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래저래 어쩌다보니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물론 이제 1년하고 3주차가 무슨 비즈니스를 논하고 인사를 논하냐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묻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증나는 내 마음도 알아주시길...)
-옷차림은 자유롭다. 근데 이건 회사 분위기/부서 탓도 크고 사회 전반적으로 옷에 대한 제약이 좀 덜한 것일뿐. 넛츠포드 출근하는 날에는 나도 플랫 신고 오피스 룩으로 입고 가긴 한다.
-회사 토론에서 말을 더 많이 하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그 회사 내부의 코딩에 따라 '말해볼 수 있으면 해봐'지 무조건 '헤이 요, 와썹'이 아니다.
-업무시간이 자유로운 건 그만큼 일도 자유롭게 많아진다는 얘기. 만약 업무 시간을 9-5, 월-금으로 고정하면 나도 주말에 경기 안보고 놀겠지. 이건 업종차이.
-영어를 잘하니까 뽑아주세요...이건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 영국 회사에서 난 영어 잘하니까 뽑아주세요 하는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내 영어도 퍼펙트 하진 않겠지만....
-일하고 싶어요!!뽑아주세요!!
메일 보낼 때는 제발 제목에 메일 본문 내용을 대강 짐작이나 할 수 있게. 메일 주소는 이름으로. 그리고 여긴 소원댓글 다는 네이트 판이 아님.....
-난 언론 전공이니 언론만 노리겠음
1) 한국에서 '언론고시'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2) 어딜 가든 미디어는 박봉
3) 무급 인턴직이 당연시되는 곳이 더 많음 (한국 외신 인턴 공고가 문제가 된 것도 이 맥락)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원자는 박 터짐
5) 여기서 레퍼런스 없이 일하긴 힘들어서 무급이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퍼머넌트한 건 아니고 대신 짧게 한 두달 정도) 뭐라도 하라고 맨날 입에 달고 사는게 이 때문.
-그럼 너는 얼마나 잘나서 된건가?
ㄴㄴ, 내가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순전히 운빨과 타이밍. 우연히 당시 맨체스터에 있었고, 이 회사를 올 줄은 몰랐음. (내가 낸 건 이곳 저널리스트를 뽑는 리쿠르팅 컴퍼니었는데 거기서 여기로 서류를 넘김).
-하는 업무가 재밌고 신나보인다? 맨날 선수 보나?
반반, 경기 컨텐츠나 뭐 컨텐츠 짜는 건 재밌지만, 그냥 일반 잡무도 많고 하기 싫은 것도 많고. 축구팀에서 일하는데 홈페이지 T&C 테이블 짜는 내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테이블 짜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내가 공차는 것도 아니고 선수들을 볼 일은 그닥.
현지에 있어도 우라까이 봇이 되어 움파룸파 찍어내는 일도 많고. 기본적으로 난 일할 때 트랜스레이팅할때는 바이라인에 그냥 원문 그대로 찍고, 내가 쓴 것만 바꾸는데. 내 마인드 셋업이 '저널'에 좀 더 치우쳐있어서 그런지 우라까이 찍어내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대강의 생각들.
한국에선 드문 일이라 궁금한 건 알겠지만 가끔가다가 내가 왜 이런 것까지 답해줘야 하나 싶을 정도의 질문 (만수르가 연봉 많이 주나요?)을 받으면 ="=
일할 때는 그래도 최대한 지킬 선은 지키려고 해서 업무할 때는 개꼰대가 되려고 하는데, 요즘 내가 너무 꽉 막혔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킬 건 지키는 게 상사도, 동료도 편하고... 일은 일이지 이게 내 전부는 아니니까. 내 생활을 지키려면 꼰대처럼 꿋꿋하게 내 바운더리를 지켜나가는 게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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