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7, 2018

Mournday

1
월요일만 되면 계획을 세운다.

이전에는 다이어리/플래너를 분리해서 썼는데, 구글 캘린더를 쓰면서 스케줄은 그 쪽에 쓰고 주간 계획은 월요일 날짜 다이어리에 몰아쓰기 시작했다. 가방에 저널 하나가 줄어드니 왠지 미니멀리스트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것 같고 그렇다.


이번주 계획은 딱히 없다.
연말이기도 하고, 뭔가 계획들이 다 어그러져서 해야할 일들이 많이 사라졌다. 책이나 읽을까? 하다가도 피곤해서 덮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쌓인 책이 벌써 수십 권이다.

이번주에 무조건 해야 할 일은 A 학교에 메일 보내기 (디포짓 연장좀....^^) B 학교에 메일 보내기 (너도 디포짓 연장좀....^^) C 학교에 메일 보내기 (디포짓 연장 좀.....^^;;)


오늘은 엄마랑 강연회를 가고 수요일에는 세컨드랑 영화를 본다. 화요일, 목요일에는 요가를 가고 금요일에는 집에서 같이 걸을까 남은 2회를 보면서 낄낄대며 자야지.



2
주말에 영화를 몇 편 봤는데 다 끝까지 보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근력 운동을 너무 격하게 했더니 견갑골이 찢어질 것 같이 아프다.
(물론 이렇게 해봐야 별거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운동 한 시간의 칼로리를 단 10분만에 nullify 할 수 있는 초콜릿을 방금 두 통 먹었다.)



3
영국을 갈 생각을 하면 좋다가도 갑자기 아득해진다.
나는 분명하게 내가 '행복할 이유'와 '불행할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좋아하는 전시를 맘껏 볼 수 있고, 좋아하는 공연장을 갈 수 있다. 칩스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드디어 만날 수 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나를 불행하게 할 거다.

이를테면, 피부염 (아직도 영국에서 아토피 긁던 흉이 남아있다) 불면증 추위 위생관념 무례한 인종차별 향수병 평소에 먹지 않던 한식에 대한 애달픔 영국 시스템의 '효율성' 공부에 대한 빡침 영어의 한계 공고한 차이니즈 소사이어티의 벽 돈 걱정 체력 거지같은 집과 먼지 불편한 침대 큼큼한 곰팡이 냄새.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건데 (앞으로 더 쓸 수 있음)

공부를 해야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과 간극이 커서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에라스무스는 결국 안 썼고, 정말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잠깐 휴식이 필요한 건지 (쉬는데 1년치 연봉+a는 너무 크다) 모르겠다.

논문을 써본 적이 없어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 생각도 들고. 자꾸 몸이 아프니까 거기서 또 혼자 아프면 어쩌지? 이 생각도 들고.

생각이 많아지니 행동은 느려진다.



4
퇴근하게 전화좀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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