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6, 2013

아프다

오늘 일 끝나고 와서 갑자기 식욕이 이상하게 터져서 크림치즈 토스트 한 쪽을 게눈감추듯 감추고 냉면공기만한 찬밥을 그냥 남은 재료 다 때려넣고 볶아서 10분만에 다 먹어버렸다.

먹고나서는 나도 내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왔다.
오늘은 cv도 쓰고 장도 보고 다 해야하는데, 계란도 다 똑떨어지고 집에 아무것도 없어서 다 사와야 하는데.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고 인스턴트같은 것도 잘 안먹고 정말 관리는 열심히 하는데 갑자기 생리통이 태어나서 최고로 심해져서 헛구역질도 나고 먹은 것도 다 게워냈다. 

멍하니 있다가 다시 멍하니 아무것도 못하고, 손도 못움직일 정도로 아파와서 그냥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봤다. 그렇게 두 시간을 가만히 있다가 안나언니랑 얘기 좀 하다가 다시 약을 한 알 먹고, 또 멍하니 있다가 결국 한 시쯤 나갔다. Arndale Ryman에서 새 몰스킨도 사고(레드 하드커버, 스몰) 거기서 몰스킨 사는 학생은 처음봤다고 해줘서 그냥 기분이 묘했다.

테스코 메트로에서 양파, 사과, 파, 가래약을 사고 집으로 다시 터덜터덜 걸어왔다. 밥을 하도 먹어서 그런가 한 네 시간이 지나도 배가 꺼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집에 와서는 새로 사온 사과 하나를 집어먹고 운동을 갔는데 생리통이 또 갑자기 또 심해졌다. 자전거 위에서 고꾸라질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30분도 못채우고 나와서는 집에 와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안나언니랑 또 얘기하고 혜진이랑도 얘기하고(오늘 생일!) 그러면서 어떻게 해도 안없어지는 이 고통을 어떻게 해야하나, 갑자기 먹먹하고 지치는 느낌이었다.

엄마랑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고, 한국의 넓은 내 방, 편한 내 침대가 너무 그리웠다.

구글을 뒤져보니 생강이 좋다고 해서 그냥 집에 남은 생강 반 쪽, 그리고 어딘가에서 뒤져서 찾아낸 마른 대추 반 봉다리를 넣고 그냥 끓였다. 뭐 더 좋은 것도 많고 비율도 있겠지만 그냥 큰 냄비 가득.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서 집안에 알싸한 생강냄새, 달큰한 대추냄새, 그리고 끓는 물의 온기가 메마른 집안에 가득 퍼지면서 뭔가 나도 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물로 오래오래 샤워를 하고 애들이 mj를 하러 집에 왔는데 나는 그냥 안나언니가 알려준 링크로 한석규 아저씨 힐링캠프를 보기 시작했다. 다 끓은 차를 컵에 따라 마시면서 쇼파에 앉아 보는데 쌉쌀한 생강대추차랑 조근조근하게 허허 웃는 한석규 아저씨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갑자기 모든 게 쭉 풀리는 느낌이었다.

1주일 내로 연락을 준댔고 지금 기다리는 것도 몇 개 더 있고 또 서류는 계속 쓸거고. 지금 내가 이런 걸 걱정한다고 뭐 달라질 건 없으니 그냥 할 일을 하고 기다리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고.
완성되어가기 보단 혼란스러워진다는 한석규 아저씨 말을 들으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민영이한테 학교다닐 때가 좋았다고 했는데 민영이는 "잘 생각해봐, 그때도 힘들었어" 라고 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천성이 우울하고 비관적이다. 부정적으로 우선 밑바탕을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잘 하고 있나 항상 잘 가고 있나 나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끊이질 않아서 잠을 잘 못자는 건 기본에 위나 장도 멀쩡한 날이 없다. 며칠전까지는 배가 너무 아파서 매일 제산제를 후식처럼 챙겨먹었고 pms가 시작되면 그냥 집에서 또 펑펑 울기도 하고. 오늘은 또 집에서 아프다고 끙끙대면서 진통제 한 팩을 다 먹어치우면서도 또 불안한 마음, 짜증은 더 커져만 가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자.
조금만 나를 편하게 해주자.
매일 되새기지만 제일 어려운 일.

근데 오늘 오후 따뜻한 차 한 모금에 지금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느낌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처럼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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