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수위라고 하니까 어디지 했는데 한자를 읽어보니 아 틴수이와이~
위엔롱에서 쫌 더 올라가면 있던 습지 공원 있는 동네라는 기억밖에 안난다. 사실 가보지도 않았다. 고작 1년 채 안되는 기간에 홍콩의 모든 동네를 다 돌아볼 수도 없고, 홍콩에서 그렇게 중요한? 곳은 아니라 가볼 일도 딱히 없다.
서울을 아무리 살아도 저기 중랑천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테고, 은평구 끝자락이나 금천구 끝자락을 안가본 사람도 있을테니까.
뉴 테리토리는 딱 그런 동네였다. 중국 넘어가기 전 지나가는 동네, "중국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이민자 공용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설명돼 있고, 레드 하우스가 아니었다면 나도 굳이 찾아가진 않았을 동네다.
2.
천수위의 낮과 밤은 이상적인 홍콩 로컬의 모습을 보여준다.
홍콩하면 금융 허브, 외국인이 더 많은 곳, 국제 도시거나 아니면 침사추이 미라도-청킹처럼 보이는 아주 오래된 도시 이미지로 양분된다.
그런데 여기도 사람사는데라 이렇게 극단적이기보다는 중간의 쩜오같은 공간과 사람들이 더 많다. 로컬하면 생각하는 오래됨과 도시 하면 생각하는 화려함으로 양분하기 보다는 그냥 그 중간에서 보통 사람들은 먹고 자고 산다. 웡타이신이나 삼수이포로만 빠져도 생각보다 외국인 안보이고 영어가 잘 안통한다. 홍콩섬은 이런 지역이 적지만, 카오룽쪽은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이런 동네가 흔하다.
영화가 촬영된 곳은 거의 다 틴수이와이고 주인공이 일하는 슈퍼도 시티나 m&s같은 느낌이 아니라 웰컴같다. 일본 홋카이도산 우유보다는 카오룽 우유 팔 것 같이 생긴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영화에서 외국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영어 이름을 쓰지 않고 캔토니즈 이름을 쓴다. 아침마다 차찬탱 딤섬을 먹는 게 아니라 비닐백에 담긴 아침을 사다가 먹고, 신문을 살 때는 꼭 파란색 티슈를 챙겨받는 사람들의 모습. 귀여운 캐릭터에 환장하고. 정말 홍콩 로컬이라면 이런 사람들 같다.
홍콩이라는 이미지에 떨어지는 장면보다는 이렇게 사람사는 곳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다보니 가장 멀리 빠진 곳은 샤틴이다. 샤틴은 뉴테리토리랑 카오룽의 경계같은 곳인데 관광객을 위한 호텔도 이 이상은 넘어가지 않는다. 뉴타운 플라자나 만불사, 이케아를 가기 위해 가는 사람이 드물게 있겠지만...
3.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이번 특별전에서 두 번째로 좋았다. (제일 좋았던 영화도 역시나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박함이 구질구질함이 되지 않고, 착함이 호구가 되지 않는 시대였다. 남을 돕는 것에서 계산을 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모자간에 대화가 흘러넘치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서로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배려심이 남아있었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지금 이건 기적과 같은 동화다), 이 할머니는 비싼 버섯을 선물하고 다시 고맙다며 금반지 은반지를 선물하는. 너무 착하고 고요하게 흘러가서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모습이 판타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4.
2008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이 영화가 만들어질 즈음만 해도 세상은 이렇게까지 각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1000유로가 한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가 될 줄은 몰랐고, 월가를 점령할 지도 몰랐다.
홍콩의 경우는 그 변화가 더 크다. 점점 더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면서 뉴테리토리 슈퍼의 식료품이 다 사라지고, 집값이 폭등하고 우산을 들고 거리에 나서거나 피쉬볼을 던지면서 싸울 거라고 예상했을까? 아마 주인공 가온이 자랐다면 분명 우산을 들고 피쉬볼을 던지는 나이 또래였을텐데 착했던 그 주인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5.
영화에서 본 착한 홍콩 사람들은 사실 홍콩에만 있는 건 아니었을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제 이게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것 같지만) 친절한 동네 가게 아주머니는 프랜차이즈 가맹비에 헉헉대는 점주, 운이 나쁘다면 그 밑에서 일하는 알바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영화가 좋았던 건 홍콩을 봐서가 아니라 (사실 내 홍콩에 대한 기억은 뉴 테리토리보다는 부자동네인 카오룽이라 조금 다르다) 따뜻했던 그 시절을 볼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이걸 정이라고 포장하지도 않고, 극적 사건들을 만들어가며 억지 감동 감정과잉 서사도 없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러닝타임동안 착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6.
