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30, 2019

Wear Sunscreen

이제 우리는 꺾였잖아.

이 말을 제일 많이 한 건 우습게도 대학교 2학년때였다.
1학년이 아닌 이상, 게다가 재수로 들어왔으니 나는 꺾인 게 아니라 거의 바닥을 뚫고 들어갈 체력과 피부와 건강상태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술을 마실 때도 우린 꺾였어, 밥을 먹어도 우린 꺾였어.

무언가를 하는데 머쓱하는 순간 '난 꺾였어' 이 말로 어색함을 무마하던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기도 하다. 

그렇게 나이에 얽매이게 된 순간부터 나는 항상 모든 순간이 어색했던 것 같다. 
남들보다 고작 한 학기 정도 늦은 3학년 2학기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도
"내 나이에 어떻게"

졸업을 미루고 영국으로 갔을 때도
"이제 내 나이가 이런데"

하면서 모든 순간에 나이를 방패삼아 내 스스로를 항상 80%정도의 존재로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나이가 있으니까, 혹은 나는 나이가 많으니까 하면서. 그걸 핑계삼아 나는 약간씩 뒤로 빠졌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마치 나이의 미덕인 거 마냥 몸을 사렸다.



어느 순간 그런 것에 무뎌졌다. 내 또래집단과 멀어지고 나니까 초월하게 되었다고 보는 게 더 적확할지 모르겠다. 그냥 체력은 마음 먹으면 20km를 뛸 수 있는 정도? 상대적 기분이 아니라 뭔가 실제적인 현재의 지표를 가지고 생각하기로 했다. 

Your choices are half chance. So are everybody else's.

Enjoy your body. Use it every way you can. Don't be afraid of it or of what other people think of it. It's the greatest instrument you'll ever own.
Do one thing every day that scares you.
Do not read beauty magazines. They will only make you feel ugly.

Accept certain inalienable truths: Prices will rise. Politicians will philander. You, too, will get old. And when you do, you'll fantasize that when you were young, prices were reasonable, politicians were noble and children respected their elders.
https://www.chicagotribune.com/news/columnists/chi-schmich-sunscreen-column-column.html


한동안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 때는 가방 하나에 물건 있으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살았다.
그게 다시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되고, 다시 뿌리내리기로 마음먹으면서 갑자기 한 짐이 되고 방 한가득 차기 시작했다. 

아직은 잃을 게 없으니까, 이런 말을 많이 했다. 그러면 잃을게 많아지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걸까.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다. 잃을 것이 과연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면서 전전긍긍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가장 잃을까봐 두려워야 할 것은 나 자신인데 그걸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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