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7, 2019

석사 결정

1
그동안 서강대 같은 A와 한예종 같은 B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결국 B로 정했다.

A는 너무 본과랑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 런던 한복판의 물가를 자비로 커버할 만큼의 여유는 없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문화 변형과 문화적인 측면, 그리고 이 소프트파워가 앞으로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 이런 쪽에 더 가까운데 (만약 김정은을 다루더라도, 나는 김정은의 MEME화가 어떻게 정치적 페르소나를 형성했나 이런 걸로...?) A 학교는 너무 '난민' '이민자' 이런 거에 포커스되어 있는 것 같아서 고민이 됐다.

물론 지금 한 일들을 다 둘러봐도 A가 조금 더 경험이랑 접점은 넓지만, 그 접점을 넓히기보다는 그냥 새로운 면을 확장하는 게 내 석사의 목표였으니까.



2.
사실 이 마음은 어제 딱 확고해졌다.

A학교는 등록을 서두르라던가 자꾸 학교 관련한 메일을 보낸다. 학교는 어쨌다는 둥 뭐 이러저러한 것들.

교수가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어제 일이 터졌다.

학과장이 등록한 합격자한테 메일을 보냈는데 이걸 숨김표시도 안하고 그냥 쭉 보내버린거다.
졸지에 나는 알지도 못하는 40명의 사람들과 함께 이메일에 묶여서 서로가 알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만나게 되서 반갑다는 둥 뭐 어쨌다는 둥 이런 메일을 받게 된거다.

정말 내용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리팅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묶여서 받자마자,

아 이건 내가 갈 곳이 아니다.

이 생각이 들어서 바로 B 오퍼를 수락했다.
거기다가 이메일 리스트를 보니 다수의 모슬렘, 약간의 중국인, 한 명의 일본인 그리고 나.

미디어나 콘텐츠를 봐도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하거나 확장하긴 어렵겠다 싶어서 바로 런던 중심에서는 멀지만 이 학교를 선택했다.




3.
이제 열심히 돈을 벌어야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설렌다.
일을 한 번도 안하고 쉬어본 게 2010년 이후로 없어서 그런지 석사가 오히려 편하게 보인다. 물론 논문 시작하면 이런 나를 쳐죽이겠지만....^^