영화 제목은 원제도 마음에 들지만 영어 제목도 마음에 든다. 천수위 사람들의 낮과 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법. 특별할 건 없지만 낮과 밤이 흘러가면서 잔잔히 보이는 그 사람들의 모습이 제목에 잘 담겼다.
천수위라고 하니까 어디지 했는데 한자를 읽어보니 아 틴수이와이~
위엔롱에서 쫌 더 올라가면 있던 습지 공원 있는 동네라는 기억밖에 안난다. 사실 가보지도 않았다. 고작 1년 채 안되는 기간에 홍콩의 모든 동네를 다 돌아볼 수도 없고, 홍콩에서 그렇게 중요한? 곳은 아니라 가볼 일도 딱히 없다.
서울을 아무리 살아도 저기 중랑천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테고, 은평구 끝자락이나 금천구 끝자락을 안가본 사람도 있을테니까.
뉴 테리토리는 딱 그런 동네였다. 중국 넘어가기 전 지나가는 동네, "중국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이민자 공용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설명돼 있고, 레드 하우스가 아니었다면 나도 굳이 찾아가진 않았을 동네다.
2.
천수위의 낮과 밤은 이상적인 홍콩 로컬의 모습을 보여준다.
홍콩하면 금융 허브, 외국인이 더 많은 곳, 국제 도시거나 아니면 침사추이 미라도-청킹처럼 보이는 아주 오래된 도시 이미지로 양분된다.
그런데 여기도 사람사는데라 이렇게 극단적이기보다는 중간의 쩜오같은 공간과 사람들이 더 많다. 로컬하면 생각하는 오래됨과 도시 하면 생각하는 화려함으로 양분하기 보다는 그냥 그 중간에서 보통 사람들은 먹고 자고 산다. 웡타이신이나 삼수이포로만 빠져도 생각보다 외국인 안보이고 영어가 잘 안통한다. 홍콩섬은 이런 지역이 적지만, 카오룽쪽은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이런 동네가 흔하다.
영화가 촬영된 곳은 거의 다 틴수이와이고 주인공이 일하는 슈퍼도 시티나 m&s같은 느낌이 아니라 웰컴같다. 일본 홋카이도산 우유보다는 카오룽 우유 팔 것 같이 생긴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영화에서 외국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영어 이름을 쓰지 않고 캔토니즈 이름을 쓴다. 아침마다 차찬탱 딤섬을 먹는 게 아니라 비닐백에 담긴 아침을 사다가 먹고, 신문을 살 때는 꼭 파란색 티슈를 챙겨받는 사람들의 모습. 귀여운 캐릭터에 환장하고. 정말 홍콩 로컬이라면 이런 사람들 같다.
3.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이번 특별전에서 두 번째로 좋았다. (제일 좋았던 영화도 역시나 허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박함이 구질구질함이 되지 않고, 착함이 호구가 되지 않는 시대였다. 남을 돕는 것에서 계산을 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모자간에 대화가 흘러넘치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서로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배려심이 남아있었다.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고 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지금 이건 기적과 같은 동화다), 이 할머니는 비싼 버섯을 선물하고 다시 고맙다며 금반지 은반지를 선물하는. 너무 착하고 고요하게 흘러가서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모습이 판타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4.
2008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이 영화가 만들어질 즈음만 해도 세상은 이렇게까지 각박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1000유로가 한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가 될 줄은 몰랐고, 월가를 점령할 지도 몰랐다.
홍콩의 경우는 그 변화가 더 크다. 점점 더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면서 뉴테리토리 슈퍼의 식료품이 다 사라지고, 집값이 폭등하고 우산을 들고 거리에 나서거나 피쉬볼을 던지면서 싸울 거라고 예상했을까? 아마 주인공 가온이 자랐다면 분명 우산을 들고 피쉬볼을 던지는 나이 또래였을텐데 착했던 그 주인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5.
영화에서 본 착한 홍콩 사람들은 사실 홍콩에만 있는 건 아니었을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제 이게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것 같지만) 친절한 동네 가게 아주머니는 프랜차이즈 가맹비에 헉헉대는 점주, 운이 나쁘다면 그 밑에서 일하는 알바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영화가 좋았던 건 홍콩을 봐서가 아니라 (사실 내 홍콩에 대한 기억은 뉴 테리토리보다는 부자동네인 카오룽이라 조금 다르다) 따뜻했던 그 시절을 볼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이걸 정이라고 포장하지도 않고, 극적 사건들을 만들어가며 억지 감동 감정과잉 서사도 없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러닝타임동안 착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6.
영화 제목은 원제도 마음에 들지만 영어 제목도 마음에 든다. 천수위 사람들의 낮과 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법. 특별할 건 없지만 낮과 밤이 흘러가면서 잔잔히 보이는 그 사람들의 모습이 제목에 잘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