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쭉 정리해본다. 남은 열흘간은 이제 아무 특별한 일 안만들고 술만 마시고 놀 계획.
책
소설 - 거짓말이다 (김탁환), 댓글부대 (장강명)
이 두 사건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한국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전해 듣고 간접적으로만 화를 냈다. 책을 읽으면서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다.
사회과학-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파니 스털)
올 한 해 가장 큰 수확이 있었다면 페미니즘에 대해 좀 공부한 거? 주디스 버틀러는 아직 이해할 짬이 안되는데 이 책은 그냥 생활형으로 술술 넘겨 읽었다. 물론 글쓴 사람이 백인이고, 인종이슈에 대해서는 또 다른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현실적'인 고민을 학술적으로 정리해놓은 걸 보고 나니까 내 생각도 정리가 되는 느낌.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늦게 배운 하루키가 무섭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게으르지 않기가 힘들다. 여기서 게을러지면 나는 한량이고 백수고 건달이 되겠지만, 이 책 (추가로 장강명씨 페이스북) 보고 규칙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한 것 같다.
(+) 위험한 도덕주의자 (기타노 다케시), 정의에 대하여 (애덤 스미스)
영화
BOB -I, Daniel Blake
I demand- 영국생활하면서 내가 느꼈던 무기력함을 고스란히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켄 로치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영화에서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토리 장기집권이 확정되면서 사회에 대해 엄청나게 긴장한 모습이 보인다.
상반기- 탐정 홍길동
잘생긴 남자, 화려한 촬영, 쉬운 스토리. 이거면 됐지 뭘 더 바라...
하반기 -걷기왕
귀여움이 모든 걸 이긴다. 노력 결핍과 과잉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영화.
(+) 재개봉 - 굿윌헌팅, 키즈 리턴
(++) 극장판 - 코미디의 왕, 질투 (필립 가렐)
-
스페인 말라가 피카소 미술관
만나던 여자 사진을 쭉 전시해놓은 걸 보고 '한 번 살거면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부러움이 든 공간. 바르셀로나 미술관은 파리에 비해서 특색은 떨어지고 말라가처럼 개인의 느낌이 잘 안나온 것 같아서 그냥 그랬다. 니스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도 가보고 싶다.
퐁피두 센터 파울 클레 전시회
매표소 마감 시간이 지나서 못들어갈 뻔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살짝 들여보내줘서 겨우 본 전시. 못갔으면 파리에 체류할 생각까지 했어서 그런지 더 기쁘게 본 전시. 유머러스하고 단순한 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
발레
해본 운동 중에서 제일 재밌다. 마음과 몸과의 괴리감은 어쩔 수 없지만,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든 운동은 처음이다.
뎃생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다시 시작하니까 아 그림을 보는 걸 더 좋아하는 구나 하고 알게 됐다. 선택 실패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내 취향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쉑쉑버거 - 쉑스택
이거 먹으려고 MCR-LDN 왕복한 거 생각하면 아련하다. 고기에 치즈, 버섯까지 들어갔다니 맛없을 수가 없다. 비싼 것도 모르겠다. 맛있으면 그만. 언제 또 가지?
통영 가족여행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보낸 시간. 제일 가깝지만 제일 어려운 가족과 부딪히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중.
브렉시트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내 월급은 사라지고 세상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타임머신이 생겨서 올해 5월의 나에게 '브렉시트 통과돼고 트럼프는 대통령돼고 시카고 컵스는 우승한대' 이런다면 과연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첼시
무리뉴 감독이 돌아왔지만 그는 북쪽으로 떠났고, 콘테가 왔을 때 솔직히 음? 했다. 세리에를 많이 안봐서 믿음도 없었는데. 요즘 첼ㅅ1보는 맛에 산다. 코스타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앞에서처럼 올해 5월 나한테 '브렉시트 통과돼고 트럼프는 대통령되고 시카고 컵스는 우승한대.'까지는 그냥 넘어갔겠지만 '콘테와서 코스타 인성개조함'이라고 했다면 '미친x아, 그만해라' 라고 멱살잡았을지도. 내년 5월이 기대된다.
