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운동을 다녀와 오래된 트레이닝복을 싹 버리고 샤워를 한 후 우아하게 택시를 타고 나오는 게 목표였다.
요 며칠간 쥐 때문에 잠을 설쳐서 그런가 어제는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떼우고 쇼파에 누워 한 여섯 시간을 내리 잤다. 그리고는 마지막 밤도 그냥 아무 일 없이 정말 무심하게, 아니 조금 빈정상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자버렸다.
지금 생각하니까 딱 9개월만에 나온거네? 내가 9월 16일에 들어갔으니. 흠.
새 집에 오는데 택시 아저씨가 이 동네 위험한데 왜 이리로 왔냐고 맨체스터가 더 깨끗하고 좋다고 그러는데, 아저씨...우리집 쥐나와요^_ㅜ 몬타나하우스 안깨끗해요.
여튼 새 집에 들어오니까 너무 좋다. 창도 크고 시원시원하고 집 바로 옆에 sainsbury's랑 tkmaxx랑 argos랑 mcdonald's도 있고, 중국인이 없어서 그런가 오히려 동네 조용하고 영어공부는 진짜 잘되겠다 싶었다. 하긴 영국에서 rough하지 않은 동네가 또 어디 있으랴.
같이 사는 태국 언니 마프랑은 어제 숙취로 꺽꺽대는데 정말 쿨하게 이거 써도 됨, 저거 써도 됨, 그래서 살 게 많이 줄었다. 5시까지 마트 하는데 내가 나간 건 3시 30분, TKMAXX에서 사고 싶던 스타우브 초록색 반찬 접시 두 개랑 집에 팬이 없는 걸 확인하고 팬 하나, 냄비는 내일-. 전기밥솥이 없는데 이걸 사야할 지 말아야할 지 엄청 고민이다.
세인즈버리에 들어간 건 4시 20분. 아침 먹고 정말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런지 막 주워담고 빵칼 하나까지 세이브, ID 없어서 걱정했는데 얘네도 빨리 끝내야하는지 그냥 패스시켜줘서 무사히 다 샀다.
페스토가 99p에 세일해서 두 통이나 집었고 배가 고팠는지 원래 잘 안먹던 시리얼이랑 막 이런 것도 주섬주섬.
해야할 건 많은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눈이 스르르 감긴다. 집이 너무 깨끗해서 기분이 막막 좋다.
오늘 짐싸면서 느낀 건 이제 6개월동안 옷 그만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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