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1, 2016

출장

홍콩 출장 완료.

보고서는 1/3정도 썼다. (우리 팀에서 5명이 함께 쓰는 거라 A4 2장 이내, 더블스페이스, Times New Roman이라는 아주 쉬운 거라 거의 안했다는 소리)

출장은 갈 때마다 내가 아주 약은 사람이 된 것 같다.
헛소리를 얼마나 뻔뻔하게 잘하는지 경쟁하는 것 같고, 회사 내부에서는 이리저리 합쳐진 팀들끼리 서로 말 안맞아서 이리저리 헤매고. 이번엔 IFE랑 IFP랑 같이 다니는 거라 와 회사가 엄청 다르구나 뼈저리게 다시 실감했다. 우리 회사(IFE)는 외국 회산데도 정이 철철 넘친다. 오늘만 해도 '내가 글루텐 프리 쿠키를 구워왔으니 와서 가져가' 라고 전체 메일을 친절하게 보내고 거기에 '오케이' '땡큐' '러블리' 이런 답변이 와르르 쏟아진다. 이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회사 입사 몇주년이면 또 몇주년이라고, 결혼하면 결혼해서, 애 낳으면 또 애낳아서 카드 돌린다고 메일오고 카드 어디있는지 확인하느라 또 오고. (나도 이 카드 받아봤는데 진짜 한 번도 본 적 없는 랩 팀에서도 나한테 구구절절 좋은 말 써줘서 감동먹었지만). 그런데 IFP는 좀 다르다. 그냥 칼같이 일이면 일하고 끝. 지금 보스는 IFP 사람이라 그런가 어렵다. 일만 하면 끝이라 깔끔하긴 한데 항상 긴장하게 되는 느낌.

업무도 버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그럭저럭 알겠는데 TV 콘텐츠쪽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거라곤 '에이시아 넘버원 채널' 이재한 형사님밖에 없는데 뭐 이렇게 쇼가 많냐. 한국 쪽 들어오려고 하는 distributor도 많아져서 이제 만날 사람이 처음 일할 때보다 한 세 배 정도는 늘었다.

그래도 애들이랑 오랜만에 학교도 가고, 오랜만에 KLC에서 밥도 먹고 좋았다. 얘네랑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특히 존...ㅎㅎ 술 안먹고 노는 거 안좋아하는 FM 타입이라 정말 만나면 할 말이 없었는데 매번 갈 때마다 저녁먹고 아침먹고 공항터미널앞에서 사진찍고 온다.)

다음 달 지나고 진짜 에어비앤비나 알아봐서 두어 달 거기서 지내다 올까. 여름에 어디 좀 나가있다 오고 싶다.

Wednesday, March 2, 2016

Lolita (1962)

1. 
이 사람은 영화나 예술 안했으면 큰일 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있다.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죽이고 총쏘고 하니까 (인명피해없이) 멀쩡하지, 안그랬으면 벌써 신문 1면에 실리고 한 30년 쯤 후에 서프라이즈 주인공이 되거나 이 사건을 가지고 다시 영화로 나올 인물들이 몇 있다.
다른 말로 돌리면, 예술한다는 이유로 별 기괴한 짓을 포장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2. 
'예술이냐',  '외설이냐' 라는 퀘퀘묵은 논쟁은 끝이 없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표현은 가치를 갖는다는 입장과 사회적 관습과 윤리에 어긋난다면 외설이라는 입장은 항상 팽팽히 맞선다. 작년에 아이유 논쟁부터 시작해서 올해 여자친구의 교복, 로리타 문제로 이어지면서 과연 '롤리타', 소녀에 대한 미적 찬양과 추구가 과연 하나의 미의 추구로 받아들여져야 할 지가 논란이 됐다. 


말이 격해질 것 같아서 꽤 다듬고 다듬었지만, 역시나 롤리타에 대해서는 참을 수가 없다. 

왜 이게 '컴플렉스'일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3.
영화 롤리타는 한국의 '로리타'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한국의 '로리'들이 수동적이고 '오빠'와 '삼촌'에 따라가는 존재라면 원작의 '롤리타'는 소녀와 요부라는 의외성이 결합되면서 매력적인 존재기 때문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롤리타는 중년남성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온 롤리타에서 험프리가 좀 더 '우아하게' 이 감정을 포장해 마치 아름다운 사랑으로 나오지만 큐브릭 버전 롤리타에서는 그런 게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남자는 집착하고 여자는 사랑하는 듯 하지만 결국 도망간다. 알고보니 사실 자신이 속아서 당한 거였으니까. 자기가 별것 없다고 생각한 남자때문에 결국 인생이 꼬이고 마는 걸.. '얘는 나를 사랑했지만 니가 얘를 속였으므로 나는 벌을 준다' 라고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답이라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근거로 '이런 예술에서 사랑을 말하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들한테 제레미 아이언스 말고 스탠리 큐브릭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게 사랑으로 보이는지.

사랑이라는 건 결국 양방이 통해야 하는건데 이 영화에서 롤리타의 '응답'은 없었다. 험프리는 롤리타의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중이었지만, 험프리 본인 자신은 그게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 뿐.

4.
우리나라에서 롤리타 신드롬이 지탄받아야 할 이유는 자신보다 약자인 소아를 상대로 '사랑'이라는 자신의 욕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무조건 '사랑'이라고 포장한다. 문화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소녀소녀함을 강요하는 게 그 나이의 특성(순수함)이 아니라 순진함과 수동성을 내재화해 자기 뜻대로 움직여줄 인형을 원하는 거니까 문제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