니트
2015년에 가장 골치였던 피부 알러지가 '좋아졌다.' (알러지엔 완치가 없다.) 두 달 동안 밀가루와 술과 고기를 끊으면서 약을 먹은 덕인지, 1년간 빠지지 않고 헬스장을 두드린 덕인지, 아니면 올해 내가 마음이 좀 편해져서인지 몸이 간지러워 잠못자는 일이 줄었다. 덕분에 올해는 니트를 마음놓고 입고 있다. 더이상 면직, 면 100%의 희쭈그레한 옷을 안입어도 된다. 아직 앙고라나 너무 fluffy한 (적확한 한국어를 못찾겠다) 니트나 퍼는 못입지만 그래도 이정도 입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통장이 탈탈 털리도록 예쁜 니트를 더 사야지.
인간관계
올 한해 최고 수확. 중요하고 좋은 거니까 특별히 제일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쓰는 중.
혼자 있는 것도 별로 안좋아하지만 어울리는 건 더 못하는 편인데 올해 많이 나아진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학교다닐 때보다 신촌에 더 꾸준히 나갔고, 이런저런 모임도 많이 만들었다. 여러 사람 생각도 들어보려고 나름대로 애썼고 그 덕분에 예민한 성격이 좀 유해졌다. 한 해 더 거슬러 올라가 작년 5월의 나한테 '브렉시트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되고 시카고 컵스 우승, 코스타는 갓스타된대'에 이어서 '이주현이 먼저 나서서 매일같이 약속을 잡는대'라고 했다면 "미친x아 그만해라"를 넘어 경찰서에 신고했을지도. 그만큼 놀랍다. 1년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걸까? 나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할지 신기하고 기대된다.
2017년이 빨리 와도 좋고 아니어도 그만일 것 같다. 이정도면 꽤 괜찮은건가? 2017년에는 ( 한국사는 청년으로서 대한민국 성장률과 발맞춰) 올해보다 딱 2.5%만 더 자란 내가 돼 있기를.
책
소설 - 거짓말이다 (김탁환), 댓글부대 (장강명)
이 두 사건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한국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전해 듣고 간접적으로만 화를 냈다. 책을 읽으면서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다.
사회과학-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파니 스털)
올 한 해 가장 큰 수확이 있었다면 페미니즘에 대해 좀 공부한 거? 주디스 버틀러는 아직 이해할 짬이 안되는데 이 책은 그냥 생활형으로 술술 넘겨 읽었다. 물론 글쓴 사람이 백인이고, 인종이슈에 대해서는 또 다른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현실적'인 고민을 학술적으로 정리해놓은 걸 보고 나니까 내 생각도 정리가 되는 느낌.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늦게 배운 하루키가 무섭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게으르지 않기가 힘들다. 여기서 게을러지면 나는 한량이고 백수고 건달이 되겠지만, 이 책 (추가로 장강명씨 페이스북) 보고 규칙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한 것 같다.
(+) 위험한 도덕주의자 (기타노 다케시), 정의에 대하여 (애덤 스미스)
영화
BOB -I, Daniel Blake
I demand- 영국생활하면서 내가 느꼈던 무기력함을 고스란히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켄 로치가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영화에서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토리 장기집권이 확정되면서 사회에 대해 엄청나게 긴장한 모습이 보인다.
상반기- 탐정 홍길동
잘생긴 남자, 화려한 촬영, 쉬운 스토리. 이거면 됐지 뭘 더 바라...
하반기 -걷기왕
귀여움이 모든 걸 이긴다. 노력 결핍과 과잉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영화.
(+) 재개봉 - 굿윌헌팅, 키즈 리턴
(++) 극장판 - 코미디의 왕, 질투 (필립 가렐)
-
스페인 말라가 피카소 미술관
만나던 여자 사진을 쭉 전시해놓은 걸 보고 '한 번 살거면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부러움이 든 공간. 바르셀로나 미술관은 파리에 비해서 특색은 떨어지고 말라가처럼 개인의 느낌이 잘 안나온 것 같아서 그냥 그랬다. 니스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도 가보고 싶다.
