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17, 2013

엄마 아빠

1. (지금도 철든 것 같진 않지만) 철없을 때 엄마는 왜 저럴까, 아빠는 왜 저런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이가 들면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며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은 귓전으로 흘려듣기 일쑤였다.

인턴 첫 날,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을 때 엄마 아빠는 어떻게 이 긴 세월을 버텼을까 하면서 펑펑 울었다. 물론 인턴이 힘들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이 지루한 삶을 계속 살아야한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리고 이 삶을 나보다 먼저 걸어나간 엄마아빠가 위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일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여기서 생활이 너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보인다. 운동은 다시 잘 안가게 되고 그냥 집에서 컴퓨터나 노닥대다가 나도 모르게 잠드는 이런 일상의 반복, 그리고 또 다시 밀려오는 업무와 집안일들, 온갖 생활의 무게감에 찌들어가는 내 모습. 일상의 쳇바퀴라는 말이 비로소 와닿기 시작한다. 이게 내가 '영국'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가 먹어가면 자연스레 해야하는 일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일지 모른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다. 이런 생활을 몇 년, 아니 몇십 년을 계속해야한다는 게.

2. 엄마는 참 강하다. 엄마반에 장애가 있는 학생이랑 수업하기 위해 그 애를 업고 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 우리 엄마는 이미 마흔 중순을 넘었었다) 우리 엄마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하지 않은 성격에 잔병치레는 남매 중 으뜸에, 성격도 유난스러워서 지금 생각하면 나를 갖다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우리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다니면서 애 셋 뒷바라지 하는 게 어디 보통일인가.

아빠는 나랑 너무 비슷해서 부딪히는 게 많다. 해보고 싶은 건 많지만 약간 용기는 없고, 가만히 있는 건 싫은데 너무 튈 자신은 없고. 해외여행 갔을 때 아빠랑 투닥대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여행하는 것,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도 쏙 빼닮았고 반찬 투정이 심한 것, 술을 좋아하는 것, 겁이 많은 것, 동물을 싫어하는 것, 내 성격은 거진 아빠를 닮은 것 같다. 

3. 이제 내 꿈은 엄마를 닮은 사람이 되어 아빠같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게 되버렸다. 오늘따라 엄마 아빠가 정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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