one and only한 팬이니까 보여주는거라며 단편영화 비메오를 보내줬다. New with Tags라는 제목의 5분의 짧은 영화였는데 영화제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한동안 영어공부도 안해서 평가를 보내주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였다. 새로 출발하기 위한 태그에 관한? 뭐라고 해야하나? 내 모습과 비교하는 것도 있었고.

첫 글이 너무 길다.
요즘은 한순간 한순간이 놓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눈물겨워서 길어졌다.  열심히 써봐야겠다.

내 친구가 감독한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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