퐁피두 센터 파울 클레 전시회
매표소 마감 시간이 지나서 못들어갈 뻔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살짝 들여보내줘서 겨우 본 전시. 못갔으면 파리에 체류할 생각까지 했어서 그런지 더 기쁘게 본 전시. 유머러스하고 단순한 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
발레
해본 운동 중에서 제일 재밌다. 마음과 몸과의 괴리감은 어쩔 수 없지만,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든 운동은 처음이다.
뎃생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다시 시작하니까 아 그림을 보는 걸 더 좋아하는 구나 하고 알게 됐다. 선택 실패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내 취향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쉑쉑버거 - 쉑스택
이거 먹으려고 MCR-LDN 왕복한 거 생각하면 아련하다. 고기에 치즈, 버섯까지 들어갔다니 맛없을 수가 없다. 비싼 것도 모르겠다. 맛있으면 그만. 언제 또 가지?
통영 가족여행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보낸 시간. 제일 가깝지만 제일 어려운 가족과 부딪히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중.
브렉시트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내 월급은 사라지고 세상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타임머신이 생겨서 올해 5월의 나에게 '브렉시트 통과돼고 트럼프는 대통령돼고 시카고 컵스는 우승한대' 이런다면 과연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첼시
무리뉴 감독이 돌아왔지만 그는 북쪽으로 떠났고, 콘테가 왔을 때 솔직히 음? 했다. 세리에를 많이 안봐서 믿음도 없었는데. 요즘 첼ㅅ1보는 맛에 산다. 코스타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앞에서처럼 올해 5월 나한테 '브렉시트 통과돼고 트럼프는 대통령되고 시카고 컵스는 우승한대.'까지는 그냥 넘어갔겠지만 '콘테와서 코스타 인성개조함'이라고 했다면 '미친x아, 그만해라' 라고 멱살잡았을지도. 내년 5월이 기대된다.
니트
2015년에 가장 골치였던 피부 알러지가 '좋아졌다.' (알러지엔 완치가 없다.) 두 달 동안 밀가루와 술과 고기를 끊으면서 약을 먹은 덕인지, 1년간 빠지지 않고 헬스장을 두드린 덕인지, 아니면 올해 내가 마음이 좀 편해져서인지 몸이 간지러워 잠못자는 일이 줄었다. 덕분에 올해는 니트를 마음놓고 입고 있다. 더이상 면직, 면 100%의 희쭈그레한 옷을 안입어도 된다. 아직 앙고라나 너무 fluffy한 (적확한 한국어를 못찾겠다) 니트나 퍼는 못입지만 그래도 이정도 입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통장이 탈탈 털리도록 예쁜 니트를 더 사야지.
인간관계
올 한해 최고 수확. 중요하고 좋은 거니까 특별히 제일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쓰는 중.
혼자 있는 것도 별로 안좋아하지만 어울리는 건 더 못하는 편인데 올해 많이 나아진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학교다닐 때보다 신촌에 더 꾸준히 나갔고, 이런저런 모임도 많이 만들었다. 여러 사람 생각도 들어보려고 나름대로 애썼고 그 덕분에 예민한 성격이 좀 유해졌다. 한 해 더 거슬러 올라가 작년 5월의 나한테 '브렉시트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되고 시카고 컵스 우승, 코스타는 갓스타된대'에 이어서 '이주현이 먼저 나서서 매일같이 약속을 잡는대'라고 했다면 "미친x아 그만해라"를 넘어 경찰서에 신고했을지도. 그만큼 놀랍다. 1년만에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걸까? 나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할지 신기하고 기대된다.
2017년이 빨리 와도 좋고 아니어도 그만일 것 같다. 이정도면 꽤 괜찮은건가? 2017년에는 ( 한국사는 청년으로서 대한민국 성장률과 발맞춰) 올해보다 딱 2.5%만 더 자란 내가 돼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